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며 헬스장이 문 닫은 게 3월 24일(화)부터 였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마치 숙제하는 것 같아서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 않으면 며칠 사이에 근육이 수축될 것 같은 초조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헬스 조바심증이랄까요?
4월 5일부터 또 다시 연장된 헬스장 폐쇄가 자율적 조치인 지 모르겠으나
병원을 이전하여 동네 헬스장으로 옮기려고 하니 좁은 실내가 꺼려져 아직 등록을 망서리고 있습니다.
헬스장을 못나가니 주로 동네 주변을 돌던가
수지에 있는 친구에게 간 김에 탄천을 걷고 오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하루가 멀다하고 오늘(4/9)까지 8-10 km 전후로 걸은 궤적들이 바로 윗 그림입니다.
위 리스트에서 보다시피 사람이 거의 없는 5시 전후에 집을 나섭니다.
2주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긴 하지만 봄은 변화가 많아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갖가지 꽃들이 피고 집니다.
어제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요즘 어떠냐고요. 나야 이전 개업하면서 코로나를 얻어 맞았으니 완전 박살났지요.
그러나 어쩝니까? 누구 잘못이랄 것 없이 전세계적 공황 상태이니 어디 원망할 데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 상처를 받고 있지만 그저 빨리 지나가길 바랍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 하니 물리적 거리 두기 뿐만 아니라
안부 묻는 것조차 불편한 심기 건드리는 것 같아 망설여지니 이러다 마음의 거리까지 두는 것 아닌가 합니다.
지금 경제 활성화나 재정 건정성을 따지는 건 사치입니다.
그전에 이 사태 진정시키는 게 시급한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코로나 상황은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 나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경제 회복이 우리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입니까?
코로나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이 5000조 원이라는데 천문학적 단위라 무지렁이야 가늠조차 할 수도 없습니다.
식당에 가봤더니 손님 하나도 없더라는 게 차라리 더 피부에 와 닿는 말이지요.
그게 어디 식당 뿐이겠습니까? 코로나는 차별도 없고 나 혼자만의 고통도 아닙니다.
외신은 온통 국뽕이고 올림픽을 몇 번 치뤄도 이루지 못할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 선진국조차 - 3~4%, 심지어 -25%에 이른다고 하는데 우리가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와 개인의 지표가 다르니 사회 구성원으로써 개인의 근심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질 리 만무입니다.
수출이 되질 않고 경기 침체되니 내수진작이라도 해야 할 텐데 인구 절벽에
이전 정부에서도 잘 되지 않던 내수진작인데 지금이라고 말처럼 나아질 리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으니 정말 죽을 노릇일 겁니다.
현 사태를 어떤 이는 3차 세계대전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총칼만 없을 뿐 전쟁에 버금가는 치사율을 보이는 바이러스와
거의 모든 나라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비유지요.
정말로 미국,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보여주는 확진율과 치사율을 보면 겁이 납니다.
만약 우리도 그렇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시민의식을 견지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곡선 들 중에서
평탄한 기울기를 보여주고 있는 우리의 곡선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씨젠이라는 진단시약을 만드는 회사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신 바 있습니다.
지난 해 말 중국에서 원인불명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을 보고 미리 시약 개발에 나서
5-6 시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과 사용 승인이 불과 2개월 만에 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회사 대표가 인터뷰 중에 보여준 기업경영 철학은
여러 사람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덧붙여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코로나 19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 보다 정확한 진단키트와 치료제 개발에 획을 그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논문이 세계적인 생명과학 학술지인 셀(Cell)지에 게재 신청 한 달도 채 안 돼
온라인판에 실린 것은 시의적으로 중요한 연구결과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것입니다.
이런 성과는 연구에 참여한 교수들은 물론 질병관리본부, 기초과학연구원
모두가 합심하여 이루어낸 것이기에 더욱 빛납니다.
2월 말이었던가요? 대구에서 신천지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부족하여 정신 없을 때였습니다. '너나 (대구에) 가라'든가, 정치가가 방송에 나와
'오두방정 떠니 그렇다'라는 등 암울한 상황에서 격려는 못해줄 망정
사람으로써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날려도 속수무책이었던 때가 바로 어제입니다.
어디로 튈 지 모르기에 아직도 안심하긴 이르고 상처가 너무 깊어 언제 복구될 지 걱정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의식, 방역체계, 의료진,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이 있어서 불안 속에서도 든든할 수 있기에 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있기에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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