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맞는 친구나 나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간다면
혼자 퍼질러 앉아 맛이 있든 없든 제주도에서만 먹어 볼 수 있는 음식들을 찾아다니겠지만,
가족이나 단체가 관광을 간다면 그 폭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집 꼬맹이조차도 허름한 식당 화장실에 가면 ‘불결해~’라는 말을 할 정도니
그 지역 특산물과 서울에서 길들여졌던 맛, 고급과 대폿집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재래시장 근처 식당이나 시골길 항구 근방의 선술집은 제외된다고 할 수 있지요.
이번 동문가족들과 떠난 제주여행에서 시종 뚱한 얼굴을 했던 버스기사가
“... 사장님들은 어떻게 매일 맛난 음식만 드시냐...”고 슬쩍 비꼬는데
바로 그 말이 그 말입니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했으니 뭐 변변히 배를 채우기나 했을까요?
더욱이 비바람이 몰아치니 뜨끈한 국물로 헛헛한 뱃속을 채우려는 욕구는 술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아침을 들러 찾아 간 고사리식당은 인터넷상에서 몸국과 고사리 해장국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메뉴판에 그런 종목은 없고 성게미역국과 전복뚝배기를 먹게 되었습니다.
미리 30여명 음식을 준비해야 되니 일일이 개인적으로 주문을 받을 수 없었겠지요. 단체의 한계입니다.
성게미역국과 전복뚝배기는 특별히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맛은 아니었지만
마른 고사리를 불려 무친 고사리와 파김치, 마늘줄기 초무침, 꼴뚜기젓이 맛깔스러웠습니다.
특히 고사리와 마늘줄기 초무침은 인상적이어서 나중에 동문시장 반찬가게에서 그걸 살까 한참 망설일 정도였습니다.
섭지코지의 민트레스트랑은 음식맛보다도
현대적인 건축물과 비 뿌리는 바다풍경 감상이 더 멋들어졌다고 할까요?
맑은 날씨였다면 사방이 탁 트인 실내에 앉아 있는 사람이 창밖의 풍경 속으로 자연스레 빨려 들어갔겠지만
역설적으로 흩뿌리는 비로 적셔진 유리창은
오히려 실내를 아늑하게 만들어 주어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음식 값에 분위기 값이 추가된 느낌인데 가족과 함께 분위기를 한번 ‘업’시켜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코스로 먹으며 따로 커피 값을 내야한다는 것과
그에 걸맞게 깔아주는 음악이 없었다는 게 아주 ‘쪼끔’ 섭섭합니다.
단체라 그런가요?
제주에서 회를 먹는다면 당연히 갈치나 고등어, 방어, 다금바리 등이 떠오르게 되겠는데
제주 맛을 물씬 느끼며 여러 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깨끗한 곳이 흔치 않지요.
관광횟집은 대부분 주연배우로 광어, 도미, 능성어회가 나오고,
제주도 맛은 오히려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곁들여 나오는 해산물에서 더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연배우 선택권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곁들여 나오는 해산물들에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한 횟집으로 들어가니 벽에 ‘싸인’지들이 가득합니다.
홀에 있는 테이블에 물고기 사진 하나가 눈에 띕니다.
“이게 뭡니까?”
“다금바리지요.”
“무슨 다금바리가 몸에 줄무늬가 없어요?”
“다금바리는 원래 몸에 줄이 없어요.”
쥔장의 말씀이 식욕을 떨어뜨리게 만듭니다.
너무나 강력하게 주장을 하니 제주도 사람이 아닌 ‘외지인’이 꼬리를 내려야지요.
‘깨갱!’
미리 차려진 상에는
딱새우, 멍게, 간장게장, 문어, 도미껍질 초무침, 갈치회, 갈치뼈튀김, 미역무침, 톳나물 들이 깔려있습니다.
조금 지나자 전복껍질에 멍게, 전복, 미역에 올려놓은 성게알, 산낙지가 나옵니다.
“제주도까지 와서 무슨 참이슬이야? 한라산 주세요.”
저녁 낙조를 바라보며 분위기 있게 한잔하려던 꿈은 비바람과 함께 산산이 찢어지고
곁들여 나오는 깨작한 갈치회와 대가리를 곧추세운 고등어회가 없어 나를 슬프게 하지만
여럿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어 오붓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오, 해삼내장이 나옵니다. ‘(앞에 앉은 후배님) 시간나면 한잔 부으시오.’
꼬맹이에게 따로 갖다 준 전복죽을 조금 뺏어먹고,
우럭튀김과 불붙인 소라, 고등어구이, 전복이 나오니 흐뭇해집니다.
취하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게 마련입니다.
자~ 이제 마무리해야지요? 지리와 매운탕, 전복내장 볶음밥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음식점에서 마련해준 버스를 타니 기사의 운전솜씨가 마음에 듭니다.
뚱한 얼굴의 우리 버스기사가 생각나 한마디 묻습니다.
“내일 뭐 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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