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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는거 시러~

fotomani 2013. 1. 3. 10:27

 

2013년 새해 첫날 새벽입니다.

전날 근방에 사는 초딩친구에게 당구 작살나게 깨지고 입가심으로 맥주 한잔할 때

술김에 이른 새벽 일동 용암온천에 가서 노천욕이나 하자고 했는데

새벽에 일어나니 온세상이 눈으로 뒤덮혔습니다.

 

 

집사람 몸도 시원칠 않아 노천욕 약속을 깨면서 미안하다고

대신 낙지와 굴을 넣어 만든 보쌈김치속을 안주삼으라고

새벽에 배달해준다고 전날 밤중에 문자를 넣었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눈이 와버리니 마음이 분주합니다.

얼기 전에 쌓인 눈도 쓸어야지요, 배달도 해야지요, 어쩝니까?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야지요.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에는 염화칼슘 뿌리는 제설차의 분주함 속에 저만 있는 것 같습니다.

어둠 속에서 부랴부랴 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집앞 눈을 쓸고나니 7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그래도 이틀전 일요일처럼 눈이 앞유리창에 얼음처럼 들러붙질 않아 운전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제 핸드폰이 구려 배달 중 염화칼슘 뿌리는 차를 찍은 사진 화질이 이렇습니다.

 

 

딸내미네 식구들은 설날에는 시집으로 가고 신정에는 우리 집으로 옵니다.

올해도 10시까지 온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또 눈이 내려 다시 나가 눈을 치웁니다.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 나니 10시에 딸내미 가족이 들이닥칩니다.

 

 

얼마전 근방에 곱창 잘하는 집이 있어 딸내미에게 문서방도 곱창 좋아하냐고 물으니 자기도 좋아한답니다.

꼬맹이를 데리고 곱창집 가기도 그렇고 마침 새해 아침에 같이 식사할 것이니

올해는 등심과 곱창으로 설상을 보기로 했습니다.

설음식으로는 좀 특이하지만 힘만 들여 명절음식 남기는 것보다

먹고 싶은 것 남기지 않고 먹는 것도 괜찮지요.

곱창을 반쯤 익혀 접시에 담았더니 비주얼이 좀 그렇습니다.

등심 한조각 먹어보더니 꼬맹이가 그럽니다.

"꼬기 맛있다. 누가 사왔어~?"

이럼 근심 걱정 다 사라지고 절받는 것보다도 기분이 좋아지지요.

 

 

밖에는 눈이 또 내립니다. 길가 집은 눈오면 눈치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꼬맹이더러 눈치우자 했더니 좋다고 따라나섭니다.

"자, 아빠차 눈도 치워야지?"

 

 

눈치우고 눈송이 뭉쳐서 한참 놀다 방으로 들어오니 용을 만든다고 지난해 달력을 가위로 오리고 있습니다.

"내가 만들어줄께"

제가 만든 용이 좀 시원칠 않은 모양입니다.

 

 

엄마가 윷을 가지고 옵니다. 이제 처음 배우는 윷놀이지요.

도,개,걸,윷,모의 생김새를 펼쳐놓고 하나씩 가르쳐주고 윷을 던져봅니다.

가끔 동네길을 지나다 척사(擲柶)대회 현수막을 보곤하는데 이건, 좀 안썼으면 좋겠네요.

 

 

하여튼 이제 연습이 끝나고 만만한 할배와 시합을 하기로 합니다.

처음엔 할배말 잡는 재미에 정신이 없더니...

 

 

 

위 사진을 보고 요새 유행하는 포털 뉴스캐스트 제목 붙이듯이 한번 해볼까요?

'꼬맹이 얼굴 이렇게 된 까닭, 알고보니 헉'

낚시용 제목에 내용은 별거 아닙니다. 제 말로 풀어쓰면,

자기 말이 잡히자 '이잉~~ 나, 지는거 시러~'

별 수 있습니까?  말을 징검다리 놓듯 해야지요.

 

 

살살 달래서 모, 윷이 나오고 징검다리 놓은 할배 말을 잡아  덤으로 또 다시 던지니 신이 났습니다.

 

 

드뎌 간발의 차로 이겼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할배, 할미와 놀아주니 다행이지요.

방문 확 열고 삼촌이 없다고 '엄마 아무도 없어'  하지 않는 것만 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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