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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로 떡을 치네요~ 떡을 쳐요~

fotomani 2011. 8. 5. 11:05

여럿이 모임을 하다보면 여름철에 꼭 한번씩 말나오는게 복달임입니다.

유별나게 찾는 것도 아닌데 옆에서 괜히 부추기거나

분위기에 휩쓸리지만 그냥 지나치면 뭔가 찝찝한게 바로 복음식이지요.

옛사람들은 복음식도 격이 있어 일품을 민어 이품을 닭 삼품을 개로 친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민어를 귀하게 여긴 것이지요.

 

 

요 몇년 사이에는 여름에 우연찮게 민어를 한번씩 먹어보곤 하는데

작년에 모 수산시장에서 분명히 민어라고 잡아서

회뜨는 것까지 곁에서 지켜보았는데

속살은 우럭 비슷한 색감이 있어 양념집에 들어와 먹으니

이건 전혀 민어 맛이 아니었습니다.

'이럴 수가~'

그렇게 한번 혼난 후로는 민어를 먹는다면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물론 점성어는 아니고 민어와 똑같이 생겼는데 왜 그렇게 나를 실망하게 만들었을까요?

 

(때가 때인지라 전광판에는 방사능 측정검사를 24시간 실시하고 있다고 번쩍거립니다.)

 

민어는 커야 맛있다는 말처럼 한두사람이 커다란 민어를 잡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질좋은 민어를 먹게 되면 여러 사람 엔돌핀 분비가 촉진되지만

실수라도 하게 되면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되니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제가 도착을 하니 이미 회를 다 뜨고 서비스로 올려놓을 멍게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이거 보라며 부레 해체 사진을 보여 줍니다.)

 

그래도 민어를 푸짐하게 먹으려면 아직도 수산시장을 가야하는 모양인데

민어가 많이 들어와 그 날 낙찰가가 뚝 떨어져도

소비자가 먹는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으니 요즘 휘발유값과 매우 닮았습니다.

그래서 민어는 부화뇌동하지 않는 고고한 품성을 가진 어종인가 봅니다.

 

(이런게 2접시가 나왔습니다. 때깔 좋습니다.)

 

어제 친구들 월례모임인데 제가 참석이 불분명하여 친구에게 준비를 부탁했더니

4.5킬로짜리 민어에 농어까지 떡하니 일을 저질러 놓았습니다.

"이걸 누가 다 먹어?"하는 말에 염려도 말랍니다. 

 

(부레에 붙은 살은 의외로 시원하게 씹혀 부레 맛을 한층 좋게 합니다.)

 

회비가 눈먼 돈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되면 "잘했다." 한마디하고 히죽 웃으며 지나쳐야지

거슬러 봐야 도움이 안됩니다.

 '그래 네 덕분에 한번 진탕 먹어보자.'

 

친구는 지난 번 혼났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지

민어를 해체할 때 나온 부레를 핸드폰으로 찍어서 뒤늦게 도착한 나에게 보여줍니다.

 

 

커다란 접시에 두접시에 회를 뜬건지 등심을 썬건지 모를 정도로 두께 10밀리 정도 되는

무지막지한 민어와 농어를 들고 양념집으로 향합니다.

 

(이 집에서 담근 시원한 물김치. 찬밥이나 국수 말아 먹으면 그만일 것 같습니다.)

 

랩을 뜯고보니 정말 대단합니다.

민어뱃살과 껍데기, 부레에 서비스로 넣어준 전복과 개불, 멍게도

한몫합니다.

 

(총각김치도 잘 익어 저의 입맛에는 맞는데 ...)

 

민어회는 초고추장이나 마늘 다진 쌈장에 많이 찍어 먹지만

전 회간장에 고추냉이를 넣고 먹는 게 더 입맛에 맞습니다.

요즘은 수산시장 안에 국산 회전용 간장도 있고 점포용 생'와사비'도 넣어주어

회먹기가 더 좋아졌습니다.

 

(껍질과 살 사이 지방이 식욕을 돋굽니다.)

 

모양이 흐뜨러지기 전에 부레부터 한입 넣어 봅니다.

시원하게 씹히는 부레곁살에 쫀득한 부레 씹히는 맛은

얼마전 증도에서 먹어 본 선도 좋은 민어 맛 그대로입니다.

 

(너는 왜 떴니? 그 좋은 농어가 민어에 밀려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빙하는 아줌마가 '나도 며칠 뒤 민어를 사야하는데 얼마치냐'고 묻습니다.

그러지 말고 맛이라도 보라고 한잔 권하니

넉살도 좋게도 한잔 짜하더니 살이 탱탱한 제일 큰 부레부터 한점 집습니다.

'허걱 (아줌마~ 그거 내가 찍어 놨던거야앙~)'

 

(시장 안에는 국산 회간장도 팝니다. 덜 짜고 약간 달싸하지요.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기분 좋아진 아줌마는 신경을 많이 써줍니다.

그렇다고 값을 깍아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집니다.

민어회 줄어드는 속도가 길어지니 나머지는 전으로 들라 합니다.

 

(날이 궂을 때는 역시 전이 맛 있습니다.)

 

옛날에는 내륙에서 먹게 되면 선도가 떨어지니

당연히 전이나 탕을 많이 들었겠지요.

역시 조상님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리법은 한치의 틀림이 없습니다.

 

 

반 가르니 김이 솟아오르며 탱탱한 속살을 내비칩니다.

날도 눅진하니 따끈한 전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아줌마는 이젠 안면 텄다고 전도 하나 집어 먹습니다.

 

(민어는 버릴게 하나도 없지요. 아가미입니다.)

 

(기름이 동동 뜬 매운탕 국물과 간)

 

"오늘은 2차 없어~"

결국 농어는 다 못먹고 전 어란하라고 준 봉다리 하나 달랑 들고 일어납니다.

 

(그렇게 술 먹으면서도 눈여겨 보질 않았는데 앞에 앉은 친구가 그림이 다 다르다며 열병을 시킵니다.

사연이 뭔지 다음부터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1호칸에는 처음 타보았는데 보지 못하던 구조물이 있습니다.

'아~ 노친네들 궁둥이 지지라고 커버를 안 씌운 모양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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