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이 2층에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지요. 아침에 운동하고 오다 한번씩 보고는
'이따 점심 때 한번 와봐야지'하다가 차일피일 미루곤 하던 집입니다.
요샌 무슨 '~이야기'라는 상호를 잘 갖다 붙이는데 그래도 여기 가면 뭔가 있지 않을까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상호입니다.
요즘 날씨가 무척 더웠지요? 가까운 라멘집에 가니 메밀소바는 '여름'에만 한답니다.
'5월말은 여름이 아니란 말이지?' 그제서야 꿩대신 닭이라고 이집이 생각났습니다.
메밀국수 양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아줌마 혼자 서빙하느라 바쁜지 못들었는지
대꾸가 없습니다. "메밀 두울~, (앞테이블 보니 비빔이 맛있겠네) 하구 비빔 하나!"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먹어보고 시키지, 주먹밥까지 주는데...
나중에 시키면 시간이 걸리고, 아니 그것보다 예전에 메밀 판을 쌓아놓고 먹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서 그렇지요. 그땐 왜 그리 양이 작았는지~,
근데 이 많은 이걸 우짠다냐? 판모밀 둘, 비빔 하나에 주먹밥 여서엇~
면이 불을까봐 일단 비벼놓습니다.
돌아가는 삼각지 고가가 있던 오래 전 얘기입니다. 지금은 육군본부가 어디로 옮겨 갔지요?
하여간 저녁때 왜 거길 갔는지 모르겠는데 배가 고파 정신없이 눈에 띄는 중국집으로
들어가니 구석자리에서 군인아저씨가 커다란 짜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맛있게 삽질하고 있습니다.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메뉴판 볼 거 있나요? "여기도 짜장 곱배기 하나~"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인 아저씨가 멜라민 세숫대야 하나 가지고 옵니다.
군인들이 많은 동네니 양도 많았던 모양이지요?
이 동네에선 커다란 대접이 보통이고 세숫대야가 곱배기였던 모양입니다.
제가 먹는 걸 남기지 않는 성격이라서 사람으로 들어갔다가 돼지가 되어 나왔습니다.
그건 그렇고 메밀 둘과 비빔 하나는 어떻게 했냐고요? 먹었지요. 대신 계산하면서
"아! 온다던 놈이 왜 안와!" 괜히 화난 척하며 계산했지요. 아이고 배불러~
오랜만에 사무실 뒷골목에 갔더니 새로 국수가게가 생겼습니다.
'광희동이라면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넨데...
영업시간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그것도 11시부터 3시?'
맛이 있는지 사람이 꽤 됩니다. 주인 부부와 아줌마 한 분.
주문을 받으면 그때그때 반죽을 가져다 국수기계를 돌려 면을 뺍니다.
닭칼국수 하나 시켜 다 먹고 셀프서비스 밥 한 그릇까지 먹으니 뽈록 횟배가 돼버렸습니다.
사실은 이 MSG가 들어간 듯한 이 백김치와 배추김치가 맛이 있어 밥 한 그릇 더
욕심내게 된 것이기도 하고, 괜히 안먹으면 손해본 것 같기도 해서, 뷔페심리지요.
전 MSG를 무조건 죄악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맛있게 먹었으면 그게 감사한 거고 고마울 따름이지요.
대중식사에 해로운 것 따지자면 엄한 MSG 말고도 지천입니다.
이번도 고리짝 얘기인데 을지면옥이라는 평양냉면집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지요.
전 냉면집에 가면 의례 사리 하나 더 추가시키는 버릇이 있는데, 처음 간 그 집에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습관적으로 곱배기를 시켰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난 한가한 시간이라 서빙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주방 입구에서 수다떨다가
곱배기란 말을 듣더니 모두 저를 쳐다보는 겁니다.
'수육을 하나 더 시킬 껄 그랬나?'
이윽고 나온 곱배기는 양이 엄청났습니다. 아줌마 아저씨들 마침 심심하던 차인데
구경거리가 생겼습니다. 냉면에 다른 사람들은 식초 넣고 겨자 넣고
이제 막 비벼서 먹을라 치면, 간에 기별도 안간다는 듯이 젓가락을 빨리 놓는 편인데도,
실실거리듯 흘끔흘끔 쳐다보는 시선을 온몸에 받으며 먹는 곱배기 맛이란...
방광이 터질 듯 요의를 느껴 염치불구하고 만원버스를 정차시켜 길 옆에서 급하게
소변을 보려고 지퍼를 내렸는데, 등뒤로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 볼일을 보지 못하는
그런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거 먹느라 혼났습니다.
값 올리느라 낯 간지럽게 내용물 줄이는 요즘에야 그렇게 줄 리도 없지만
그래도 혹시 준다면 '어서 옵쑈~' 하고 입이 좌악 찢어져서 꾸역꾸역 감사히 먹지요.
냉면 금새가 금값인데...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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