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2시에 모임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어정쩡해서 뭐 할까 하다 꽃 보기 이르긴 하지만 혹시나 하며
창경궁을 돌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창덕궁 흥화문을 들어서자마자 옥천교 곁에 매화 한 그루 활짝 피었습니다.
재작년 겨울 추위로 혼나서 지난 겨울이 너무 감사하고 봄이 왔는데도 또 겨울이 오는 거 아닌가
노심초사할 정도입니다. 봄 가을이 길었으면 하는데 벌써 달력은 3장이 날라 가고야 말았습니다.
다음 번에 먹어야지 하다 놓쳐버리는 매화 홍단띠처럼 봄은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액땜쟁이 도깨비도 잊지 않고 찾아와 준 봄을 즐기는 듯 합니다.
꽃샘 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틈새로 꽃들이 고개를 내밀어 심심치 않네요.
멀리서 흘깃 보고 자작나무나 물박달인 줄 알았는데 백송입니다.
온실에 핀 명자나무 꽃입니다.
창덕궁으로 넘어가는 함양문에 매표소가 있습니다. 창경궁 홍화문에서도 그랬지만
어린이, 동네 주민까지도 할인이 있는데 그 이상은 보이질 않습니다.
64세를 넘으면 투명인간인 모양입니다. 공짜랍니다. 넘어가야지요.
운현궁을 나와 모임에서 디저트로 먹을 떡을 사 들고 전철을 탑니다.
먹을 떡을 바닥에 놓기 찜찜해서 선반 위에 올려놓고 지뢰찾기로 시간을 죽입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내립니다. '뭐야? 뭐야', '본 열차는 당역이 종점인...'
부랴부랴 이어폰을 챙기며 후다닥 내립니다. 다음 차를 기다리며 다시 시간 죽이기를 하려 하니
눈 앞으로 젊은 부부가 보따리를 하나 들고 지나 갑니다. '아차! 떡 보따리...어쩌지? 어쩌지?'
역무실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벽에 전화번호가 적혀있습니다.
다급하게 외치니 마치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직원이 열차로 가고 있으니 걱정 말랍니다.
종점에서 하는 일상적인 절차인 거지요. 나 말고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은 무심하게 활짝 피어 있습니다.
이래서 꽃은 차도녀가 될 수 있습니다.
뛰어 다녔더니 허기집니다. 그러나 액땜한 떡이니 그거 드신 분들 모두 행복해지실 겁니다.
이번 주말부터 벚꽃이 만개할 겁니다. 꽃놀이 패면 뭐합니까? 먹어야 점수가 나지요. ^^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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