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화장실 벽에 서서 누가 쎈 소리 내나 경쟁하듯 빗줄기들이 내리 꽂힙니다. 장병에 효자 없다더니 길고 긴 장마비를 견뎌내는 주택이 없습니다. 옥상은 올봄에 부실한 곳 보수를 해서 끄덕 없는데, 뽀송뽀송하던 지하실 바닥도 눅진해지고 창문 틀에선 벽을 타고 빗물이 흘러 들어 옵니다. 우울한 여름입니다. 습한 공기는 온탕에서 올라오는 더운 증기처럼 온몸을 진득하니 감아 버리고 기분 또한 칙칙하니 가라앉아 버립니다. 메밀온면이나 해먹고 기분 전환이나 해볼까나? 기성 제품 육수 다시팩을 넣어 끓입니다. 좀 싱거운 듯하여 국간장, 멸치액젓을 가미합니다. 한쪽에선 고명으로 쓸 김치볶음을 신김치와 다진 고기로 만듭니다. 먹을 때 국물에 풀어지면 싱거워지니 간을 좀 세게합니다. 삶은 메밀면을 넣고 수란, 그 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