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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大木)들의 나들이 02 - 청남대 삽겹살거리 서문우동제과

fotomani 2012. 11. 14. 11:01

 

이 글은 제가 오래 전 같이 공부했던 대목(大木)반 동기들 이야기로 문경현장에 있는 동기를 찾아 간

1박2일 여행기중 후편입니다. 전편은 아래 링크 되어 있습니다.

(전편 : 대목들의 나들이 01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70210&looping=0&longOpen= )

 

( '성님' 대목 동기. 변속기 레버에 참죽나무 줄기를 꽂아서 쓰신다. 대단한 동기분~ ^^* )

 

 

방이 지글지글 끓어 곁 침대 위에서 주무시고 계신 성님 동기 얼굴 쪽인지 발 쪽인지 구별도 못하고

발을 침대 위로 걸쳐놓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깨어보니 밖에서 가을 가랑비 내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릅니다.

찬물부터 한잔 들이키고 나서  손을 보니 퉁퉁 부어 있습니다.

 

( 청주로 빠지던 중 할티고개란 데 있는 규소사우나에서 냉열 담굼질을 한판합니다. )

 

 

어스름한 새벽 어둠를 헤치고 밥집으로 갔더니 뜨끈한 화목난로가 열기를 뿜어내고

이미 차려진 밥상에는 벌써 한 팀이 밥을 먹고 있습니다.

국을 떠오는 사이 자갈을 깔아놓은 마당을 추적이는 빗줄기를 보고 있자니

그저 무념무상이 바로 이 경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청남대 버스가 출발하는 무의면에서 2003년도에 찍은 현수막인데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메뉴는 뭐가 될 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먹었는데도 허기가 지니 사람이란...

그런데 밥집의 육개장 정말 맛이 있습니다.

요즘 육개장들이 고추기름만 둥둥 뜨고 들척지근하기만 한데 칼칼하니 해장으로 아주 그만입니다.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을 못 찍어 놓은 것이 아쉽네요.

그래도 아줌마께 솜씨가 좋다고 칭찬을 해주고 왔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지요.

 

(주차장 옆 옛 경비대 막사로 쓰던 건물을 대통령 문화 역사관이라 만들어 놓고

생활용품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 좀 의아했습니다. 신발크기로 봐선 왼쪽이 '각하'고 오른쪽이 영부인일 것 같은데

날을 봐선 고개가 끄덕여지고, 일부러 태그를 붙였다면 괘씸죄에 걸릴 것도 같고...)

 

( 그 옛날엔 엄청났지요. )

 

이제 떠날 시간입니다.

소박한 밥상을 생각하고 왔다가 너무나 거한 술상에 아침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맛난 육개장을 들고

너무나 탐나는 한옥 구경을 하였으니 더 바랄 게 무에 있겠습니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천안에 사시는 성님 뻘 되는 동기분 차에 올라타니 이게 뭡니까?

스틱 손잡이가 참죽나무 그루터기입니다.

그게 편하다는데 영 사명대사가 옆에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 밤에 발 꼬랑내 맡게 했다고 그걸로 얻어맞을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합니다.

네비게이션 설정을 최단거리로 해놓았는지 천안으로 향하는 길은

비좁은 새마을 도로든 계곡 사이길이든 불문하고 탱크처럼 사정없이 헤치고 나갑니다.

“(성님!) 우리 사우나나 하고 갈까요?”

 

( 당시로서는 최고급 인테리어였을 터인데 이제는 좀 촌스러워 보이는 청남대 접견실 )

 

( 마침 청남대에서는 국화 야생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젖은 타올로 덮듯 습한 꽃냄새가 얼굴을 때립니다. )

 

 

( 극락조화. 그러고 보니 새처럼 생겼군요. )

 

 

할티고개라는 곳에 위치한 규소온천에서 냉온탕 담굼질을 하고나니

성님은 근방에 어디 갈 데 없냐고 계속 묻습니다.

기왕 나온 거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운거지요.

추적이는 비는 호반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먹는 민물매운탕이 생각나게 합니다.

 ‘청남대로 가지요.’

 

 

 

 

 

 

 

 

 

청남대는 이번이 3번째라 크게 기대되지는 않지만 혹시 단풍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까 해서지요.

마침 청남대에서는 그곳에서 기른 국화와 야생화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온실로 들어가니 하니 국화 향기가 진동합니다.

국화야 그저 그렇고 극락조화라는 꽃과 여우꼬리라는 꽃이 제 눈길을 끕니다.

 

 

 

청남대 본관에 있던 전시물은 주차장 근처 옛 경호대막사로 쓰던 건물을 대통령 역사문화관이라 만들고

그곳에 옮겨놓아서 본관에는 집기류만 있습니다.

이게 80년대 대청댐 준공식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건너편을 보고 마음에 들어 지었다는 것인데

56만평이나 되는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민간인을 통제시켰다 합니다.

이 통제조치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는 대개 너무 빼어난 경치에 홀려

애인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들어갔다가 살벌한 분위기에 시껍한 얘기들이 대부분이지요.

점잖게 얘기했지만 그 당시 굴욕적인 분위기들 잘 아실겁니다.

