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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옛날 멸치국수

fotomani 2015. 9. 17. 13:41



아침 운동을 마치고 주민등록을 떼러 주민 센터로 가는데 '옛날' 멸치국수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옵니다. 그냥 국수집도 아니고 '옛날'에 '전문점'씩이나.



'옛날'엔 요즘처럼 기업체에서 만든 깨끗한 포장의 말린 국수가 있던 게 아니라

시장에 조그만 국수가게를 열고 반죽을 해서 기계로 뽑아 내면 마당이나 길거리에

빨래걸이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널어 자연 건조시킨 소위 기계국수였지요.

그렇게 말린 국수를 종이에 둘둘 싸서 작두로 잘라 팔았습니다.

사진은 재래시장에서 찍은 것인데 규모가 꽤 되는 제분소 앞에 진열된 국수들입니다.

종류가 엄청 많지요? 저기 보이는 옥수수 국수는 짬뽕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마라탕면에 넣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아침을 거르는 편인데 그 '옛날'이란 단어에 혹해서 들어갔더니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두 테이블에 손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동네 국수집치고는 깨끗한 편입니다.



전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수를 별로 좋아하질 않았는데, 군의관 시절 '짬밥'이 질리면

부대 앞 조그만 민가로 내려가 즉석에서 삶은 멸치국수를 신 김치 한 조각과 함께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맛 들였습니다.  그 땐 국수에서 밀가루 군내가 나는데도

하긴 군복만 입혀놓으면 뭔들 맛이 없겠습니까?



정말 옛날식으로 조촐하게 국수가 나왔습니다. 김과 달걀지단이 있는 것만해도 감지덕지.

요즘 국수는 면발이 좋아 먹을 동안 졸깃한 탄력을 계속 유지하는데

요즘은 비만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으니 곱배기 말고 그저 조금씩 드는 수밖에... 쩝.



최소한도 이 정도는 돼야 하는데요.  새마을식당 멸치국수로 고기 먹다 남은 파절이를

넣고 먹으면 맛이 죽여 줍니다.



양념장을 넣고, 절인 고추 다재기가 들어 가야 칼칼하며 맛있는데...

국수가 맛있어야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그러나 기계국수 파는 유명한 국수공장이

아직도 전국적으로 몇집 성업 중에 있습니다.

대부분 60년대 분식장려 운동 덕에 생긴 집으로 보면 얼추 맞을 겁니다.  



예의 김치를 넣어 국수와 함께 먹습니다. 잡다하지 않고 맛이 깨끗합니다.

조선시대에는 밀가루가 귀해 국수는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답니다.

그래서 잔칫날 국수를 내었는데 긴 국수가닥은 장수를 의미해서 

당나라 사람들은 국수를 長壽麵이라고 불렀답니다.



집에서는 시어빠진 김치를 다 먹고 김치국물이 남을 때 여기에 국수를 말아 먹거나

애가 선듯 미치게 국수가 먹고 싶을 때 물을 끓이고 봉다리에서 한줌 주욱 뽑아 삶아서

아무 국물에나 간단히 말아 먹습니다. 국수란 놈이 까탈스럽지가 않아 

웬만하면 다 먹을 만 합니다.

<옛날멸치국수전문점  02-745-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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