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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식 평양냉면 먹느니 차라리 열무냉면이 낫구먼.

fotomani 2012. 5. 9. 13:51

얼마 전 직원들과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다보니

광장시장 먹자골목 좌판 칼국수집에서 어떤 분이 열무냉면을

맛있게 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식욕이 동하며 메뉴를 바꾸자니 이유를 대기 구차스럽고

괜히 돈 아까와 싼거로 그러는가 보다  의심 받기 싫어

다음으로 미루던 중 이제야 시식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물론 출연진은 저와 저의 직원이지요.

이젠 우리 직원들도 저와 식성이 비슷해져

야전에 강한 전투병으로 바뀌어서 메뉴를 가리지 않습니다.

든든한 병사들이지요.

 

(원단, 포목으로 전성기를 맞았던 광장시장은 옛말, 이젠 먹자골목 관광지로 변해버린 광장시장.

저정도 크기 반죽을 칼로 써는 건 약괍니다. 바로 앞집에선 밀가루 포대자루 같은 크기를

둘둘 말아 아래도 내려다 보질 않고 기계적으로 썰어 댑니다.)

 

언제 봐두었는지 그 집보단 이 집이 더 맛있답니다.

봄이 오는 걸 점심 먹으러 가는 밥집에 올라온 봄동으로 안게

불과 몇주 전인데

이젠 봄도 없이 여름이 오는 모양입니다.

바로 엊그제까지 남방셔츠를 입고 다니다

긴팔 와이셔츠로 바꾼지 불과 2-3일

아예 반팔로 입성했습니다.

그러니 시원한 냉면이나 콩국수가 안 당길 수 없지요.

 

(마약김밥. 속은 별거 없습니다. 당근과 단무지 그게 전부지요.

소스도 겨자, 간장, 식초는 기본으로 들어 갔을 것이고 콩가루나 더 넣었을까요?) 

 

열무냉면, 비빔냉면, 칼국수를 시킵니다.

면을 삶는 동안 곁눈질을 해보니

옆집에서 이쁜 아줌마가 마약김밥을 팔고 있습니다.

그거 하나 시킵니다.

 

마약김밥은 별게 아니라

꼬마김밥에 소스를 곁들여 주는 것인데

다시 찾는 중독성이 있다고 

누가 장난삼아 마약김밥이라고 부른 것이

그대로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열무냉면이나 비빔냉면이나 올라간 재료는 비슷 합니다.

삶은 계란 온전히 하나가 들어간 게 요새 같은 세상에 무척 착해보입니다.)

 

(만두칼국수를 시켰는데 헷갈렸는지 칼국수만 나왔습니다.

용감한 병사는 곧바로 쫒아가 접시에 전리품을 챙겨 가지고 옵니다.)

 

반찬으로 나온 열무김치를 보니 그날 그날 김치를 담그는 모양입니다.

덜 익은 열무김치 국물...

숙성되지 않은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젓가락 가기가 좀 망서려집니다.

그러나 이미 시킨 냉면, 다 먹어치워야지요.

이렇게 맛없이 먹는 걸 삽질한다고 합니다.

절대 정치적인 이야기 아닙니다.

 

그런데, 오~ 이거 양념이 그럴 듯 하군요.

덜 익어 깊이가 덜한  김치국물을 양념이 상쇄시켜주니

이 맛이 허투루 볼게 아닙니다.

 

(오늘 보강사진을 찍기 위해 나가 다른 집을 들렀더니 다데기 양념과 면맛,

달걀 사이즈, 식초 넣는 양에 편차가 좀 큽니다.

가만히 서서 남들 드는 걸 보고 앉아 먹어야겠습니다.)

 

(양념은 열무나 비빔이나 마찬가지인데 열무냉면에서도 단 느낌이 든 걸 보면

비빔냉면은 여자분들 좋아할 정도로 달 것 같습니다.

단건 물론 제 취향은 아닙니다.)

 

그리고 면발도 고무줄 같은 함흥냉면 면발이 아니라

최소한 식품점에서 공급 받거거나 가게에서 파는 평양냉면 면발일 것 같습니다.

모밀이 조금은 섞였다는거지요.

성질이 드러워서 물냉면에 함흥냉면 사리를 넣어주면 전 아예 손도 대질 않습니다.

 

어차피 좌판에서야 냉면사리를 그 자리에서 뽑아 줄거라고는

애시당초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겁니다.

요즘은 기성제품들도 엉성한 음식점들보다 면맛이 낫습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리가 없어진 육수 위로 빈 하늘이 가득 채워집니다.)

 

처음에는 곱배기 시킬걸 그랬나 했었는데

먹어보니 이거 양이 꽤 됩니다.

 

오래 전에 삼각지 중국집에서 커다란 사발에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군인손님을 보고

"여기, 짜장 곱배기!"

호기좋게 시키고 나니 '그래, 너 어디 혼 좀 나봐라' 하는 듯이

세숫대야 같은 그릇에 짜장면이 나와서

그것 먹느라 혼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군인은 항상 춥고, 졸리고, 배고프던 거 아니었었나요?

쌍팔년도 얘기라구요?'

 

면이 쉽게 꺼진다고는 하지만 서너시간은 충분히 갈 것 같습니다.

퉁, 퉁.

 장고 소리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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