 

 

 

가끔 너무 일찍 깨 케이블TV를 틀어놓으면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국산영화를 틀어주는 때가 있는데

 번들번들한 무늬합판 벽체와 서화, 작은 젖빛유리 댕그랑 달린 합판방문이 보이는 거실에서

난방도 안되는지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열연을 하는 배우들을 보는데, 청남대 본관이 딱 그 느낌입니다.

그 당시로써는 호텔급 인테리어 속할 정도로 고급이었겠지만

왠지 모르게 권위적이고 중압감이 들어 손님으로 초대되어도

객실에서 편히 자지는 못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날이 궂어서 그렇지 맑으면 단풍이 더욱 선명할 것 같습니다.

강풍주의보가 내려 바람에 낙엽이 휘날리지만 그렇다고 좋은 경치까지 날려버리지는 못합니다.

노랗게 물든 잔디 위에 떨어진 낙우송 잎과 구릉

그리고 건너편 자락에 갖가지 색깔로 물든 나무들은 한폭의 그림입니다.

오늘 여길 들르길 잘 했군요. 마침 전화가 옵니다.

원장님, 여기 창경궁인데요. 단풍이 절정입니다.”

시간나면 나와서 구경도 하고 같이 단풍처럼 얼굴이 벌개지자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만

제가 어디 몸이 둘이라야지요.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버스 좌석 등판에 붙은 광고판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들른 곳 )

 

 

버스에 타니 좌석 등판 뒤에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거리라는 광고판에

특수소스를 발라 구워먹는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간사하게 머리 속을 맴돌던 민물매운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생삼겹살로 머리속이 꽉 채워집니다.

 

( 청주가 삼겹살의 원조가 된 내력과 서문시장이 삼겹살거리에 대한 안내문 )

 

 

서문시장 근방은 유흥가인지 웬 커다란 모텔들이 즐비합니다.

잠시 볼일 보는 중이니 차두고 가시오란 널널한 메모가 붙은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고 삼겹살거리로 들어갑니다.

사람들로 북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거리는 예상 외로 한산합니다.

초입에 있는 삼겹살잔치라는 집으로 들어가니

삽겹살은 서울에서도 유행하기 10년 전인 60년대에 청주에서 최초로 구워먹기 시작했다고 써있군요.

 

( 요새 유행하는 새마을 식당 분위기 )

 

 

분위기는 요즘 유행하는 새마을식당 분위기입니다.

푸짐한 파절이, 선지해장국, 달걀찜을 가져다 줍니다.

반절 정도 가져다 주는 선지해장국, 선지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오래 끓여서 부들부들한 시래기는 술국으로 괜찮습니다.

술을 주문하고 보니 초정 탄산수가 눈에 띕니다.

사이다가 아니라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탄산수인데 여기에 설탕을 가미해 천연사이다라고 해서 팔지요.

 

 80년대 초만 해도 서울에는 옛맛을 잃어버린 롯데칠성사이다만 보일 때인데,

가족들과 이 근방을 지나다 천연사이다를 보고 하나 사서 먹었더니

아주 오래 전 코끝이 ~’하던 칠성사이다 맛이 납니다.

딸아이에게 주었더니 눈물이 찡한다며 느낌을 무지개 사이다라고 표현하더군요.

약간 남은 탄산수에 소주를 부어 마시니 그것도 별미입니다.

 

 

( 소주는 시원-C1- 그리고 초정리 광천수 )

 

 

 

 

( 독특하게 소스에 담궈 적신 후 익혀 먹습니다. )

 

 

( 찬으로 나오는 우거지인지 시래기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푹 끓인 선지해장국 )

 

 

 

 

 

( 저는 잔치국수에 파절이를 넣어 비벼 먹는 걸 좋아합니다. )

 

 

생삼겹살이 들어옵니다.

따로 갖다 준 '특수'소스에 푹 담궈 굽습니다.

고기의 선도는 좋으나 소스의 맛이 옅어 짙은 맛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는

차라리 옅은 불고기 소스를 곁들이는 게 어떨까 합니다.

그래도 기본인 고기질이 좋으니 파절이, 마늘과 함께 수울술 들어갑니다.

좀 아쉬워 목살 1인분 하나 더 시켜 먹습니다.

 

 

( 서문우동 제과. 들어서자마자 '우동이요?'하고 묻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도 우동을 먹고 있고요. ) 

 

 

( 빵은 이렇게 나오다 계산하며 싸들고 가더군요. )

 

주차장으로 가자니 서문우동. 제과라고 유리에 써넣은 가게가 나타납니다.

우동과 제과라니? 어떻게 궁합이 맞을까요?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유리 너머 보니 군산 이성당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홀에는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홀에서는 대부분 우동을 들고 있습니다.

밥은 먹었으니 우동은 말고 제일 잘 팔리는 빵이 무어냐 물으니 보리빵이 제일 많이 나간답니다.

집에 와서 다음 날 먹어보니 아침 결에 차와 함께 들기 딱 좋군요.

훈련병 시절 자기 전에 하나씩 주던 충성빵이 연상됩니다.

겉에 붓으로 바른 설탕물의 달콤함이란...

 

( 다음 날 아침에 먹어보니 달지 않고 커피에 곁들여 먹기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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