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초반에 비 소식이 없었더라면 옥상 방수를 일찍 마감하고 연휴 후반부에
2박 3일 정도 동해안 바닷길이나 남해 섬 일주하려고 했었습니다.
옥상 작업이 지연되는 바람에 꿈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가 월요병이 심해 출근 전날은 집에서 쉬어야 고질병 증상을 좀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출근 전날까지 여행을 하기는 무리라 하루라도 한번 걷고 오자 마음 먹었지요.
결국 들썩이는 엉덩이를 어쩌지 못하고 철원행 시외버스를 타러 수유역으로 나갑니다.
지난 봄 철원 비둘기낭 폭포, 주상절리를 보며 직탕폭포에서 고석정까지 걸으려 작정했던
곳입니다. 수유역 시외버스는 8사단 군의관으로 복무시 애용하던 시외 정류장이었는데
이젠 매표소도 없고 올라 타면서 카드로 결제하랍니다. 하긴 그게 벌써 40년이나 됐으니.
2시간 걸려 철원(동송) 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군용품을 쉽게 볼 수 있으니 역시 전방입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직탕폭포가 있는 한탄강변으로 농촌버스를 타고 가려니
40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어차피 걸으려고 나왔는데 4 km 정도 지방도를 걷습니다.
아무리 도상훈련을 하고 나왔어도 걷다보면 들판에서 길을 잘못 들기 쉽습니다.
계속 스마트폰의 맵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걷습니다.
걸어온 길 뒤로는 철원읍 뒷산인 금학산이 구름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드디어 직탕폭포입니다. 저렇게 가로질러 생긴 폭포 보기 쉽지 않지요.
선점한 땅이긴 하겠지만 이런 곳은 보상을 해주고 주변 20 미터든 30 미터든 영업집이
들어서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이동 계곡도 다닥다닥 영업집들이 들어서 마치
자기 땅처럼 콘크리트로 기단 쌓고 평상 놓아 사람들이 들어가기 힘든 곳이 많습니다.
여름이면 여기 사람들로 발 디딜 자리가 없습니다.
이것만 보면 나이야가라가 어쩌구 해도 모를 정도입니다.
제가 걸은 길은 칠만암-직탕폭포-송대소-고석정-승일교-순담계곡으로 이어지는
한여울길 1코스의 일부입니다.
강 건너편에는 층층이 길과 울타리가 보입니다.
택시가 서더니 군인 몇이 내려 태봉교를 건너 갑니다. 부대 앞에서 내리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졸병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인가요?
한가운데 왼쪽으로 나온 철 구조물은 번지 점프대입니다.
경치가 좋으니 그림같은 펜션이 들어서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요.
송대소입니다.
한반도 지형이 이곳에도 있습니다. 땅 대신 강물로.
한 무리 도보꾼들을 만납니다.
"직탕폭포까지 멀어요?"
"아니요, 금방인데요."
"길에 그늘이 없이 다 이렇게 땡볕인가요? 더 편한 길 없는가요?"
하마터면 '차부에서 택시 불러드릴까요?'할 뻔 했습니다.
지난 번 연천 차탄천 주상절리보다도 깨끗하고 볼만 합니다.
다만 탐방길이 윗 사람들 얘기대로 그늘이 없고 잡목때문에 감상하는데 지장이 있습니다.
간간히 그늘을 만드는 수종인 느티나무와 視界를 정리하면 심심하지 않고
'겨울에 강이 얼면 계곡에서 양쪽 절벽이 볼 만하다'라는 주석을 따로 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고석정랜드에는 주차장, 호텔, 유원지에 가려 귀퉁이에 있는 고석정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계곡 아마 순담계곡쯤 될 것 같은데, 정말 좋습니다.
유람선도 운행하는군요.
고석정랜드 주차장은 <철원 안보 견학 접수처>가 있습니다.
수시로 떠나는 버스에 탑승하여 약 3시간 정도 민통선 속에서 관광할 수 있습니다.
더 걸으려 해도 배가 고파 도무지 못 참겠습니다.
아니 버켓리스트에 넣어둔 막국수때문에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지 않고
농촌버스를 타고 신철원으로 들어와 전에 들렀던 막국수집에 들릅니다.
비빔으로 시켜 먹는데 왠지 맛이 덜합니다.
나중에 보니 전에 갔던 <철원막국수>집을 다른 곳과 착각하고 들어간 겁니다.
아니면 참기름 넣는 걸 깜박해서 맛이 덜했거나...ㅠㅠ
이게 전에 먹었던 비빔 막국수입니다. 오죽했으면 그 좋은 반주도 마다했을까요?
서울로 와 친구와 당구 한판치고 오븐통닭과 생맥주로 보상해줍니다.
먹는 게 만족스럽지 못하면 몸부림치는 못된 성격 같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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