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조찬 산책 - 탄천, 해장국

fotomani 2020. 9. 16. 09:19

질병관리본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피로감 속에서도 시민들의 협조가 갸륵합니다.

아니 그보다 손주를 가끔 돌보아줄 필요가 있는 노인들에겐 압박감이 보통이 아닐 겁니다.

일요일 아침 결에 만나 해장국이나 하며 얼굴이나 한번 보자던 형과의 약속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습니다.

마침 장조카도 가족 점심 약속이 있어 함께 하려 했으나 형은 연로한 형수 때문에 더더욱 안된답니다.

조심하자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허겁지겁 뱉은 말을 수습하고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자니 뺀질이 숙제 안 하고 개학 맞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밤에 다시 연락해 아침 일찍 동천역 부근에서 그야말로 '간단하게' 만나자 약속합니다.

정자역이나 이매역쯤 도착해서 탄천변을 먼저 걸고 약속장소 갈 예정으로 동트기 전에 버스를 타고 30분,

'지금 깨있으니 시간을 당겨 만나도 된다'고 문자가 옵니다. 역시 우린 쉰세대.

 

해장부터 하고 산책하며 먹은 걸 태우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첫 사진에 음식부터 올리는 건 동물왕국 같아서 걷는 것부터 올리겠습니다.

자신의 뒷모습은 낯설면서도 신기한 것인데 사랑의 눈으로 형이 찍어주니 秀作입니다.

'내가 저렇게 멋찐 노미였써???'

 

코스를 거꾸로 잡아 동천역 부근 <ㅅㅂ해장국>에서 만나 식사하고 거기서 정자역 쪽으로 걷습니다.

동천역에서부터 걷게 되면 광교산 동막저수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탄천 지류 동막천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천변 산책로는 뙤약볕이라 뚝방 그늘 길을 택합니다. 

 

8월이 끝나자마자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와 낙엽에 아름다운 물을 들이고 영롱한 이슬을 내립니다.

 

천변에 나무를 심으면 저렇게 보기 좋고 그늘을 만들어 주는데 왜 뙤약볕으로 방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비 온 것 같지 않은데 하늘 참으로 맑습니다. 이날 하늘 사진은 페북이나 카톡에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처럼 느끼는 감정은 모두 같습니다. 이 부근에서 형과 작별하고 좀 더 걷습니다.

 

이 풀의 이름이 우리말 '수크령'인데  '그령'이란 풀이름에서 기인한 것이라 합니다.

'그령', '그르영'은 묶다는 뜻이며  동물을 낚아채기 위해 풀을 묶는데서 비롯됐다 합니다.

그게 뭐냐고요?  결초보은을 이 풀로 했을 거란 말이지요.

 

얘네들은 아침부터 이렇게 날개를 활짝 펴고 깃털을 말리는 건지 뭐를 자랑하는 건지

 

이매역이 가까워 오며 잘 다듬어진 공원 모습으로 변합니다.

 

가족과 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올 추석은 못된 역병 덕분에 역설적으로 시월드나 처월드란 말도 쑥 들어가겠나요?

아님 부부싸움이라도 줄어들까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은 영원한 나의 벗입니다. 

나도 幽宅에 타임캡슐을 만들어 그동안 썼던 카메라, 스마트폰, HDD들을 영구 보관할까요?

 

분당 지하철역 이름은 여자 이름 닮은 게 많다더니 과연 그러합니다.

이매, 서현, 수내, 정자 등등

 

전에 친구와 만난 부근 양평해장국을 <ㅅㅂ해장국>으로 착각하고 여기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름과 전번을 적고 자리 잡는데 손님들도 알아서  자동으로 테이블을 건너뛰고

멀찌감치 지그재그로 자리 잡습니다. 기본 찬이 괜찮습니다. 

 

대파와 청양, 고춧가루를 얹은 해장국, 조금 이따 헤쳐봐야 정체를 알 수 있겠습니다.

 

무생채가 돋보입니다. 도봉구 몇몇 고깃집에서 무생채와 함께 등심구이를 먹었는데

이렇게 국밥에 생채를 넣어 들더라도 짜거나 맵지 않고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

 

일단 국수부터 넣고

 

바닥엔 커다란 선지를 담고 육개장처럼 양지를 찢어 넣고 내장과 우거지가 푸짐하게 들어 있습니다.

육개장처럼 칼칼하거나 맵지 않고 양과 곱창은 부드럽습니다.

육개장과 내장탕의 콜라보, 영화 '데미지'가 왜 떠오를까요?

각기 매혹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인데 둘이 열연하는 걸 보면 '영화니까'를 되뇌게 만듭니다.

 

이매에서 종점 왕십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 

 

 오른쪽 어깨가 결리며 통증과 동작 제한이 생긴 게 벌써 1년입니다. 운동으로 좀 나아진다 했는데

코로나로 생활이 불규칙하게 되며 컨디션도 오르내리를 반복합니다. 여기에 좋은 게 물안마입니다.

냉탕에 센물 줄기가 뿜어 나오는 걸 말하지요. 수압 괜찮은 데가 중계동, 청량리에 있습니다.

몸도 찌뿌드드한데 청량리 사우나에서 냉온탕 열처리하고 

명태회 들어간 봉평 메밀막국수로 마무리해?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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