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2020 추석

fotomani 2020. 10. 7. 10:00

첫날 - 영락동산

 

추석 전날 새벽까지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코로나가 운신 폭을 제한합니다.

집에 있어봐야 걸리적거릴 뿐, 한동안 뜸했던 산소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사릉역까지 버스나 전철이나 대중교통으로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전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망우역에서 전철을 갈아타려는데 안전문에 붙어 있는 詩입니다.

치받기까지 할 생각이었다니 이분 성깔 있으신 모양입니다. 

요즘 같은 때 같잖은 말에 점잖게 말씀드려도 사이코 같은 사람들이 많아 험한 꼴 봅니다.

이젠 '이렇게 하면' 생각도 힘들어서 모르는 척 지나치던가 진흙탕에서 빠져나옵니다.

 

역이 있는 마을이 역촌, 당연한 건데 그걸 역촌동만 생각하고 새삼스럽게 놀라다니.

사릉 폐역사는 표지판만 있고 '부동산백화점'이 떠억 들어서 버렸습니다.

 

울버린은 액션으로  '가세손'은 미용으로 이름을 떨쳤었지요. 가세손이 생각나는 상당히 고전적인 조경수입니다.

 

벌과 호박과 대추만 무심하게 풍요롭습니다.

추석이 그리 이른 것도 아닌데 올 대추는 모두 퍼렇습니다.

품종개량을 얼마나 잘하는지 사과대추라는 건 거의 방울토마토만 하더군요.

IMF에 날아가버린 정말로 아까운 홍농 종묘를 위시한 한국 종묘회사들이 떠오릅니다.

 

광해군 묘. 왕이 된 남자. 알현하려해도 아쉽게 영락공원 쪽 출입문은 항상 닫혀 있습니다.

 

영락공원 묘역 중 가장 전망이 좋은 한경직 목사 묘소에서 보는 전경입니다.

그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묘역은 너무나 수수합니다.  그분 뜻이겠지요.

 

아침저녁 쌀쌀한데 아무리 백일 간다는 배롱꽃이라도 아직까지 피어 있다니.

 

진접 쪽으로 내려오며 어느 집 담장에 피어있는 꽃

 

'엄니, 나와써요.' 너무 오랜만에 뵈어서 어머님이 '누구세요?'하신 것 같습니다. 나쁜 놈이지요.

"..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 형 아프다..."

테스 형, 나도 곧 가요. 그날 봅시다.  그런데 우째 70대 나훈아 목소리가 저러냐???

 

이런 곳에서 만나리라 상상도 못한 네오 모던 리모델링 점포와 순대집.

가져다 파는 찰순대가 아닌 것 같아 들어가 코로나 명부 작성하고 앉아 순대 한 접시 달라했더니

아직 준비되지 않아 순댓국으로 들랍니다. 순대가 거의 없는 순댓국이라니...

그냥 나오다 보니 식사를 하면 막걸리가 공짜라네.

다시 들어가 막걸리 공짜냐 묻자니 쪽팔리고, 뱃속에 드가면 다 똑같은 건데 괜히 잘난 체했네. ㅜㅜ

 

그럭저럭 12 km 걸었습니다. 버스 타고 사릉역으로 와 전철 타고 귀가. 

 

요즘 마트 만두 정말 잘 만듭니다. 얇은 피에 넉넉하고 잡내 없는 만두소,

레인지에 해동시킨 뒤 기름에 튀기듯 구워냅니다.

 

초간장 담궈낸 양파와 함께, 웬만한 군만두 저리 가라! 

 

둘째 날 (추석) - 경춘선  숲길

 

오전에 아들 네가 온답니다. 지난해에는 아들, 딸네 모두 모여 경춘선 숲길 끝에 있는

야외 숯불갈비집에서 추석 모임을 가져 그 길을 걸어 약속시간에 도착했습니다.

(2019 추석 : blog.daum.net/fotomani/70728 )

올해엔 밖에서 만나잔 말 꺼내기 힘드니 미리 걸으려 합니다.

전철 첫차는 6시 반입니다. 그보다 이르면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경춘선 숲길 종점으로 가니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걷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올 추석에 민족 대이동은 꿈도 못 꿉니다.  물론 지역 간 감염 확률을 낮추자는 거지요.

옛 명절은 모두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食口가 함께 모여 즐겁게 지낸다는 뜻이지요.

 

식당 가서 밥 먹는다는 말만 들어도 설레고 입안에 침이 고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니 고향집이나 큰집에 가면 서로 모여 음식도 만들고 食口의 배를 채울 수 있으니

서로 싸우고 부대낄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요즘은 광고에서나 고향을 주제로 풍요롭고 즐거운 풍경이지 옛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자기끼리도 맛있는 걸 쉽게 먹을 수 있고 즐거운데 굳이 모여 먹는 게 절실하지 않겠지요.

이번엔 공식적으로 고향 찾는 걸 불효자라 하니 선물은 택배로 용돈은 무통장입금으로 해도 되겠습니다. ㅎ

 

이런 세상의 복잡하고도 오묘한 이치를 알 리 없는 꽃은 눈치도 없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화랑대역이 아깃자깃하게 많이 변했습니다.

 

불빛 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둠이 내리면 느낌이 전혀 다르겠습니다.

 

아래 경춘철교와 함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나무 숲길입니다.

 

수락산과 중랑천

 

경춘철교를 건너 인덕대학을 따라 우리 집 앞산인 초안산으로 진입합니다.

 

이제 동네로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동네도 녹지를 많이 품은 괜찮은 데군요.

 

몇 날 며칠을 싱크대와 식탁에 앉아 장만한 음식, 매년 비슷한 메뉴니 애들이 좋아나 할까?

맛있게 먹는 걸 보면 장만하느라 아픈 허리 통증도 다 잊어버리니. 에미의 자식사랑이란...

 

사돈댁에서 보내온 송이버섯과 함께, 직접 캐신 거라니 이 귀한 걸...

얘들아 맛있게 묵었나? 빨리 가서 편히 쉬어라!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