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회 홈피를 만들면 뭐합니까?
들어와 보지도 않고 댓글은 달지도 않고, 메일은 보내고 나서 전화를 걸어줘야 들춰보는 게
우리들 쉰세대입니다.
그래서 혹시나하고 카톡에 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불과 몇사람이긴 하지만 하루동안 오간 문자질이 1년동안 오간 대화보다도 더 많습니다.
더욱 더 반가운건 저 멀리 포항에서도 몇년간 코빼기도 볼 수 없었던 동기에게서
'여기서 잘들 놀고 있구먼'이라는 문자가 들어오는겁니다.
장소 선정하기도 귀찮아 늘 모이던 종각 뒷골목 육미라는 곳을 정해놓았더니
'다음에는 술 안먹는 친구들을 생각해서 좀 맛있는 곳으로 장소를 정하자'는 문자가 들어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자동으로 장소를 정하고나서 이런 문자 받으면 제가 성의가 없었구나하고 뜨끔하게 되지요.
부랴부랴 다른 장소를 물색하니 다들 '예약매진'이랍니다.
겨우 한군데 비집고 들어가 예약을 했더니 우리 회장이 그럽니다.
'장소 바꿨네 뭐네 말들이 많을텐데...'
모임장소에 도착하고 몇사람 모이자 전화가 옵니다.
'여기 3번출구로 나와서 피자헛을 좀 지났는데 거기가 어디야?'
위 사진과 같이 바뀐 장소를 지도에 문자메세지를 보냈건만 문자 들어온 것 없다고 다소 역정난 목소리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 많은 피자헛 매장을 내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하긴 날씨도 추운데 처음 약속장소에 가서 사람이 없으면 나래도 그럴만 하지요.
사알살 달래서 바뀐 장소로 찾아오도록 만들었습니다.
'야! 너 좋아하는 걸로 시켜~'
보낸 문자메세지가 우편물도 아닌데 왜 도착 안했다는거야?
'너 혹시 스팸 설정한 거 아니야?'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아니나 다를까 스팸에 문자가 떠억하니 들어가있습니다.
그러면서 씨익하니 웃습니다.
싫으면 말로하지 왜 나를 스팸설정해놓는단 말이가???
"카톡으로도 보냈는데~?"
"나 그런거 몰라! 내 핸드폰은 카톡 안돼."
"야, 니들 핸드폰 다 까봐~"
8명 출석에 아직까지도 2G인 사람이 50%인 4명입니다.
"폴더가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누가 아직도 폴더야? 낼부터 다 바꿔~'
'물레야 물레야
초롱불 간들거리는 기나 긴 밤에
털구름 속 풀어내고
얼키고 설킨 바람같은 인생살이
울어라 돌아라 한으로 뭉친 설움
가슴앓이 되어 풀리는구나'
쉬야를 하면서도 앞에 걸린 시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굴러가는 말똥만 봐도 까르르 웃는 소녀들처럼
나이가 들면 별 것도 아닌 것도 가슴앓이가 되고 설움이 되는 모양입니다.
돌아가는 물레처럼 우리도 자주 만나 응어리를 풀고
기쁨을 나눠 봅시다.
'포토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지는거 시러~ (0) | 2013.01.03 |
---|---|
도시락카페가 모야? (0) | 2012.12.31 |
나 그냥 할배할랍니다. - 장난감골목 (0) | 2012.12.18 |
이런 행사도 있군요-유러피안 크리스마스마켓 (0) | 2012.12.04 |
서천 나들이 02 - 찬은 없어도 마음은 푸근하구려 (0) | 2012.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