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촌으로 가는 버스 2시, 문경으로 가는 버스 2시 20분, 에이 거기가 거기겠지.
점촌과 문경은 한 20여 킬로 떨어져 있더군요.)
(버스 안에서 나의 친구가 되어준 MP3와 전에 읽었던 추사 2편
사실 제가 이렇게 고상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옛날 대목반(大木班) 동기에게 전화를 걸어 지붕방수에 대해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인사말로 지금 어디서 일하느냐 물으니 문경에서 한옥을 짓고 있다 합니다.
얼굴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잘 됐습니다.
이참에 오랜만에 지방에 바람 쐬러도 한번 가보고 그 동네 음식 맛도 한번 보고 떡 본 김에 제사 드리자는 것이지요.
(앞으로는 소백산맥이 뒤로는 조그맣지만 아담항 옥녀봉이 자리하고
기와집 앞쪽 녹색지붕이 가은역이라는 이제는 폐사된 간이역입니다,)
보통은 같이 우리를 가르쳤던 ‘사부’님과 물론 나이 차는 있지만 동기 넷이 같이 만나곤 했는데
우천으로 집 옥상 방수 몰탈 공사 일정 잡는 게 불확실하여
떠나기 전날 일단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3사람만 문경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외삼문으로 솟을대문이 있고 직각으로 틀어 마당으로 올라오게 돼있습니다.)
('ㅁ'자형 본채)
열차를 타고가려니 문경은 안 나오고 점촌만 나옵니다.
문경읍이 점촌시로 편입되고 이름은 점촌과 문경은 문경시로 통합 된 것이지요.
동서울에서 점촌행 버스를 타고 문자를 띄웁니다. ‘동서울 2시출발 점촌행’.
(본채로 들어가는 문)
(중간에 단열재를 대고 졸대와 철망을 대놓았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대나무 얼개-외 lath-를 짜고 회를 바르지요.)
공사현장은 점촌에서도 한참 들어가서 가은이라는 조그만 마을이었습니다.
옛날 은성탄광이라는 커다란 탄광이 있었던 동네지요.
가은역 바로 앞에 있는 현장은 옥녀봉이라는 작은 뒷산과
건너편에 소백산맥이 지나가고 있는 언덕빼기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풍수에 밝은 지 자리도 잘 잡고, 복과 기가 잘 모이도록
집의 형태도 ‘ㅁ’자로 담장도 아래 담장 길이를 좁게 설계를 했다 합니다.
'깔대기'인 셈이지요.
(홑처마지만 길게 빼내어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해놓았습니다.)
(내화벽돌로 고래를 놓고 있습니다.)
(건축비가 만만치 않은 한옥이니 만일을 위해 이 정도 방비는 해야겠지요.)
(강릉 제재소에서 미리 다듬어온 가구재로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였습니다.
이건 한옥의 장점이기도 하지요.)
(대청에서 본 뒷마당 화계-석축으로 만든 화단,
저기에 꽃이 만발하면 기가 막힐 것 같습니다.)
우선 집보다도 담장과 화계(花階)가 눈에 들어옵니다.
야산에서 캤다는 기단석은 초보의 눈에도 질이 좋습니다.
그 위에 안팎 겹으로 기와를 쌓아 담장을 만들어 놓은 게 일동 배상면 주가 술 박물관 담장이 연상됩니다.
(뒤에는 작은 사당도 갖추었습니다.)
(아~ 이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궁이를 고집하더라도 사람이 좀 편히 들어가서 불을 지필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좋을 뻔 했습니다.)
(소백산맥 줄기와 잘 어울리는 꽃담)
강릉에서 미리 만들어 온 가구(架構)재로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였다는 한옥은
단단하게 지형 고저에 맞게 짜 맞추어 양동마을 이언적이 지은 향단이 생각납니다.
동편에 외삼문을 만들고 계단을 통해 마당으로 올라오면 ‘ㅁ’자 형태의 가옥으로 들어오는 구조로,
한옥이지만 벽체에 효율 좋은 단열재를 넣어 회벽으로 마감하고
난방은 아궁이로 불을 때는 전통적 구들과 전기방식을 혼용했습니다.
구석구석 정성이 들어간 설계와 시공으로 아직 완공이 되진 않았지만
근동에서는 따라올 만한 한옥이 없을 것 같습니다.
구경을 하면서도 감탄과 부러움을 감출 수 없는 그런 집입니다.
하긴 국회 영빈관 현장을 맡았던 동기이니 어련하겠습니까?
이젠 소소한 부탁을 못할 것 같습니다.
아! 옥호는 '몽천재(蒙川)'랍니다. 이름 괜찮지요?
(자 이제 오늘 일 마감해야지요.)
올 때에는 이 동네에서 맛볼 수 있는 소박한 술상을 기대했는데 데리고 간 곳은 한우 고기집입니다.
내심 ‘이거 그저 그런 저녁이 되겠구나’하며 들어갔습니다.
한쪽에는 정육점이 있는데 동기는 골라보라고 저를 부릅니다.
서울보다는 싸지만 한우 1+등급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주인은 제비초리가 괜찮다며 그것을 권합니다. 제비초리와 등심을 시킵니다.
카트에 밑반찬을 가지고 온 처녀에게 이 동네 막걸리 있냐 물으니 간단히 없답니다.
자리를 함께 하게 된 동기 친구가 벌떡주에 필이 꽂혔는지 소주와 함께 벌떡주도 한 병 시킵니다.
집된장, 두릅초절임, 고추말랭이 볶음, 멸치볶음이 깔끔합니다.
두릅초절임은 저도 처음 대하는 것인데 까칠한 가시가 목젖을 간질이는 기분이
풀 먹인 한산모시 치마저고리 가녀린 하얀 손으로 떠먹여 주는 반찬 맛이라고나 할까요?
(말린 고추졸임)
(두릅초절임. 까칠한 가시가 목젖을 건들이는 느낌이 환상적입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제비초리)
‘와우~’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온 제비초리가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육질은 눈으로만 봐도 맛이 느껴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강한 불에 살짝 익힌 고기는 부드럽고 육즙이 길게 여운을 남깁니다.
달군 돌 위에 한두 점 올려 구워먹는 일본 사람들이 오면 꺼벅 죽을 것 같습니다.
많이 먹으라고 무지막지 하게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는 동기를 제지하느라 혼이 났습니다.
경상도 사람 앞에서 한우고기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 사돈어른으로부터 이미 배우긴 했지만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역시 집된장이라 맛 있습니다.)
(밥이 윤기가 흐르니 그냥 먹어야 하나? 하던대로 말아 먹어야 하나?)
(에이, 말자.)
두릅초절임을 두 접시 더 비우고서야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이 지방 막걸리를 못 먹은 게 아쉬워 마트에서 종류 별로 막걸리 4병을 사들고 숙소로 왔지만
마음만 있었을 뿐 오미자 막걸리와 탁배기 막걸리를 다 못 비우고
구름을 벗 삼듯이 이불을 끼어 안고 가은마을 가을밤은 깊어만 갑니다.
(가은이라는 곳이 오미자로 유명하답니다. 그외 이 지방 막걸리가 많습니다.
'이걸 다 먹겠다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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