걷기

현대미술관 숲길

fotomani 2019. 4. 30. 08:26



과천 국립 현대 미술관을 갔었던 것이 언제 적 이었던가?

그러나 아직 까지도 서울 대공원 경계를 따라 나있는 숲길이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평촌 한림대 병원에 갈 일이 있어 오전에 짬을 내어 다시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대공원역에서 출발합니다.



국립 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가 우리 집과 담장 하나 사이입니다.

국내외 신진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1 년 동안 빌려주는 곳이지요.

그래서 눈에 익은 MMCA 로고 4 글자.

 Museum of Modern & Contemporary Art 의 약자인 줄 누가 알겠습니까?



이 코스는 서울대공원 동문으로 가는 길과 겹쳐있어 주말에는 교통량이 많습니다.

보도가 따로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걷고 싶은 길입니다.



물이 오르기 시작하니 하루가 다르게 파래집니다.

그게 바로 신록(新綠)이라는 걸 새삼스레 느낍니다.



어젯밤에 비가 내려 빗물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맺혀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두릅을 따러 팔당 정약용길을 갔다 구경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잠시 곁의 숲길로 들어섭니다. 

예약을 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서울 치유숲의 일부입니다.





대공원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현대 미술관 언덕,

희한하게도 이 언덕 아래에는 바이킹이 있어 음악 소리가 시끄러웠는데 

얼마 멀지도 않은 바로 위 이 언덕에선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놀이와 사색의 공간 사이에 단순한 자연 공간이 만들어 내는 마술입니다.








약속 시간까지 약 3-40분 정도 여유가 있어 3층 <근대를 수놓은 그림들>이란 전시를 잠깐 둘러봅니다.



초상화의 대가 김은호 화백 작품, 순종 어진을 위시하여 춘향, 이충무공 등 초상을 거의 도맡아 그리신 분.

진주 촉석루 논개 영정은 바뀌었지만 이충무공 영정은 아마 전국 곳곳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을 겁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 카피인 줄 알았는데? 진품인가요? 

담배 은박지가 저렇게 두꺼울 리가 없는데? 

50년대에 어떻게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천재는 법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우리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만물을 창조적으로 해석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 사진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임응식 사진들.

대표작 <求職>이란 사진은 반세기를 훌쩍 넘겼는데도 볼 때마다 리얼리티에 전율을 느낍니다.



나무 팔레트에 그린 자화상



모딜리아니와 발레가 연상되는 천경자의 <청춘의 문> 일부



현대미술관까지 돌고 다시 걸어서 되돌아 나오려는데 

마침 셔틀버스가 도착해 '운명처럼' 그걸 타고 대공원역까지 나왔습니다.

다음에는 미술관을 지나 아예 동물원, 식물원 울타리를 따라 대공원을 한 바퀴 돌아야겠습니다.

10 km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도시락에 깔개 하나 싸 들고 맑은 공기를 탐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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