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화초 양귀비꽃을 주제로 한 심학산 돌곶이 축제를 다녀온 뒤로
심학산 둘레길을 한번 둘러보아야겠다 맘만 먹고 있다 이번에야 겨우 들릴 수 있었습니다.
일산에 살고 있는 동기가 같이 걷자는 말을 했었으나 독실한 기독교인지라
일요일에 부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홍대에서 광역버스를 탑니다.
(2009 돌곶이축제 http://blog.daum.net/fotomani/69933 )
심학산 둘레길 지도는 북쪽으로 정치된 것을 얻기 무척 힘들었습니다. 거의 모두 거꾸로 된 지도인데
남쪽을 향하고 약천사나 배밭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럴 것으로 추측합니다.
오늘은 돌곶이꽃마을-배밭-배밭정자-수투바위-약천사-교하배수지-체육시설-정상전망대
-배밭정자-낙조전망대-은석교 4거리 까지 돌 예정(결과)입니다.
홍대앞에서 약 40분 정도 걸려 돌곶이 꽃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꽃마을 유래는 위에 링크해 놓은 것처럼 꽃축제로부터 시작되었을 겁니다.
이름에 걸맞게 마을 곳곳에 꽃이 지천입니다.
개인 소유 배밭 사잇길을 지나야 둘레길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도시공원 일몰제로 시끄럽던데 소유주와 합의를 보았는지
혹은 철조망으로 가로 막히는 거 아닌지, 이거 내가 걱정할 일인가요?
배밭 정자 아래 벤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전망대라기 보다는 아늑한 쉼터가 되었습니다.
북쪽 둘레길 바로 아래 약천사가 보입니다.
어디서 초록 향기가 난다 했더니 산채 파는 이들이 더덕 껍질을 벗기고 있었습니다.
엄청 커다란 좌불과 대웅전보다 몇 배나 큰 지장보전을 갖고 있는 절
지장보전은 산 쪽인 남쪽을 향했고 지장보살은 동쪽을 향했습니다.
배흘림만 남아 있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치도 이와 같지요.
보살님 헤어 스타일이 내 스타일이어서 더 반갑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원래 사람이 많은 건지. 청장년층이 주류를 이룹니다.
최근까지도 사용한 것 같은 참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참호는 마치 '서부전선 이상없다'고 말하는 듯 한데
<서부전선 이상없다>란 제목은 꽤나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전쟁의 참상을 그린 것입니다.
참호는 그 커다란 괴리만큼 이나 주변 환경과 어울리질 못합니다.
보성 차밭 느낌이 나는 산기슭 오솔길
체육시설 있는 곳 정자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정상으로 가는 능선 길은 좌우로 시계가 확 트인 신작로입니다. 산속에 왜 이렇게 큰 길이 필요했을까요?
파주 부근엔 2 백 미터가 채 안되는 심학산이 그나마 높은 산입니다.
좌우로 사계청소만 해 놓으면 아래를 모두 꿰뚫어 볼 수 있는 군사 요충지입니다.
더구나 간혹 전차가 들어 갈 정도로 만들어 놓은 포대 진지가 보이니 두 말할 필요 없겠군요.
너른 산중 신작로가 심심해서 능선 아래 남쪽 둘레길로 내려갑니다.
다시 정상 쪽으로 올라 가니 헬기장이 나타납니다.
남겨 놓은 철책선을 가로 질러 정상 전망대로 갑니다.
한강 유일한 포구인 김포쪽 전류리 포구. 뒷산은 봉성산입니다.
봄엔 씽씽한 보리 숭어를 싸게 먹을 수 있고, 그 외에 철에 따라 황복, 참게, 새우, 장어, 전어 등등
'야덜아~ 내려와라~' 꿈쩍도 안합니다.
내용은 심학산 유래로 홍수를 막고 영조 때 궁중에서 기르던 학이 도망가 이 산에서 찾았다는 전설
다시 출발점인 배밭 정자로 내려와 그냥 지나치면 섭섭할 것 같아 방향을 틀어 낙조 전망대로 향합니다.
높지는 않아도 평지라 앞에 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돌곶이 꽃마을과 만날 줄 알았는데 반대 편인 은석 4거리 부근 가구 단지로 나옵니다
주택지가 아닌 가구단지로 조성된 거리인 만큼 부근에 식당 찾기 만만치 않습니다.
'ㄲㅅㅁㅇ'란 아웃렛 가구점 내 콜라보 점포인 'ㄲㅅㅁ'이란 브런치 카페에 들어갑니다.
짬뽕 점포치고는 규모가 있는 편입니다. 거리에는 사람 보기 힘들고 내 스타일도 아니어서
내 눈길을 끌지 못했는데, 안에 들어오니 손님도 많고 개방된 주방엔 화덕까지 갖추어 놓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가구 매장과 주종(主從)을 가르기 힘들겠습니다.
소시지와 베이컨 치즈 토스트, 감자튀김과 샐러드가 들어간 브런치 세트를 주문하려다
칼로리 과다일 것 같아 까르보나라를 시킵니다.
까르보나라는 변형이 많은가 봅니다. 여긴 생크림과 느타리 버섯이 엄청 들어갔군요.
반숙범벅입니다. 어디선가 봤더니 염장한 돼지 뽈살을 올리브 오일에 볶은 다음 기름 빼고
파스타를 넣고 잘 저어줍니다. 노른자가 익지 않을 정도로 식은 다음 노른자에 후추,
파메르산 혹은 페코리노 치즈가 들어간 소스를 넣고 잘 섞어 준 후 끝이더군요.
저야 뭐 황희정승이니까 맛만 좋으면 아무래도 좋습니다.
반환점에서 샛길로 샜지만 대체로 머릿속에 그려둔 그대로 걸었습니다.
서대문 안산의 원시 형태 둘레길이라 할까요?
친구 덕분에 젊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숲 내음과 분수에 넘치는 음식으로 젊어졌습니다.
와인 한잔 곁들였으면 몸과 마음이 갓난애가 될 쑤도 있었는데...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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