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반해버린 산서 도삭면으로 해장하려 전날 숙취를 달고서 대림시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른 시간인지라 문을 열려면 1시간 정도 지나야 될 것 같습니다.
시장 안 만두전문점 간판 아래 빨간면이 나의 눈길을 끕니다. 당당 당면국수?
'시큰하고 얼얼한 매운맛, 양귀비도 즐겨먹던 그 음식, 쏸라펀(사천 충칭 먹거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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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득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만두전문점으로 들어가 우선 소룡포를 하나 시킵니다.
간장에 식초를 넣으려다 흑초라 쓴 식초병이 있어 그걸 넣어 찍어 먹습니다.
아~ 이거 물건입니다.
아무래도 중국 만두소는 나의 취향과는 조금 다릅니다. 부추 고기만두를 시킬 걸 그랬습니다.
초등학생처럼 두터운 껍질에 스며드는 중국 간장과 흑초의 맛으로 먹습니다.
아! 요즘은 유치원생도 그런 맛을 모르겠군요. 가래떡을 간장에 찍어 먹는 맛!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일상처럼 아침으로 두부와 죽을 들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야 먹어보지 못했으니 그것도 끌리고 당면국수인 쏸라펀이나 량피도 끌렸으나 먼데까지 와서 실패할까
망설여집니다. 반주를 핑계로 그래도 덜 생소한 돼지고기가 들어간 마라탕면을 시킵니다.
오늘 먹을라 했던 소고기 도삭면의 푸짐한 고기를 떠올리며...
그러나 마라탕면의 맛이 내가 아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고기는 별로 없고 단 맛이 별로 없는 그야말로 매운 특성만 남아있는 마라면입니다.
그렇다고 꾼에게 안주가 따로 있습니까? 소룡포 몇 개와 낚시한 고기와 국수가닥으로 남아있는 쏘주를 비웁니다.
내 예상에서 빗나간 섭섭함에 앞집에서 파는 량피 하나 삽니다.
량피는 양장피 같은 탄력 있는 얇은 피로 만든 국수와, 스펀지처럼 생긴 것은 '미엔진'이라하며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킨 것이랍니다. 거기에 오이, 콩나물, 죽순, 고수 등 야채와
간장소스, 고추기름, 마장과 비벼먹는 찬 음식이라 합니다.
그런데 만두 찍어먹었던 간장과 까만 식초(노진초=라오천추)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화학식이나 원소기호가 먼저 떠오르는 공장표 맛이 아니라 발효가 떠오르는 목가적인 맛입니다.
군의관 시절 화교와 약혼한 동료 하숙방에서 중국 간장으로 조리한 전골을 먹으며
세상에 이런 맛이 다 있나 하며 엉뚱하게 '일제'인 기꼬망만 찾으며 헛발질을 했는데 바로 그 맛입니다.
당장 식자재상으로 가 중국 간장과 흑초를 삽니다.
오늘 해장의 아쉬움은 간장과 흑초로 달래고, 다음에 '소탕'이라는 음식으로 보상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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