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 시간 있니?’
지난 번 갔던 조선옥 골목에 있는 곱창집이 맛있어 보인다는 말은 했지만,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하는 친구가 술사겠다고 전화를 하다니!
좀 한다는 집이 그렇듯이 벽에는 매체에 출연한 사진이 붙어 있는데 오른쪽 위에 중구청에서 발급한
고색창연한 <식품접객업소 등록증>이 붙어있다.
맹수들은 먹이를 잡으면 내장부터 먼저 먹고 나머지를 식솔한테 준다 한다.
그만큼 몸에 좋아서일까?
사람도 동물세계를 닮아 가는지 예전엔 서민이 먹던 곱창이 최소한 가격면에서 서민음식을 벗어난 지 오래되었다.
아마 인건비가 비싼 요즘 손이 많이 가는 재료라서 라고 지레 짐작해보지만,
그게 아깝다고 곱창을 집으로 가져가서 대충 구워 먹다가는 쫓겨날 정도로 손질하기 힘든 음식이다.
소주병을 따는 친구.
을지로 3가 조선옥 골목에 자리잡은 우일집은 첫째집과 둘째집이 있다.
손님이 많으면 둘째집, 적으면 첫째집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연휴 다음 날이라 그런지 자리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주방 조리대가 놓여있고 작은 테이블 5개가 놓여있다.
곱창 2인분을 시켜놓고 둘러보니 벽에는 만지면 삭아 부스러질 것 같은 갱지로 된 ‘식품접객업소 등록증’이 들어있는 액자가 걸려있다.
기본반찬은 이와같이 단촐하다
기름을 두르고...
밑반찬은 별거 없다.
겉절이, 배춧잎, 무장아찌에 가까운 김치속, 마늘, 쪽파와 쌈장이 전부다. 불판에 호일을 깔고 기름을 두른다.
접시에 가득 담겨 나온 곱창은 불판에 올려놓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판이 된다.
곱창집마다 익히는 법도 가지가지여서 어떤 집은 곱이 흘러나온다고 노릇노릇 다 익을 때까지 손도 못 대게 하는 집이 있는가하면
이 집처럼 대충 익으면 잘라주는 집이 있다.
내장은 익으면서 수축되는 양이 엄청난데 사람도 한 끼 먹는 양을 보면 주먹만 한 위장 속으로 식탁에 차려진 밥, 국 또 뭐, 뭐, 뭐,
계속 엄청난 양이 들어갈 정도로 늘어나는 게 내장의 특성이고 보니, 애꿎게 줄어드는 소곱창만 탓할 일도 아니다.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줄어드는 곱창을 보고 있으면 만원짜리가 오천원짜리로 변하는 마술을 보는 것 같다.
등심이나 돼지갈비는 그렇게 오그라들지 않는데...
익으면서 곱이 흐르는
때깔이 그럴듯 합니다
완전히 익지 않은 것 같은데 잘라줍니다
자, 이제 먹어도 되겠지요?
배추잎에 겉절이와 김치속을 올려놓고 곱창과 함께 먹어본다.
곱창이 익으면서 나는 내장 특유의 냄새는 거의 없고 적당히 찰지다. 고소한 곱의 맛은 좀 약한 편이다.
그럭저럭 소주 한 병 까고 나니 조금 모자란듯하다. 1인분 더 시키고 볶음밥 1인분을 시킨다.
볶음밥을 불판에 올려 썩썩 비벼 볶으며 맛을 봐주는 여주인은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처음과는 다르게 무척 싹싹하다.
미리 힌트를 줘서 얘기나 주고받으며 먹었으면 술맛이 얼마나 좋았을까?
낮에는 사골칼국수가 유명하다니 낮에나 한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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