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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 화려한 게장정식- 동해식당

fotomani 2023. 1. 29. 10:18

 

설 연휴 전인데 돈은 안 들어와도 몸과 마음은 한갓집니다.

오랜만에 차를 끌고 인천항 아래 소월미도에 있다는 게장정식집을 찾아갔습니다.

겨울비가 내리는 회색 하늘 아래 사람 흔적 없는 군부대 담장을 따라가니 섬 끝자락에서 길은 막혔습니다.

황당했으나 살펴보니 왼쪽으로  회색 창고 건물 사이에 난 비좁은 도로가 보입니다.

잘못 온 거 아닌가 하며 비집고 들어가니 작은 포구와 공터가 나옵니다.

잠시나마 조폭들이 튀어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함바집 분위기 식당은 그곳 수협공판장 구석 부속건물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6시부터 한다고 알고 찾아 갔으니 망정이지 식당이 있을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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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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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한 가지밖에 없는 게장정식을 시키고  조폭 상상으로 쫄았던지 요의가 느껴져

부랴부랴 화장실을 갔다 오니 동행은 이미 튀긴 꽃게 반마리를 잡숫고 있었습니다.

그사이 벌써 이 많은 게 차려졌다니?

꽃게탕, 꽃게 튀김, 간장게장, 양념게장, 갈치구이, 시금치, 콩나물 등등 한상 가득, 흐뭇합니다.

한눈에도 미리 담아 놓았던 반찬들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수협공판장 직원이나 생선 구입하러 온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 이렇게 변한 것 아닌가 하는데

내가 간 이른 시간에도 벌써 외지 가족 손님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초짜가 냉동게로 간장게장을 만들면 살이 물러지고 장은 간장 속으로 흘러내리기 십상입니다.

아마 냉동게 고를 줄 몰라설 겁니다.

뒷다리를 잡고 누르니 탐스럽게 부풀어 오르듯 살이 밀려나옵니다.

내가 흡입이라는 말을 싫어하는데 여긴 그 말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입술로 지긋이 눌러 빨아들이니 기분 좋은 비릿한 바다 냄새가 입안에 가득 찹니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양념게장과 달리 매운 양념이 살 속 깊이 배어 들어가지 좋았습니다.

무친 지 오래되면 살에 배인 양념이 쥐어짜듯 나와 잘 먹지 않는데 이날은 잘만 들어갑니다.

보통 게장정식을 먹으면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으로 딱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게튀김까지 있습니다. 

튀김은 장단콩 축제에서 민물게 튀김 먹어봤던 게 전부인데

튀김옷이 있던 게 떨어진 것인지 튀겨서 강정처럼 양념에 볶은 것인지 짭짤하니 별미입니다.

지난주 <반찬이 화려한 안주>를 올렸더니 '몇 년 만에 객단가가 가장 높은 것 같다'라거나

'지금까지 본 식단 중 제일 화려하고 때깔이 좋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매일 해장국만 먹나요?  혼자 먹게 돼서 그랬지 나도 이러케 머글 쭐 아라요~

 

그렇게 허겁지겁 먹고 있는 동안 탕은 어느새 진국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탕에서는 살은 많아도 역시 냉동게의 한계가 뚜렷해집니다.

그러나 이만한 가격에 활게로 만든 탕을 기대한다면 날강도지요.

빨간 국물에 젖어드는 하얀 쌀밥은 진리입니다.

꽃게를 주로 말씀드렸으나 갈치구이도 좋고 나물 반찬도 싱싱하니 맛있어 리필했습니다.

설거지할 필요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자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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