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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안주에 쏘주 하나가 만원?

fotomani 2011. 1. 12. 13:54

제가 닭을 무척 좋아합니다.

닭에 대한 아이들과 어른의 취향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 영화 <집으로>에서였나요?

치킨이 무언지 모르는 꼬부랑 외할머니에게 손주는 이런게 치킨이라고 가리켜줍니다.

아이들의 '치킨'을 자기 방식으로 알아들은 할머니는

다음날 손주 밥상에 백숙을 올려놓지요.

 

맥주집에서 밥을 먹는다는게 좀 그렇지만 그날 따라 닭곰탕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저는 다른 이유로 튀김보다는 삶은 걸 좋아하는데

약간이라도 안 좋은 기름에 튀기면 금새 밤중에 속이 쓰리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기름이 거의 빠진 백숙을

껍데기 밑에 기름이 붙어있는 프라이드 치킨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수는 없지요.

할머니가 옳은겁니다.

 

꽤 알려진 집인지 저녁 때는 손님이 많다

점심때는 아줌마들이 몰려와 통닭정식 하나씩 시켜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여간 아이들은 '프라이드'를 좋아합니다.

밥상머리에 앉아 콜라를 드는 아들에게 "너 콜라 너무 먹는거 아니야?"하면

"아빠는 매일 술 들잖아."

'바담'하는 사람은 다른 이에게 '바람'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보통 나오는 기본찬

 

그날도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오니 감기 기운인가

몸은 으스스하고 한기가 옷사이로 스며드는데

닭곰탕이 눈에 띕니다.

 

맛이 괜찮아 직원들과 함께 가서 통닭정식, 돈가스, 닭곰탕을 시켜먹는다

 

제가 즐기는 닭곰탕은 누런냄비에 노계를 찢어 넣고 펄펄 끓인 것인데

그와는 달리 뚝배기에 팽이버섯과 들어간 부드러운 살로만 채워진 현대식 닭곰탕이었지만

몸살기는 그런 걸 따지게 만들지 않습니다.

 

돈가스. 맛은 평범한데 고기가 두툼하고 껍질이 부드러워 잇몸 다칠 염려가 없다.

 

메뉴판은 밥집이라기 보다는 맥주집에 더 가깝습니다.

돈까스, 통닭, 마른 안주, 골뱅이, 한치구이...

'엥이~ 잘못 들어왔네~'

 

내가 잘먹는 스타일의 닭곰탕을 여자분들께 권하긴 그렇지만

이집 닭곰탕은 손사레 칠 정도는 아닐 듯 싶다.

 

이건 남대문 강원집 닭곰탕인데 이제는 없어진 닭곰탕의 원조격인 <버드나무집>의

닭곰탕을 가장 닮은 곰탕입니다.

저 껍질을 보십시오. 여자들이 쉽게 먹기 힘들겠지요?

 

반찬을 내옵니다.

김치, 깍두기, 단무,,, 엉! 파김치?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하얀 국물의 닭곰탕도 나옵니다.

국물을 뜨니 싸구려 맛은 아니지만 너무 부드럽고 순화되어 제가 먹기엔 좀 심심합니다.

 

잘 삭아서 나를 유혹하는 파김치

이런 건 느끼한 돼지삼겹살과 곁들여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데

귀가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저 구석장이에서 벽을 보고 서있어야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파김치와 먹어보니 쏘주 한잔 생각이 절로 납니다.

점심 때 파김치 같은 거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젓가락은 연신 닭곰탕 숟가락 놓기 바쁘게 파김치 쪽으로 갑니다.

 

쏘주 한잔 생각은 나는데 친구 부를 시간은 놓쳐버리고 

청승맞게 통닭집에서 한마리 시켜먹긴 그렇고 반마리 시키자니 그렇고...

닭 반마리에 밥에다 파김치 그리고 쏘주 한병에 만원이니

쏘주 딱 한잔에 적당히 배채우고 집에 들어갈 음식에 틀림 없으렸다.

 

다음번엔 퇴근길에 통닭정식을 하나 시키고 쏘주도 하나 시킵니다.

그런데 반찬에 파김치가 빠졌습니다.

"아줌마, 파김치 좋던데 파김치 하나 갖다 줘~"

 

이날 파김치는 설 익었다.

아마 이전엔 파김치는 그냥 놔두면 삭을 것 같아 떨이로 내놓은 모양이다.

아뭇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자동으로 나온 걸 보니까.

그러나 내가 누구야?

안준다고 내가 먹을걸 앞에 두고 물러설 사람이든가?

 

764-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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