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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처먹으니 뱃살이 안나와?

fotomani 2011. 1. 26. 08:55

 

 

 

저의 병원 뒤 보령약국 골목 안에 <대나무 와인 삼겹살 & 생선구이>란

다소 긴 이름의 음식점이 생뚱맞게 박혀 있습니다.

저는 껍질 붙은 채로 좀 투박하고 두텁게 썬 생삼겹을 좋아 하기 때문에

와인이니 대나무니 하는 말에는 몸이 살짝 간질간질해질라 그럽니다.

 

점심 때 동네를 하도 휘젖고 다녀서 좀 색다른 것 없을까 하다가

말그대로 '그냥' 밥이나 먹으려고 이 집에 들어섰습니다.

벽에는 알록달록 뭐가 많이 붙어 있고 메뉴판도 한참 들여다 봐야 이해될 정도로 복잡합니다.

'김치찌개는 뭐고 김치찌개전골은 또 뭐야?'

 

 

보시다시피 기본 반찬이야 다른 곳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미리 담아 두거나

오래 된 반찬이 아니라 마르지 않았습니다.

 

 

 

깍두기가 잘 익은 것은 한점 집어 하얀 밥 위에 올려 놓았을 때

빨간 김치국물이 스며들어가는 모양이 환상적 입니다.

 

교모, 교복, 가방을 들고 다니던 시절엔 알루미늄 도시락으로부터

김치국물이 흘러 교과서랑 가방 밑바닥을 적셔 퀴퀴한 냄새가 가방을 떠나지 않았지요.

집에서는 손이 안가지만 밥위에 김치를 다 쏟아붓고 비벼 먹는 재미는

계란말이 반찬보다도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이제는 동대문 종합시장 앞 먹자골목의 고등어구이도 은근슬쩍 값이 올라 반토막에 6천원 입니다.

피마골에서는 그 값에 온전하게 한마리 주지만 선도가 조금 떨어지지요.

이 집 생선구이는 연탄구이가 아니라 전기오븐구이지만 맛이 좀 독특한게

구이를 할 때 카레를 약간 뿌려 비린 맛을 줄여 줍니다.

그런 맛이나 향을 좋아하면 미리 부탁하면 됩니다.

 

결이 살아 있는 게 싱싱합니다. 온전한 한마리를 주니 가격도 괜찮은 편이지요. 

 

구이를 먹으면 좀 남겨서 이번에는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한번 시켜 봅니다.

 

푹 고아져서 흐들한 김치와 조림

 

밥 위에 올리니 윤기가 살아 납니다.

 

 

김치와 한국사람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찰떡궁합이지요.

PX문화가 의식주를 장악하고 있었던 시절에

버터, 치즈, '간즈메' 통조림에게 자리를 뺏긴 적이 있지만

요즈음은 패스트푸드에 쩔은 꼬맹이들도 물에 빨아주면 잘 먹는 음식이 되었으니

그만해도 다행인 것이지요.

 

부대찌개를 필두로 심지어 피자나 스파게티에도 김치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김치의 친화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두말하면 잔소립니다.

 

펄펄 끓으면 라면을 집어 넣지요.

우리나라 사람들 라면 참 좋아합니다.

별로 내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라면 사리가 없으면 뭔가 빠지 것 같이 허전하니... 그 참~

 

개인 접시에 한번 올려 보지요.

김이 무럭무럭 납니다.

저는 삼겹살은 잘 익혀먹는게 좋고 라면은 약간 불은듯한 걸 좋아하는데

이렇게 까탈스러우면 여러명이 먹을 땐 손해를 봅니다.

맛있게 먹으려고 뒤집어가며 살살 익혀 놓으면 어느 사이엔가 어떤 놈이 후딱채어가 버리니 먹을걸로 얼굴 붉힐 수도 없고

먹기 좋을 정도가 되었다 하면 바닥에 남아 있는 것은 먹다남은 찌끄러기 밖에  남지 않으니

이제야 내 차례가 왔구나 하고 그걸 건져먹고 있으면

지들은 다먹고 잇사이 쩝쩝대며  눈들이 내 배로 집중됩니다.

'그렇게 처먹으니 뱃살이 안나와?' 하는듯이

그래서 쩝쩝 입맛만 다시고 말지요.

 

라면찌꺼기와 진국만 남았습니다. 이제부터가 제일 맛있을 때지요.

이제 여기에 밥을 비벼 먹어야 할텐데

소금 섭취량과 궁상떠는 것 같아 아쉽지만 여기서 스토옵!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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