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이 휴관하여 본의 아니게 평일에도 새벽에 8-9 km 산책을 합니다.
그래서 잠재우는 사진이 많아지네요.
아직 벚꽃이 만개하긴 2-3 일 정도 빠릅니다.
개화 시기 뉴스는 코로나에 치어 많이 접할 수도 없습니다. 꽃구경 한다는 말이 죄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냥 조용히 사람 많지 않은 때 걸으며 꽃을 볼 수 있으면 더 좋고... 해서 중랑천변을 걷습니다.
사실은 어제 친구와 이미 토요 당구를 쳤는데 아침 일찍 좀 걷고 사우나 하고 먹기 의정부가 존데, 갈래?
하고 꼬이니 '일찍'은 힘들고 어쩌고,
즉답은 없이 전에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먹은 닭똥집이 맛있었다고 기억을 더듬습니다.
그뢔요오~~? 희망이 보입니다.
그래서 사우나에서 同浴?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뚝방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연신 날리니 반응이 옵니다.
'목간하려면 11시까지 의정부역으로 가면 되나요?'하면서 까꼭 까꼭 찌가 움직입니다.
'11시면 늦는데? 10시.'
'그럼 10시 반'
그런데 걷지도 않았는데 굳이 서로 처진 궁뎅이를 보며 벌거벗고 목간할 필요 있나요?
종합영어 대신 핵심영어로, 찐빵 껍데긴 버리고 앙꼬만 빼 먹지요.
'목간 안 할 거면 11시'
며칠 전 비 오는 아침보다 색감이 더 좋고 솜털도 포근해 보입니다.
옛날엔 비스무리 다녔는데 이젠 쳐다 보기만 해도 어지러우니 ㅜㅜ
활짝 피진 않았지만 운치 있는 산책길
모두 다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교행 시에도 거리를 두고 지나칩니다.
좁은 길에선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치 보며 우측, 좌측 버벅거립니다.
이러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눈만 내놓고 숨어서 신호를 송수신하는 네트워트 충(蟲)으로 정의되는 거 아닐까요?
그러지 않아도 카페에서 연인끼리 머리를 맞대고 정담을 나누는 게 아니라
男-스마트폰-테이블-스마트폰-女 순서로 액정 불빛 비친 얼굴들을 흔히 보는데
나중엔 스마트폰을 마주 대고 부비부비하면서 황홀해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빨리 이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고 마스크 벗고 알(얼)굴로 만나 온기를 느껴야 할 텐데
마스크 벗었다고 과다노출로 경범죄 처벌받는 거 아니겠지요?
이제 걷기가 거의 끝나 의정부로 진입합니다.
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르지 않네요. '마, 떨어져!'
잘 가는 사우나로 가서 씻고 안마 의자 한번 때리고
머리는 겁나서 아직도 깍을 엄두를 못 내고 문을 나섭니다.
'어디?'
'전통시장 1번 입구'
'내가 거기가 어딘지 어떻게 알아? '
'닭집앞'
뒤돌아 보니 헤벌쩍 싱겁게 웃고 있습니다.
'여기 닭날개 하나 닭똥집 하나~~'
태진아도 하나 주세요~ 작명을 잘해야 매상이 오릅니다.
똥집은 식기 전에 들어야 제 맛이지요.
백종원 레시피는 프라이팬에서 닭똥집과 마늘편을 볶아 맛소금 뿌려 먹는 것인데 100% 공감합니다.
볶음으로 채소를 넣고 볶아봤자 똥집엔 간이 배질 않아 서로 따로 놀기 때문이지요.
닭똥집은 씹는 맛입니다. 사각
양이 많아 보이게 아치형으로 쌓아 놓은 닭날개. 튀김옷에 간이 약간 돼 그냥 먹어도 심심하지 않네요.
12시 채 되지 않았는데도 가족 끼리, 연인 끼리, 혼자 와서 날개와 다리를 반반 씩 섞어 한 접시 놓고
이스리 하나 뽀개시는 신사분, 사람 사는 맛 나네요.
이 집도 열지 않았으면 포기하려고 세 번 째 들른 당구장에서 한판 때립니다.
다음을 위한 건수 만들기입니다.
'또 먹냐?' '언제 일부러 와서 먹어? 왔을 때 조금 더 먹고 지비 가서 자빠져 푹 자.'
지난 번 먹은 군만두와 짜장 대신 군만두와 찐만두로 한 가지 바꿉니다.
지난 번 예상한 대로 잘하기는 하지만 다시 찾기엔 뭔가 짙은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주방장겸 사장님이 마침 떨어진 젓가락을 보충해주려 왔기에
파보다 부추를 넣는 게 더 낫지 않겠냐 했더니 부추도 들어갔답니다.
부추가 보이나요? 난 부추가 안 보이는데...
오늘 제목이 그래서 좀 느끼했습니다. ㅎ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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