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8/12) 오전에 그렇게 고령 대가야고분군을 구경하고 대구로 갑니다.
대구는 군산보다도 근대건축물들이 더 많고 잘 보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프린트해가지고 간 골목투어 지도는 너무 엉성했습니다.
경상감영공원에 가면 <도심관광안내> 안내지를 받아 참고하시는게 훨씬 정확합니다.
위 사진은 그 지도의 일부를 찍은겁니다.
그런데 이거 좀 문제입니다.
다른 지방에서도 흔히 겪는 일이지만 막상 그 고장사람들은 이런 내용들을 잘 모른다는겁니다.
삼성상회가 있는 거리는 오토바이 골목이라하여 사진처럼 골목에 오토바이 가게들이 즐비한데
'삼성상회가 어디냐' 물으니 곁에 둬두고도 잘 모릅니다.
하여간 찾았습니다.
대구 삼성상회는 1938년 고 이병철회장이 3만원으로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목조건물을 짓고
청과물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제분기와 제면기를 설치해서 국수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1997년 안전진단 결과 지반침하와 노후로 철거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마치 두산그룹의 모태인 박승직상점이 있던 종로 4가에 두산그룹 발상지라고
휑하니 조형물과 구리로 만든 명판만 달려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습니다.
삼성 정도라면 그자리에 다시 건물을 복원하고 전시관 정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깨져 아쉽습니다.
쇼케이스에 달랑 이렇게 축소모형 하나만 있으니,,, 나 원 참~~~
대구에서는 계성학교, 대구보통학교, 신명여학교 등을 중심으로 31운동이 발생하였던 모양입니다.
이 계단을 넘어가면 동산병원내 선교사 주택과 계성학원쪽으로 가게 되지요.
그래서 31만세운동길이라 한답니다.
담에는 서문로를 중심으로 한 근대 사진들이 붙어 있습니다.
동산병원은 1899년 선교사 존슨에 의해 설립된 제중원을 모태로 지금의 형태로 발전되었다 합니다.
그 당시 파견된 선교사들이 거주할 주택으로 1910년 경 지은 것으로
지금 봐서야 저택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당시로서는 한국인이 거주하던 곳과 비교되어
대단한 저택으로 소개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선교사 챔니스(Chamness)주택입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유행하던 방갈로풍의 주택이라고 하는군요.
방갈로풍이라는 것은 가파른 지붕과 그 속에 들여놓은 방때문인가요?
저기는 2층 계단실 창문일겁니다.
초대 원장 존슨이라는 분은 대단히 열정적인 분이셨던 모양입니다.
그당시에 (1913) '애락원'을 만들어 남들이 꺼려하는 나환자 치료와 나병퇴치에 힘썼다는 기록을 보면
보기드문 순수하고 고결한 인격을 지닌 의사분 임에 틀림없습니다.
자~ 그런데 내부로 들어가니 각종 오래 된 의료기구, 사진, 책자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도 진지한 관광객들이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근대의 의료기구들이 좀 무섭게 생겨서 관람하면서 웃는 사람은 없군요.
전시물을 모두 올리진 못하지만 이건 좀 흥미롭습니다.
웬 축음기?
1950-60 사이에 사용되었던 청력검사기랍니다.
환자에게 들려줄 수신음을 만드는 소자가 없어 검사용 표준 레코드판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제가 치과의사라 많은 진료기록 중에서도 치과진료부가 눈에 띕니다.
정기검사인데도 상하악에 걸쳐 표준 X-ray 14장을 찍으라고 하네요.
진단명은 중등도 치아우식을 동반한 치주염입니다.
쉽게 충치와 풍치가 있다는 소리이지요.
의료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챔니스주택을 나와 바로 곁의 블레어 주택으로 가는데
등나무 파고라 곁에 아래와 같은 비석이 서있습니다.
작곡가 박태준 노래비인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봄의 고향악이 울려 퍼지는~'이라고 고등학교 때 아무 생각 없이 불렀던
노래의 사연이 적혀있습니다.
우선 그 유명한 청라언덕이 바로 담쟁이(등나무?) 덩굴로 덮혀져 있는 바로 이곳이고,
백합화는 박태준이 흠모했던 신명여학교 학생이었다 합니다.
보통 그 당시 노래가사는 은유법을 써도 좀 엄숙하기 마련인데
주제로 별일도 아닌 사춘기에 흔히 겪는 짝사랑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하다니...
사람 냄새가 물씬 피어납니다.
곁에는 챔니스 주택보다 규모가 좀 더 큰 선교사 블레어 주택이 있습니다.
형식과 시기는 챔니스 주택과 같다고 하는데 입구에 작은 썬룸이 있고
정원이 보이는 창이 아름답습니다.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좋습니다.
차 한잔 하고 싶어지는군요.
이 건물은 근대사 전시관(특별히 이름이 없어 제가 붙인겁니다.)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 옛날 교실을 꾸며놓은겁니다.
책상과 의자는 많이 보지만 교단은 새롭습니다.
일제고사 못쳤다고 저기에 엎드려서 엉덩이 맞던 기억이 솔소올~
2층은 31운동에 관한 자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대구에서 독립선언문을 찍었던 등사기를 보여주며 열심히 해설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배도 슬슬 고파오는데
'우리 돼지불고기나 먹으러 갈까?'
저렇게 근대건축물의 벽면만 살리는게 서울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었군요.
제가 가지고 있던 지도가 엉성해서 서문로의 돼지골목에 갔더니 순대국집만 두어군데,
북성로로 갑니다.
머리 속에는 위와 같이 작년 북성동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우동과 돼지석쇠불고기를 그리는데,
북성로에 가니 포장마차는 밤에만 나온답니다.
엉성한 지도에 나와있는 곱창골목이라는 곳에 가면 막창이라도 먹겠지.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곱창골목은 본토인들에게도 금시초문이랍니다.
아, 이거 미치구 팔짝 뛸 노릇입니다.
그래서 어디 밥 먹을데 없수? 물으니 한식뷔페를 갈켜줍니다.
여기까지 와서 한식뷔페를 먹다니 겨우 골목길에 돼지불고기라 빈약하게 입간판 세워 놓은 집으로 들어 갑니다.
저 윗쪽 사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냄새는 맡아볼 수는 있었지요.
그런데 집된장으로 끓인 이집 찌개, 꿀찌개입니다.
마침 조선일보 트래블N 어제기사(8/18)에 <대구에 맛집 ???????? 당연히 있지예 !>라는 제목으로
대구 맛집이 소개 되어 있군요.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8/17/2011081701254.html
'포토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고래고기 한번 잡쏴 보실까요? (0) | 2011.08.22 |
---|---|
우리 대구 골목길을 한번 걸어볼까요? -2/2 (0) | 2011.08.20 |
우리 대가야 고분 사이로 한번 걸어 보실까요? (0) | 2011.08.17 |
해장국 한그륵 드실려우? (0) | 2011.08.16 |
근데 몸에 좋다는 인삼은 어디로 갔나요? (0) | 2011.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