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해?'
지난 토요일에 초딩이 나에게로 문자를 띄웠으니 이번엔 제가 한번 문자를 날려봅니다.
지난번 낮거리 간단히 한잔하고 북악산에 오르는 바람에 숨이 찼던 게 기억에 났던 것이지요.
'이럴 리가 없는데' 그 숨이 찬 원인이 낮거리 때문인지 체력에 한계가 온건지 확인하고 싶었던겁니다.
그래서 망우리공원 쪽에서 아차산 쪽으로 내려가는 쉬운 코스를 택하고
얌체등산의 대표적인 예로 망우리고개에서 완만한 능선을 올라 내려오는 길을 택한거지요.
전에는 고갯마루 지나자마자 'ㄴ'주유소에 정류장이 있었는데
버스를 잘못 타 저 아래 딸기원까지 내려갔습니다.
결국 얌체등산의 꿈은 날아가버린 거지요.
흔히 '망우리 공동묘지'라 불리던 곳은 이제 망우리 공원으로 되어
산책길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윗사진을 보니 정말 명당자리입니다.
배산임수에 게다가 도로 곁에 자리잡고 있으니 기찬자리지요.
이제는 무연고 묘지들은 하나 둘씩 정리를 하고 있는데 아직도 1만기가 넘는 묘가 있다는군요.
맑은 샘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표지판에는 음용수 부적합이라 써있습니다.
예전엔 서울 근교에 묘자리가 별로 없었으니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따로 선산이 없으면 이곳에 자리를 정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알만한 분들의 묘소가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조봉암선생의 연보비문을 한번 보도록 하지요.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 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하냐.'
지도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프더레코드라고 아무 자리에서나 시정잡배처럼 잡소리나 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런 건 저 같은 사람이나 하는 일이지요.
서울 근교에 우뚝 솟은 바위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을 바로 곁에 두고 있다는 게
서울사람들에겐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
이 아자씨, 집사람이 준비해줬다는 구운 달걀을 꺼내 먹고 있습니다.
아직도 따뜻하니 군달걀 하나에서 남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저 아래 새로 만들어지는 구리암사대교가 보입니다.
그 앞에 마을은 박완서선생이 살던 아차마을인가요?
저 건너 편에 아차산성이 잘 복원되어 있네요.
축성된 돌들이 신구가 잘 어우러져 보기 좋습니다.
중곡동으로 내려가는 긴고랑골의 시냇물. 봄이 머지 않았습니다.
근처에 곱창집 유명한 곳이 있다해서 들르니 아직 시간이 안됐다며
직원들이 청소하면서 곤란한듯 말합니다.
'우리 오랫만에 마장동이나 한번 가볼까?'
'남는게 시간인데, 그려~'
적십자 혈액원 아래 청계천변에는 버들강아지가 막 눈뜨고 있습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뚝방먹자골목입니다.
오래 전에는 먹성좋은 운동선수들이 떼로 몰려와서 먹던 곳이기도 하고,
곁에 축산물시장이 있어 선도, 양, 가격이 좋은 곳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들러 봅니다.
충청도 아줌씨 시방도 잘 있으려나~
대낮인데도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기를 먹을까 하다가 기왕 곱창으로 발동이 걸렸으니 곱창을 시킵니다.
이집에서 곱창은 처음인데...
오호~ 초벌한 곱창이 저정도면 아주 좋습니다. 거기에 서비스 간천엽에 육사시미(뭉티기)까지... 입이 벌어집니다.
세월이 감에 따라 음식도 변하게 되지만 이 곱창만큼 변화가 많은 것도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예전엔 값싼 안주거리로 불판이나 석쇠 위에 곱창만 올려 곱이 지글지글하며 끓으면 소금에 찍어 먹곤했는데
지금은 씰데없는 야채만 듬뿍 올려놓고
굽다보면 곱이 비질 나오다 그대로 말라버려 곱창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질 않지요.
역시 마장동입니다.
기름기가 약간 있긴 하지만 서비스가 이 정도면 잔소리 하는게 아닙니다.
역시 졸깃합니다.
초벌한거라 한꺼번에 익히면 뻣뻣해지니 먹을만큼 올려놓고 익혀 먹습니다.
씹으며 단물이 나오면, 쐬주 한잔 짜~악.
그런데 곱이 부슬부슬해지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기대도 안했었는데 이거 굿입니다. 굿.
국물이 없어 입안이 깔깔하니 옆자리에서 먹고있는 된장찌개 생각이 간절합니다.
밥을 시켜야 하느냐 물으니 아니랍니다. 곧 대령하겠답니다.
이 된장이 강원도 막장은 아닌데 막장처럼 때깔좋고 착 달라붙으니 배가 부르지만 염치없이 밥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배를 생각해서 사정없이 눈을 질끈 감아 버립니다.
버스 타러 나올려면 축산물시장을 거쳐야 합니다.
휴일이라 장사하는 집이 몇집 없지만 구경하는데야 뭐랄 사람있나요?
'아저씨~ 사진만 찍지말고 하나 팔아줘요~'
'담에 와서 아줌마한테 하나 꼬옥 살께~'
분식(粉飾)되지 않은 머리서부터,
없어서 못먹는 마블링 잘 된 살코기를 거쳐
약간 비주얼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인내의 한계치 내에 있는 내장을 거쳐
깨까치 다듬은 분홍 발톱의 족발까지...
'우리끼리만 알 인생으 지예를 알려줄 참이여,
나가 먹어봐서 아는디, 생기긴 허술혀도 이런데서 멍능게 맛 존거어요, 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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