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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들깨도 너서 멍능거래요~

fotomani 2013. 10. 10. 09:01

 

“언제 원주 새벽시장 한번 가자.”

수많은 자연산 버섯 사진이 실린 신문기사를 본 초등 친구가 하는 말입니다.

팔러 나온 송이, 능이, 싸리버섯 사진을 보니 정말 먹음직스럽게 생겼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랜만에 보는 싸리버섯은 노르스름한 때깔하며 푸짐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양평에 내려갈 일이 있어 가겠냐 물으니 냉큼 따라나섭니다.

 

(너무 이른 것 아닌가하는 염려는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벌써 장터에는 판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새벽시장은 농민과 소비자 간에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장터로

매년 초봄에서 초겨울까지 새벽 4시부터 9시까지 열리는 한시적인 장터이지만

한해 거래량이 90억에 가깝다 하니 원주만의 문화관광 자원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한 셈입니다.

 버섯이라는 것이 반짝 상품이다 보니 가서 살 수 있단 보장은 없지만 있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눈요기만 해도 괜찮지요.

 


원주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 받는 아들을 둔 친구가 있어 낯이 익은 곳이고

또 한 친구는 소싯적에 원주에서 한동안 있어서 낯선 곳이 아닙니다.

 어제 비가 와서 농민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나 새벽어둠 속에서

곳곳에 좌판을 벌리느라 분주함이 느껴집니다.

농산물들은 텃밭이나 작은 밭에서 소출된 게 틀림없다 느껴질 정도로

조금 조금씩 늘어놓아 각박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 있어 목청을 돋워 돌려세우고 파한단 사니

일어서서 복대 속의 잔돈을 거슬러 줍니다.

허리가 꼬부라졌으니 저 자세밖에 나올 수가 없겠지요.

친구 부인은 파를 다듬지도 않고 양도 적다고 하지만 손주 용돈 한푼이라도 더 쥐어줄 욕심이었다면

그걸 타박할 순 없겟지요.)


버섯은 이미 끝물입니다.

 버섯 흉년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퍼진 송이 몇 개 들어 있는 조그만 소쿠리가 12만원이나 하고

 싸리버섯은 구경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구경하겠다는 마음은 어느 덧 사라지고 어느 샌가 내 손에는 깻잎, 다듬은 더덕, 마, 감자 봉다리가 들려졌고,

별로 살 것도 없다던 말과 달리 친구 부인은 트렁크에 각종 농산물을 가득 쌓아놓았습니다.

물건이 싱싱하고 값 눅으니 마음이 흔들리고 만 것이지요.

 남이 산 걸 보니 동하는 모양인가요? 다른 친구 부부가 다시 장터로 갑니다.

잠시 후 희희낙락하며 돌아 온 친구 손에는 메뚜기 봉다리가 들렸습니다.

몇 해 전 제 사돈어른께서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으시며 보내 주신 메뚜기를 친구에게 주었더니

두고두고 그 얘기를 하다가 오늘 그걸 손에 쥐게 됐으니 입이 벌어질 만도 하지요.

메뚜기가 마를 틈도 없이 오늘 저녁 입안에 다 들어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에도 새벽시장에 왔다가 근처에 요기할 곳이 없어 난감했던 기억이 있어

미리 ‘원주 해장국’이라는 곳 전화번호를 적어갖고 왔습니다.

 ‘아빠가 서천에서 사가지고 온 선지해장국이 맛있었다’는 얘기를 딸로부터 돌고 돌아 듣고 난 후부터는

 선지해장국만 보면 ‘삘’이 꽂힙니다. 나한테 직접해주면 내가 더 좋아할 텐데.

우리 부부 사이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아니면 너무 수줍어하거나...

아니, 아니~ 그건 아닌데...

 

 

 


여하튼 ‘나와바리’가 원주라는 친구의 길안내로 멀리 돌아 해장국집까지 갔습니다.

된장 베이스의 선지 해장국은 동물성이 거의 없습니다.

우거지와 콩나물 뚝배기에 선지를 따로 내줍니다. 다진 고추절임을 넣고 소주 한잔 곁들여 훌훌 떠 넣습니다.

기름기 없는 해장국도 개운하니 괜찮습니다.

해장국이라는 것이 맛에 더해 허전한 뱃속을 채워주는 만족감도 반이니

먹고 나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먹을 때는 뱃속의 허전하을 메꿔주는 즐거움이 더 클 때도 있습니다.

인간이 그렇게 간사한 겁니다.

그런데 다 먹고 나니 곁에 양념쟁반 위에는 들깨가루 병이 있습니다, 다시 한 그릇 더 시켜먹어야 할까요?

거 옆에서 뻔히 보면서 “거 들깨도 너서 멍능거래요~” 해주면 안 되나?

 

(길가 화단에 핀 셀비아 꽃을 따 한번 빨아보라고 재롱을 떱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길가 편의점 야외테이블에 홀로 앉아 소주와 컵라면을 먹으며

허공을 향해 손짓을 하며 준엄한 목소리로 일갈하는 사람을 보며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걱정을 하면서도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수군수군하더니 뒷풀이를 해야한답니다.

며칠전 담근 간장게장을 꼬옥 먹어봐야한다나요?

그래 기왕 깨진거니 계속 깨지자~

친구집으로 가 간장게장과 차돌배기에 '한 자안 드시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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