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제주2-배 터지는 날-산지해장국,흑돈퍼주는집

fotomani 2021. 4. 1. 08:42

 

엊저녁 '(**스테이) 호텔'에서 자고 오늘 일정을 시작합니다.

제주 숙박시설은 모두 스테이 호텔로 바뀐 듯합니다.

현무암으로 된 돌담과 벚꽃이 잘 어우러집니다. 여기 오는 바람에 우리 동네 벚꽃은 보지도 못했네요.

 

유명하다는 <ㅅㅈ해장국> 집입니다.

제주에는 해장국집이 엄청 많고 종류도 많아 푸짐하게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 아침 결에는 오픈 시간을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가격 차이가 없는 해장국과 내장탕이 어떻게 다르냐 물으니 잘 모른답니다.

답답한 지 옆 테이블 손님이 실물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뻘건 국물 속에 잠긴 건더기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때깔 좋은 된장과 김치, 그리고 펄펄 끓여 나오는 내장탕.

 

아~~ 이거 내가 먹어본 중 최곱니다. 앞으로 해장국 8천 원이라면 이거 생각나 아까울 지경입니다.

보통 탕이나 전골에 넣는 곱창은 비실비실한 걸 넣는데, 보십시오 구이용처럼 곱이 꽉 차고 부드럽습니다.

양도 손질을 잘해 냄새가 안 납니다. 식재료비 상승으로 내장탕을 4월에 1천 원 올린답니다.

 

먼저 간 마늘과 청양을 넣고

섞으며 건더기를 떠올리니 당면이 나옵니다.

다시 채굴을 하니 김치 같은 배추 건더기와 다진 양념이 올라옵니다.

건더기만 떠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빨간 국물과 흰밥의 콜라보는 빠뜨릴 수 없는 엑스타시지요.

내장 반을 남긴 후배님은 그러게 선지가 들어간 해장국을 드시지... 아깝습니다. 

 

외돌개 초입에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꽁꽁 담장을 쳐놓으니 도망갈 데가 없어 저승에서 부부 싸움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아늑하고 좋다는 얘기입니다.

 

외돌개, 100% 천혜향 즙과 함께

 

'깍'은 물이 솟아 나오는 곳을 이른다 합니다. 쇠소깍이 연상되는데 징검다리에 애들이 뛰노는 게 보입니까?

 

외돌개를 2-3km를 지나면 해변을 따라가지 못하고 다시 국도 쪽으로 나가 돌아야 합니다.

해안이 절벽이 되어 우회하는 수도 있고 사유지가 있어 크게 우회해야 하기도 합니다.

사유재산이니 어쩔 수 없겠으나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범섬이 보이는 법환리 해안은 파도와 바람이 심한 곳인데 이곳에서 해산물을 양식하고 있습니다.

 

해녀 물질 시연장일 겁니다.

 

확실히 더운 지방입니다. 서울에선 조그만 화분에 넣고 파는 다육식물이 길옆 , 돌담에 지천입니다.

 

비에 젖은 돌이 미끄러우니 등산화를 신고 오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트레킹화를 신고 갔더니

발바닥에 몽돌 요철이 느껴져 족저근막염이 도질라 합니다.

 

벌써 한 시간 전부터 후배님은 흑돼지 타령입니다. 그러게 누가 내장탕 건더기 남기래?

점심에 국물도 없이 구이를 거하게 먹느냐 했는데 제주에는 항상 혼자 와 

걷고 난 후 둘 이상이어야 먹을 수 있는 흑돼지를 먹는 게 소원이었답니다.

그것보다는 점심에 흑돼지 먹고 저녁엔 또 고등어 회 먹을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발바닥이 좀 아프다 했더니 그걸 핑계로 이제 트래킹은 그만하고 복귀하자는 둥 구시렁댑니다. 

먹으러 왔는지 걸으러 왔는지... 

 

내비로 부근을 검색하니 삼겹살도 아닌 흑돼지를 퍼주는 집이 있답니다.

자리를 점거하고 있던 바이커들은 두루치기와 비빔국수를 들고 있었습니다.

메뉴를 보니 1인당 2 만원으로 흑돼지 무한리필이 있습니다.

삼겹살 무한리필도 아니고 흑돼지 무한리필? 정말?? 그걸로 시킵니다.

 

이곳에서 30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주인 할머니는 여러 부위가 섞인 생고기를 한 접시 갖다 줍니다.

 

'밥, 쭈세요'의 사유리가 다녀갈 정도로 유명한 집인 모양인데 고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밭에서 키운 쌈 채소와 그걸로 만든 장아찌, 고기가 들어간 된장찌개. 유명하다는 쉰다리 소면을 하나

시켜 먹으려 했지만 고기를 반 접시 더 시켜 먹으니 트림이 '꾸울꿀'나서 포기합니다.

 

왜 강정항이 그렇게 문제가 되었었는지 한번 보고 가야지요?

오래전 왔을 때는 저 앞 방파제를 만들 커다란 육면체 구조물을 크레인으로 옮기는 걸 봤는데

이제 그걸로 접안시설을 겸한 거대한 방파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불침 항모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상적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위협할 때 육지로부터 전투기 발진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전략적으로 군용 활주로를 만든 걸 이르는 것이지요.

독도 부근에도 만들고 있고 흑산도에도 만들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김영관센터- 민군복합문화센터로 군교회, 군성당, 군법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민군복합이라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나도 전에는 '구럼비가 있는 아름다운 해안에 웬 군항?' 이라며 거부감이 컸습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암초에 인공구조물을 만들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이 바로 곁에 있고

공동개발 시한이 다가오는 제 7광구 부근에 일본 측량선이 출몰해 분쟁의 빌미를 주고 있습니다.

그럴 걸 볼 때 십수 년 전부터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들려던 시도가 한편으로는 수긍가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기존 항구를 확장하면 안 됐나? 왜 하필이면 강정이냐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관광객의 해산물 채취를 제한적으로 허용합니다. 보말 캐는 거겠지요. 

 

연료를 만땅채운 후배님은 돼지꼬리를 푸르륵 거리며 발걸음도 기운차게 전진합니다.

 

외돌괴부터 월평마을까지, 올레길 중 제일 경관이 좋다는 곳,

쭈쭈바로 바닷바람으로 달아오른 열을 식히며  버스를 기다립니다.

흑돼지로 땡땡 부른 배는 제주 기념 당구로 시간을 죽여도 꺼지질 않아 한정식 비스무레를 찾으렵니다.

소로 만든 각종 탕과 소쿠리 밥, 깔끔한 반찬으로 유명하다는 영미식당을 찾아갔으나 일요일 휴무.

간단히 중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광어회 한 접시 사들어 숙소로 가 막걸리 한 병씩.

 

나이 들면 버스 타기가 불안한데 승용차를 몰며 뱃속에서 나는 경고음을 무시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뛰지도 못하고 어기적 어기적 공원 화장실을 찾아 환희의 순간을 맞이하고 엉덩이 들고 추스르려는 순간

휴대폰 내비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경로를 이탈하여 새로운 경로를 탐색합니다."처럼

input이 있으면 output이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스레 깨달은 날.

건강을 위해 input을 줄여야 하지만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말을 굳세게 믿었던 하루였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