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빨갱이 육개장- 늘봄식당

fotomani 2020. 8. 31. 09:33

 

지난 주말엔 서삼릉누리길을 걸었습니다.

삼송역에서 출발해서 종점을 원당삼거리(왕릉골)에 있는 <ㄴㅂ식당>으로 잡았습니다.

모 유튜버가 올린 육개장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육개장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 그때는 이름도 생소한 분식집에서였는데

고추기름 둥둥 뜬 돼지뼈 우린 계란 국물에 고기 고명을 올린 칼칼한 육개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퓨전으로 혹은 시대 따라 변하는 입맛을 맞춘 요즘 육개장보다 원형에 더 가까웠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하여간 이 길은 내가 가끔 걷는 길로 서삼릉과 농협대학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입니다.

http://blog.daum.net/fotomani/70636

 

서삼릉누리길

서삼릉누리길은 14코스로 이루어진 고양누리길 중 3코스입니다. 안내도는 마음대로 그려져 북쪽이 어느 쪽인지 잘 봐야 방향를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잘못 그렸습니다. 아래 쪽이 북쪽입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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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대학 캠퍼스를 둘러보려 했으나 강화된 방역대책으로 외부인 출입금지입니다.

샘터도 코로나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물컵은 당연히 개인 것을 권장하고 있고

대장균 오염됐다 하나 그것은 핑계일 뿐 물로 인한 감염을 우려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맞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지요.

 

무더위와 참기 힘든 지열에도 불구하고 텃밭의 실한 고추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랑의 손길로 돌봐 줘야 합니다.

코로나 스트레스가 너무 길어집니다. 

일상생활 제한과 고통분담 방역 기준에 본능적으로 반발과 자폭이 나타나고 있지만 어쩝니까?

같이 살아야 한다면 내 멋대로 할 수는 없지 않는가요?

 

장마와 태풍과 코로나에도 벼이삭은 패기 시작합니다. 때 묻지 않은 싱그러운 내음이 코를 간질입니다.

 

좋은 관광자원인 교외선(대곡에서 의정부까지)을 왜 이렇게 방치해 놓고 있을까요? 

다음엔 벽제부터 이곳까지 폐선 따라 걸어 볼까요?

 

모던한 인테리어가 화려하진 않아도 깔끔한 주인장 손길이 느껴집니다.

 

국밥집의 김치, 깍두기와는 전혀 다른 예상 밖의 반찬,  아재 취향과는 거리가 있네요.

 

비트 물들인 것일까요? 적양배추 초절임일까요?

아삭한 맛이 살아 있는 깔끔한 맛입니다.

 

연근 들깨 무침인듯한데 먹어보니 들깨가 아니라 콩가루와 마요네즈 무침인 듯합니다.

옆 테이블에선 식사가 끝났는지 일어서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테이블로 되돌아 가더니

남아 있는 연근을 깨끗이 처리하고 갑니다.  "여기요~ 여기도 이거 하나 더 줘요~"

 

식당에 나오는 어묵들은 비싼 게 아니면서도 거칠고 짭짤한 옛날 맛을 지니고 있는 게 많습니다.

이번에 눈치챘습니다. 메이커 문제가 아니라 볶음 과정에서 젓갈과 물엿을 가미한 게 아닌가 하는...

이 모든 반찬을 젊은 사장이 다 직접 만든답니다.

 

식당은 <늘봄챌린지>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육개장, 육개장 칼국수, 하얀 육개장, 사골 만둣국, 돈가스 5가지를 20분 내 들면

도전자 이름으로 지역 재활원에 일정 금액을 기부한다네요.

여기에 도전하였던 걸 유튜브에서 본 겁니다.

남녀불문 푸파(푸드파이터)들은 우리의 서너 배의 양을 한 젓가락으로 들고 먹음직스럽게 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분들의 내장과 괄약근의 신축성에 대해 과학적이고도 항문적인 관심이 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밥은 말아봐야 비주얼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육개장 칼국수를 듭니다. 

건더기 푸짐합니다. 막걸리 달랬더니 하얀 모시 치마끈 동여맨 '월매'가 나옵니다.

 

이 집 반찬이나 육개장이나 인공 조미료 맛이 거의 들어 있지 않습니다.

대파를 위주로 하는 육개장이 대부분 달짝지근한 맛이 강한데 그러지 않고 칼칼한 맛이 기분 좋게 남습니다.

조미료의 감칠맛이 적어 호불호가 있겠으나 제 입맛엔 육개장 본연 맛을 제대로 살리지 않았나 합니다.

더구나 손으로 찢은 양지, 푸짐한 대파, 버섯 한 그릇에 정성과 배부르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 집 육개장, 양념 맛 자극적으로 짙지 않고 적당히 얼큰, 칼칼합니다.

하루아침에 간, 쓸개 빼줄 것처럼 달려드는 친구가 아니라

만나고 나서 며칠 뒤에라야 문득 생각나는 그런 친구 같은 육개장입니다.

하얀 밥알을 적셔 들어가는 빨간 국물에 원초적인 쾌감을 느낍니다.

나, 빨갱인가?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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