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교외선 폐선로 - 원당쇠고기국밥

fotomani 2020. 9. 7. 13:30

 

지난번 서삼릉길을 걷고 늘봄식당 육개장을 먹으며 폐쇄된 교외선로를 걷겠다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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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으면 일영역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조심스럽습니다.

사람 왕래가 적은 이른 아침에 코스를 줄여 벽제역부터 출발하여 원당역 부근 국밥집을 향합니다.

 

2014년에 서울 둘레길 의정부에서 구파발까지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의정부에서 송추 간 교외선은 일부만 걸어볼 수 있었고 거의 황폐했습니다.

시골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보랏빛 신호등을 보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곤 했습니다.

 

혼자 생각에 이 좋은 관광자원을 왜 놀리고 있는지 아까웠습니다.

의정부-일산 간 교통수단은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하게 됩니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한다면

버스 배차 시간이 길어 서울 도심을 거쳐야 하는 데 왜 교외선을 활용하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적십자회담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반 통일로로 북한 대표단이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북쪽 사람 얼굴이 새빨갛지도 않고 뿔도 나지 않았다는 걸 안 것만 해도 큰 소득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길이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라는 걸

중국 사신들이 묵던 벽제관 터 기념비가 알려주고 있군요.

 

양주시 장흥면 부근에서 발원하여 일영유원지, 고양시, 파주시를 거쳐 한강에 합류하는

공릉천은 이 부근에서 가장 폭이 넓게 흐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들이 삼송, 원흥 지구입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를 관광자원화하지 못할 원대한 계획이 있었군요.

크게 수도권을 순환하는 철도망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습니다.

저 망이 완성되면 서울 서북권과 동북권을 잇는 일대가 들썩이겠군요.

벌써 땅값 많이 올랐겠습니다.

 

철길을 가로막고 쳐놓은 거미집을 나 때문에 잃고 철거민이 돼버린 거미

 

고양시 전체가 커다란 원예단지라는 걸 말해주듯 꽃밭과 하우스가 많이 보입니다.

 

저 멀리 북한산이 보입니다. 1963년 전원열차라는 별명으로 개통되어 몸싸움을 하면서 올라타느라

연착까지 해가며 송추, 벽제, 일영역에 도착해서 유원지나 계곡까지 가려면 또 한참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몇 시간 놀지도 못하고 어둠이 내리면 열차 시간 맞추느라 라이터 불로 길을 밝히며

역에 간신히 도착해 또 콩나물 열차에 실려 서울역에 도착했던 추억을 어르신들은 갖고 계실 겁니다.

 

개통된 게 전쟁 끝난 지 불과 10여 년 지난 후이니 그 당시 갈 곳이라곤 고궁, 북한산 계곡,

정릉 계곡, 자하문, 남산, 광나루, 뚝섬 정도였습니다. 그때 서울은 4대문안을 일컬었습니다.

그러니 열차로 교외로 나갈 수 있다는 게 보통 사람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짐작이 갈 겁니다.

 

열차는 달리지 않더라도 건널목은 아직 있습니다.

 

신경 쓰고 자리를 잘 잡을 껄! 뙈지가치~

 

가을에 일영역으로부터 다시 한번 걸어야겠습니다.

철길로 자라 나온 잡초를 헤치며 걷다 보니 신발이 엽록소로 분칠 됐습니다.

 

지난주에는 원당 삼거리에 있던 늘봄식당 육개장을 들었습니다.

여긴 원당역에서 홍도동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ㅇㄷ 쇠고기국밥>집입니다.

삽교 한일식당, 장암역 우리나라 국밥, 갓성비 청량리 장터국밥처럼 우거지와 무, 양지를 넣고

푸욱 끓여 걸쭉한 국물에 부드러운 건더기가 특색입니다.  한일식당은 배추 포기김치가 끝내주지요.

 

여기에 들른 이유는 지난번 '빨갱이 육개장'이라 했던 것처럼 빨간 국물이 있어서입니다.

 

잠시 '특'으로 시킬 걸 그랬나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충분히 반주할 수 있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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