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작고 귀여운 스피커통 - 마당공방

fotomani 2010. 10. 4. 08:18

나이가 들면 주변 정리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마련인데 그중 하나가 오디오다.

평상시 오디오광인 배우자가 '싸게', 혹은 '누가 줘서' 받아온 소리통이나 기계들은

무지막지 크거나 무겁거나 시커먼 것들인 데다 전깃줄을 줄줄 달고 다니며 먼지 구덩이를 만들어 버리니

말은 안하지만 좋은 대접받기는 애당초 글렀다.

내가 명을 다하게 되면 꼴 보기 싫은 것들 그야말로 똥값에 처분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니 꼭 필요한 것 외엔 미리 처분해두는 게 사후 정신 건강상 깔끔할지도 모른다.

 

좋은 소리란 무엇일까?

황금 귀를 가진 전문가를 모아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든가,

오디오 편력의 끝은 마치 여기인 양 엄청난 돈을 들이고 마련해서 리뷰를 올려놓았던 마니아들이

얼마 가지 않아 입 싹 씻고 다시 기기 바꿈질하는 것을 보면 정답은 없는 것 같아

나같이 막귀를 가진 사람들에게 다소 위안이 된다.

아! 그러나 물론 기본적인 좋은 소리는 분명 있을 것이다.

 

60-70 년대에 '도란지스또' 라디오에 커다란 9V 배터리를 고무줄로 동여매고 들었던 추억이 있었다.

어느 프로에서 오프닝 뮤직으로 흘러나오는 페르귄트 모음곡 중 Morning Mood는 소리의 질 이전에

숲 속의 새벽안개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지는 느낌이 실감 나게 전해졌었다.

 

바꿈질하는 걸 보면 명품이나 고가의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해서

시공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건 진리임에 틀림없다.

그것보다는 아끼는 기기로부터 흘러나오며 나의 마음을 적셔주는 소리가 좋은 소리가 아닐까 감히 말씀드린다.

 

먼지가 쌓여가는 커다랗고 무거운 기기들은 이제 나에게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싱크대처럼 큰 스피커와 무거운 앰프들. 턴테이블, LP판들 모두 처분해버리고

취미 삼아 작은 소리통을 만들어 PCFI로 애지중지 부담 없이 들어보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사운드포럼이라는 오디오 샵에서 멜론 키트를 구입해 만들어보기로 했다.

키트 구성은 미드 우퍼에 피어리스 830899-08S, 트위터에 시어스 H625와 네트워크,

덤으로 합성수지로 만든 스피커 통이었다.

인클로저는 3L를 추천하였으나 소리는 손해 보더라도 보기 아담한 사이즈로 만들기로 했다. 

 

인클로저 소재는 자작 합판으로 집성하여 쓰기로 했다.

전면 배플과 후면 배플은 유지 보수를 위해 나사못으로 고정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목심과 본드로 고정시킨다.

 

작은 구멍 따기 위한 지그가 없어 알루미늄판으로 트리머용 지그를 만들어 구멍을 따낸다.

배플 뒷면에 스피커 고정을 위한 턱을 만들고 전면 모서리를 부드럽게 가공한다.

파덕 띠로 액센트 주고 자작 합판의 결을 살린 이 부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이다.

 

본덱스로 마감하고

 

스피커 유닛을 붙인다.

 

네트워크도 내부에 고정시키고

 

완성합니다.

 

한동안 자작 합판의 아름다운 무늬에 흠뻑 빠졌더랬지요.

 

단단한 저음을 기대했으나 뭉그러지는 느낌이 든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절대음을 내주는 스피커도 거의 없다.

최소한 나에게 듣기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스피커니

부족하지만 오래 듣다보면 고운 정 미운 정 다 쌓여 나 생을 다할 때쯤이면

혹시 아름다운 목소리로 한번 울어주지 않을까?

이 작은 스피커 전후로 만들었던 DIY 스피커 인클로저들

물론 완성과는 거리가 먼 미완의 작품들

물론 보스 스픽은 빼고.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

<닥다리로가는길> 카톡친구로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