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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을 걷다

fotomani 2013. 4. 27. 10:34

 

서대문 네거리에 있던 남도음식점을 찾아갔더니 종로 르메이에르로 이전했다고 적혀있습니다.

피마골에 있던 가게들을 이곳으로 옮긴 곳이지요.

 커다란 건물에 1층은 아케이드 같고 거기에 피맛골이라는 홍살문 하나 덩그러니 만들어 놓았습니다.

땅값이 너무 비싸서 그런 구질구질한 가게들이 있긴 에 맞지 않아서일까요?

외국의 골목길을 정겹게 묘사한 여행 다큐멘터리는 잘 만들면서

이런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은 왜 물어 보지도 않고대청소하듯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걸까요?

 

(피마골에서 유명했던  열차집은 종각 근처로 옮겼습니다.

나오는 음식은 변한 없어도 분위기까지 같을 순 없지요. ) 

 

( 골목은 부대껴야 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끼리도 어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엌, 화장실, 나무가 없고 빈집, 공동화장실과 노인이 많아서 ‘33였다는 부산 범일동 매축지마을,

이제는 이야기가 있는 마을이 되어 70, 80 평생을 살아 온 고단한 삶을 매축지 마을 할머니 이야기라는 책까지 펴낸 동네가

부산 산복도로 아래 쪽방동네 범일동 매축지 마을인데 바로 이런 동네를 벤치마킹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 통영 동피랑. 동네 아줌마 셋이서 산책을 하는가 하더니 갑자기 난간에 발을 올리고

아침운동을 합니다.ㅋ  )

 

서울에서 경기도,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까지 내려가며 느끼는 차창 밖 풍경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한쪽은 땅을 사놓으면 오르겠다는 천박한 아니 절박한 생각이 먼저 드는 어수선한 분위기고

다른 한쪽은 유럽 같은 전원 풍경은 아니라 할지라도 한 폭의 정돈된 수채화 같아 편안하게 그 속에 녹아들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마치 도심지 짜투리 화단에 몇날 며칠 방치되어 있는 쓰레기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다가

어느 날 깨끗이 청소되어 있는 걸 보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보면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돈을 많이 들인다든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마음만 있으면 바로 곁에서 쉽게 이룰 수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마음을 읽는 거지요.

 

( 종로타워 뒷골목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이 사랑하던  선술점 <육미> 화재현장 )

 

 

동대문 운동장을 치우고 만들어버린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2월 동대문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들른 DDP 전시관에는

 설계한 외국 유명 건축가와 최신 공법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많은데  왜 디자인인가에 대한 해답은 없고,

 컨벤션 홀, 전시관, 대회의실, 등이 그려진 도면 하나만 덩그러니 걸려있어 어리둥절했습니다.

마치 머리가 차면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어른아이에게 사회생활을 위해

따로 과외공부를 시켜야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혼자 생각에는 동대문 운동장을 헐고 디자인플라자를 구상했을 때는

동대문 부근의 즐비한 패션타운을 고려해서

시립 의류 디자인 연구소나 디자이너들의 개인 사무실과 발표장소로 구심점을 이루지 않겠나 짐작했는데 의외였습니다.

시장님과 민초 간의 괴리감이 그만큼 큰 걸까요?

 

 

다시 서울을 걷다라는 책을 쓴 권기봉이라는 저자는 젊습니다.

그는 그렇게 쉽게 지워지고 망가지는 서울의 이야기에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가 말하는 마을 이름의 유래라든가 생활문화, 역사에 대한 정보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당연히 간접경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를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읽음으로써 그 속에 묻혀 있던 의미들을 하나씩 풀어나갑니다.

자칫 나열식 문화탐구가 될 번한 소재들을 공감이 가는 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사회에서 기존 틀을 유지하려는 쪽과 변화시키려는 쪽은 일관되게 행동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쉽게 뒤바뀌는 것 같습니다.

애매모호하지요.

그러나 그런 변덕은 이해득실의 관점에서 파악하면 아주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로는 그럴 듯하게 남의 말로 공자님 말씀을 옮기다가

막상 자신의 일이 되면 이해에 따라 간사하게 입장을 바꾸는, 바로 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뜬금없이 무슨 얘기냐구요?

 번듯하게 건물을 지을려다가 유구(遺構)나 유물이 나오면 모르는 척 덮어버리거나

경복궁에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열거나 경회루에서 연회를 열어도 묵언수행하는

우리들 자신을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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