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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의 바닷길걷기1-간성에서 속초까지-친구 미안하이~

fotomani 2013. 10. 20. 20:02

 

직원교체로 매월 1, 3주 놀토를 갖게 되는 시혜를 받게 되어

페이스북에 ‘간성으로부터 출발하여 남해를 거쳐 서해 인천까지

2-30km씩 쪼개서 구간도보여행을 해볼까’라고 아무 생각 없이 올렸더니

갑자기 여러 분들께서 댓글을 답니다. ‘응원, 홧팅, 나도 껴주라’ 등등.

이거 말 한번 잘못했다 등 떠밀려 빼도 박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번 거금도 도보여행을 했지만 안 걷던 사람이 장거리를 걸으니

왼쪽 고관절 부위에 가벼운 통증이 일어나 쉬엄쉬엄 걸었던 것인데, 에이 안 되면 중간에 버스타지~

 

 

 

(여행가서 자기 위치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 지도가 번거로워

미리 인터넷에서 거리와 지형지물을 적어 가지고 간 메모, 결과적으로 옆길로 빠지지 않고

일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터미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장마차. 뜨끈한 국물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지요.)

그래도 행동으로 옮기는 건 항상 망설여지는 법입니다.

새벽 첫차가 4자리밖에 남질 않아 맘 변하기 전에 후딱 예약을 해버립니다.

지하철 첫차가 대개 5시 반에 노선 중간 중간에서 출발을 하니

출발시간 맞추려면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이라 여유를 갖고 4시 반에 출발하여 동서울터미널에 이르니 5시 반. 아직도 40분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엊저녁 동문모임에서 먹은 술의 숙취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하지만 포장마차의 뜨끈한 우동도 그리 땅기지 않습니다.

 

 

(사람들 매우 부지런 합니다. 설악으로 가려는 등산객들)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다라는 우스개가 전해 내려오는 원통)

새벽차들이 만차가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설악쪽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플랫홈에 가득합니다.

앞 유리창에 홍천, 인제, 설악, 대진이 써있는 내가 탄 버스는

그뿐만 아니라 원통, 무슨 리(里), 무슨 리까지도 아주 친절하게 들락거리며 간성까지  갑니다.

덕분에 공식적으로 3시간이라는 소요시간이 30분 이상 더 걸립니다.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들깨나락을 쌓아놓은 마을길)

 

 

(가진항으로 가는 길섶에는 습지가 잘 발달돼 있습니다.)

 

간성에서 가진항으로 가는 길은 축산단지입니다.

커다란 축사에 그야말로 제대로 한우들을 키우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사료를 안 먹을 리 없겠지만 논에서 베어낸 볏짚을 먹는 모양에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시멘포장도로 곳곳에 베어낸 들깨를 말리고 있고 간혹 들깨 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볏짚을 먹고 있는 한우들. 사료가 아니기에 더욱 따뜻하고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멀리서 보니 군인들인 줄 알았는데 나와 같은 도보꾼들.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아숩다.)

경운기에 배낭을 걸쳐놓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는데

저 멀리서 분대 규모의 군인들이 정찰대형으로 걸어오는 게 보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다 신분증을 놓고 온 게 생각나 그대로 지나치려니

군인이 아니라 중장년층의 도보여행 무리였습니다.

길은 관동별곡 8백리길, 46코스 등 여러 가지로 불리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부산 오륙도 공원을 기점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km 동해안 길을 10개의 구간으로 나누고

각 구간을 또 몇 개로 세분화 시킨 게 코스, 이 모두를 합쳐 해파랑길,

각 지자체에서 특성에 맞게 따로 이름을 붙인 게 고성의 경우 관동별곡 8백리길입니다.

(해파랑길 : http://www.haeparanggil.org/ )

 

 

(어디론가는 닿아있는 길. 휴가철이 아니라 그 길은 나만을 위한 길이 되었습니다.)

 

(공현진항)

 

(들기도 힘든 방어가 수조에 가득합니다.)

배가 들어 온 공현진항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갖 잡아온 커다란 방어를 분류하고 수조에 집어넣느라 정신이 없는데

 사람 팔뚝 길이만한 통통한 고기가 날뛰는 모양은 볼만한 구경거리입니다.

접안시설엔 배 한척마다 하나씩 부스를 만들어

겨울에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화로를 도열시켜 놓은 게 재미있습니다.

 

 

(접안시설마다 설치해놓은 추위를 덜기 위한 작업장용 화목난로)

 

(강원도 막장이면 된장찌개를 시켜 먹었을텐데)

항구 근처에 낚시방을 겸한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장칼국수가 뭐냐 물으니 지금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만 된답니다.

