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하고 늦은 밤 집으로 들어가는데 우리 집 지하실 입구에 어떤 늙수구레한 '놈'이
시원하게 방뇨를 하고 있습니다.
'된장!'
'여보쇼! 왜 거기다 싸고 그러쇼?"
싸움도 못하는 주제에 술취한 사람과는 더욱 더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정면으로 맞닥드리고 나니 깨갱 짖기래도 해야지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집에 거들어 줄 아들놈이 들어와 있기나 바래야지요.
너무 급해서 그렇다는데 방법이 없습니다.
술 취한 놈들끼리 멱살잡고 싸우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지요.
제집 지하실 입구는 담벼락에서 우묵하게 들어가 있어서 아이들 술래잡기 하기 좋습니다.
주인의 그런 좋은 뜻도 모르고
대가리가 좀 큰 놈들은 이 좋은 자리에 숨어서 담배 피고 음료수 먹고
슬쩍 실례까지 해놓고 갑니다.
그 일요일 아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집앞 청소를 하려고 나갔더니 지린내가 물씬 풍겨옵니다.
날씨가 따땃하니 여느 때보다도 더욱 강도가 셉니다.
'내 이노무 시키덜! 이런 놈덜 빠떼루 시켜야 합니다'
속으로 절로 욕이 나옵니다.
자기 배설물 냄새야 모락모락 피어올라도 어쩔 수 없다쳐도
남의 배설물 냄새는 증말 참을 수 없습니다.
똥이 촌수 가린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안되겠습니다. 이젠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
속에 화분을 세워놓아도 빛이 들도록 2X4 미송각재로 띠살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우선 도면을 만듭니다.
정면입니다.
이게 뭐냐구요?
이렇게 쪽문이 열리는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지하실에 큰물건 들어갈 때는 위에 가로지른 상인방이 문제가 되겠군요.
이렇게 하면 될까요?
'흐음~' 여기에 빨간 페인트 칠을 하면그런대로 괜찮을 듯 싶습니다.
각재를 제재소에서 사다 자르고 대패질해도 되겠지만 그러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냥 재단까지 부탁해 주문하기로 합니다.
비쌉니다. 제재소에서 사면 2X4 1600mm 짜리 2개가 4천원인데 말이지요.
그러나 아순 놈이 할 수 있습니까?
손 덜대고 코 풀려면 비싸도 할 수 없지요.
그런데 토요일 오후에 끝내버리려던 일정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카톡으로 문자가 들어 옵니다.
"낼 오후 6시 홍대앞 사운트홀릭시티로 5-3"
초딩친구 아들 공연이라고 몇달 전부터 얘기하던 게 그제서야 생각낫습니다.
"낼 지하실 문짝 짜야하는디?"
그랬더니 '데모도'도 필요하고 뭐하고 문자가 날라오는데
요약하면 내일 일 거들어 줄테니 같이가자 쯤 되겠습니다.
품앗이 하자는거지요. 난 일거들어 주고 넌 가서 사진 좀 찍어주고
글고 술먹꼬...
방점은 '술먹고'에 찍혔습니다.
부랴부랴 대충 문짝 얼개를 짜고 4시 조금 넘어 출발합니다.
직장 다니는 젊은이들 끼리 모여 노래연습도 하고 그래도 성에 안차니
공연 한번 해보자 그래서 1년에 한번씩 하는건데
친구는 공연보다 뒷풀이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부 앞전까지만 보고 홍대 앞은 영 아그들 판이라 택시로 족발골목으로 직행
한잔 마시고 나오니 지하철이 이태원으로 간다나 뭐나?
이태원까지 가서 호프는 '노가리' 안주로 먹고.. 이 아자씨 뭘라 이태원 간거야?
토요일에 일을 거들어 주겠다는 초딩 친구가 와서 1시부터 3시까지 여기까지 마쳤습니다.
왼쪽에 기둥이 하나 없다고요?
저렇게 벽에 지주를 세워놓고 맞추다 보면 벽돌쪽은 별일이 없는데 왼쪽 모양으로 댄 가로막대들이
변형이 와 울룩불룩 튀어나와서 완전한 수직선이 안됩니다.
약간 어긋난 직사각형이 되는거지요.
현장에서 그에 맞춰 세울려고 일부러 맞추지 않은겁니다.
어제 술로 손에 힘이하나도 없는데 숙제 하듯이 왼쪽 세로기둥을 마저 끼워 맞춥니다.
자~ 백골은 이제 다 끼워 맞추고 문짝도 잘 열립니다.
이제 페인트칠 해야지요.
빗물이 들이치는 곳이라 에나멜로 칠을 합니다.
이제 칠도 다 끝냈습니다.
감상을 하고 있는데 옆집 피시방에서 어린 남녀가 나와 문앞에서 미적대며 담배를 꺼내 뭅니다.
"거, 담배, 거기서 꼭 피워야 되겠어?"
뒷마당에 널려 놓았던 공구를 정리하다 하늘을 쳐다보니
무심한 주인과는 상관없이 감나무에 감이 정직하게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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