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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이파리나 떼구 잡수~

fotomani 2012. 6. 19. 09:59

"거기는요, 제가 전에 영업하던 자리인데 이름도 빌려 줬어요.

우리 집은 반대 편으로 50미터쯤 오시면 돼요.

아까 전화 주신 분이죠? 벌써 몇 분 오셨어요."

 

고딩 월례모임에 지도에 나타난 음식점을 찾아가니 상호는 같은데 업종이 다릅니다 .

그래서 전화를 걸었더니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인간됨됨이부터

몇 명 왔다는 것까지 다 말해줍니다.

 

이 정도면 쥔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지요.

 

 

갈려던 집이 유명한 집인지 초입에 '정육점'이란 글씨가 빨갛게 선명한 글씨로 써진 유사 '정육점식당'이 있습니다.

근처에 이렇게 모이게 되면 원조집 후손집 따질 것 없이 맛이 서로 비슷비슷해지지요.

 

 

지도를 보고 찾아가니 이름은 같은데 주종목이 그게 아닙니다.

 

 

50미터를 반대 방향으로 가니 나타납니다.

 

 

도대체 쥔장이 어떤 사람이여?

열심히 내외가 고기를 써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아~~따~ 아직 약속 시간도 채 되지도 않았는데 이 사람들 벌써 와서 한 접시 뚝딱해치우고

어찌나 열심히 먹어 제꼈는지 입가에 상추이파리를 떼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 어디 한번 보자.

머, 반찬은 별거 없습니다만 고기 질은 슬쩍 봐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줌마! 여기도 등심 한 접시!"

얼마 걸리지도 않아 등심 한 접시가 대령합니다.

 

 

이쁜 엔뻰 아줌마가 싹싹하게 판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얹어 놓습니다.

 

 

"아줌마! 너무 많이 올려 놓으면 고기가 말라서 맛이 없어~"

이 철판, 대도식당을 연상시킵니다.

왕십리 경찰병원 옆에 원조집 한군데만 있었을 때는 그야말로 푸짐하고 맛이 있었는데

강남을 비롯해 분점을 내고부터는 근본을 싹 잊어 버린 듯 해서 잘 안가지만,

그래도 고기 먹고나서 신 깍두기 볶음밥과 된장 '꿀꿀이' 죽이 가끔 생각나는 집이지요.

 

 

"얼마 되지도 않는 기름을 뻑뻑해지게 왜 잘라버려?"

먼저 온 손님이 기름을 잘라내고 드셔서 그렇답니다.

하여간 늙으면 혈압에 당뇨에 관절에... 약을 식사대용으로 먹게 됩니다.

 

 

정신 없이 먹고 나서도 아직 바깥이 훤합니다.

시간이 널너얼하게 남으니 이제 뭘 해야 할까요?

남은 파절이, 김치, 푸성귀 다 썰어 집어넣고 밥을 시켜 볶기 시작합니다.

이쁜 엔뻰 아줌마가 정신없이 바쁘니 김치 더 달라 시키기도 미안할 정도 입니다.

그냥 제가 갖다 먹지요.

 

 

서비스 된장이 짜지도 않고 괜찮으니 이 집 장기인 김치찌개는 다음으로 미뤄야겠습니다.

 

 

볶은 밥을 대충 먹고 남은 누른 밥에 된장국물을 들어 붓습니다.

대도식당 꿀꿀이 죽이 생각났던 게지요.

 

 

어느새 식당은 사람들로 꽉 찹니다.

메뉴판을 보니 생삼겹 5백그람에 1만8천원이니 와인 삼겹이다, 뭔 삼겹이다 해서

1인분 만원을 훌쩍 넘는 삼겹살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게다가 질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집이 그리 많지 않으니

사람이 끓는 게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주인아자씨 돈 세다 자능거 아니여?' 

 

 

개밥 안주로 '이너내셔나리~ 한잔!, 쭈~욱!'

 

 

안주 삼아 박박 긁어 먹습니다.

'저 사람들 뭐하나'하고 곁눈질하던 이쁜 엔뻰 아줌마가 보고 배시시 웃습니다.

아마 "걸지게 잘도 처멍는다'란 뜻이겠지요.

 

 

2차로 바로 곁에 붙어있는 호프집으로 갑니다.

"안주는 뭘로 할까요?"

"간단하게 치탕 음탕 볶음 주세요."

그러고 보니 얄궂은 광고가 좀 있습니다.

 

술 한잔하고 지하철역에서 갈아 탄 우리 동네 마을버스 광고입니다.

예쁜 언니가 벌써 치질이라니?

 

닭돼? 삼돼? ... 지겹지~?

 

성일정육점식당 뚝섬 2292-6696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