강원도 막장으로 끓인 된장찌개가 아니래서 김치찌개를 시킵니다.

깔끔한 밑반찬에 괜찮게 끓인 김치찌개를 아점으로 맛있게 먹고 다시 출발합니다.

 

 

(낚시꾼들과 동네주민들이 애용하는 작은 식당이지만 허기 달래기 딱 좋습니다.)

 

(해수욕장 화장실 문짝에 붙은 경고문. 글쓴 당신은 관음증 환자?)

 

(고구마 농사 아주 잘 됐습니다.)

 

(수중침투 방지용 차단벽)

 

(여름엔 발디딜 틈이 없었을 것 같은 해수욕장의 빈의자)

 

동해안은 철조망을 많이 걷어내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철조망이 남아있어 이런 곳은 우회를 해서 통과해야 합니다.

철지난 송지호 해수욕장엔 빈 몽고텐트와 철조망이 어우러져 을씨년스런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오토캠핑장은 아니지만

솔밭에 모닥불을 피고 간이의자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는 캠핑족이 광고의 한 장면처럼 다가옵니다.

 

 

(어느 캠핑족이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 광경은 본인보다도 보는 사람이 더 즐겁지요)

 

(해저 심층수를 퍼올리기 위한 파이프 라인인 듯 싶은)

고성엔 곳곳에 해저심층수 연구소 등 그와 관련된 건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내 짐작에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파이프로 보이는 시설물도 백사장을 가로질러 보입니다.

날씨가 흐려도 방파제와 바위, 백사장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 스쿠버족들이 보입니다.

특히 스쿠버클럽은 예전보다 많이 눈에 띕니다.

 

 

 

 

(날씨가 흐리지만 걷기에는 딱 좋은 날씨입니다.)

 

(어느 집 담장에 탐스럽게 피어있는데 안 찍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야기하는 아주머니들 마저 허수아비가 된 듯 합니다.)

 

(전에 별로 볼 수 없던 스쿠버클럽이 많이 생겼습니다.)

 

 

(천학정에서 사과 한쪽을 베어먹고)

 

(현대전에 대전차 장애물이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몰라도 여행객에겐 그것도 하나의 정겨운 시골 경치입니다.)

 

(텃밭 가꾸듯 욕심부리지 않고 오밀조밀 뭘 많이도 심어놓았습니다;

전 넓다란 경작지보다도 이렇게 가족이 가꾸는 텃밭에 정이 더 갑니다.)

 

(이 큰 어망 어디를 보수해야하는 걸까요? 곁에는 잘라낸 어망조각들이 놓여있고

당연히 막걸리통도 있었지요.)

 

드디어 봉포리를 지나 속초로 진입합니다.

예상대로 왼쪽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좀 오긴 하지만 조금씩 쉬며 걸으니 그런대로 견딜 만합니다.

도로를 따라 계산하면 25km정도 되겠지만 해안을 따라 들랑날랑 하며 걸으니 30km정도는 되겠지요?

계속 걸어 들어갈까 하다가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으로 향합니다.

 

 

(양미리를 꿰고 있느 아주머니들, 자고로 수컷은 이런 일에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

 

(수많은 더러운 발자국으로 어질러진 모래밭은 밤사이 이렇게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냅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감히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고 차유할 수 있을까요?) 

 

 

(여행은 틀로부터의 탈출입니다. 우리는 늘상 그것을 꿈꿔오면서도 막상 그 틀을 벗어나면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래서 또 다시 부랴부랴 그 틀로 돌아가려 안달을 합니다.

저 내버려진  장화 한짝은 그런 여행자의 속마음을 나타낸 것일까요? 

안주하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

 

(청간정)

 

예전에 얼핏 보았던 냉면과 수육을 함께 주는 식당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대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튀김집으로 들어가 오징어순대와 왕새우튀김을 시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스티로폴 접시에 담긴 포장용 순대를 랩만 벗겨 갖다 줍니다.

“아줌마, 이거 뎁혀줘야지?”

아줌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원래 그렇게 나온답니다.

같이 나온 튀김은 껍데기만 덥혀지고 속은 차고 간장엔 파도 없습니다.

더구나 살은 땡땡 굳어 납품받아 살짝 튀겨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뜨내기장사라 해도 그렇지 이거 너무 합니다.

 

 

기분을 망치고 나니 사우나로 가서 몸 풀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터미널로 가서 빈자리 남는 거 얻어 타고 서울로 올라옵니다.

터미널 근처에 있는 친구를 불러내어 맥주 한잔하니 그제야 기분이 좀 풀어집니다.

“친구! 밤늦게 미안하이~”

 

대략 2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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