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뭐해? 양평에 오디 따러 갈래?"
"5시?"
오디가 열리면 한번 가자곤 했지만
느닷없이 현충일 전날 저녁에 전화 걸어 놓고 날벼락 같이 내일 새벽에 오디 따러 가잡니다.
친구 와이프가 워낙 음식 솜씨가 좋아 봄이 되면 벌써 무슨 나물, 무슨 열매 손꼽아 가며
그것으로 요리나 기초 음식재료를 만드는데
이번엔 종목이 오디입니다.
역전의 용사들은 새벽 5시라도 이미 준비가 다 돼있습니다.
"각자 먹을 건 싸들고 오슈~"
지은 지 벌써 20년도 다 되어 곰팡이가 피고 끊임없이 말썽을 부리는 천덕꾸러기이지만
한편으론 늙어가는 나를 보는 것 같아 연민의 정이 솟기도 합니다.
그저 확실하게 나무가 자라주어 그래도 봐줄 만은 합니다.
손을 타질 않으니 뒷곁 뽕나무 아래 오디가 바닥에 널려 있습니다.
호박꽃도 피고...
그나저나 '배고프다. 밥먹자."
밭에서 따온 상추닢을 씻고 수박은 물에 담궈 놓습니다.
지난 번 뽕나무 어린 잎을 따러 오면서 '소풍가는 기분 같다.'더니 맛을 들인 모양입니다.
이제는 놀러간다라는 말이 돈을 들이고 먼 곳으로 간다라는 뜻이 되었지만
별 준비 없이 집에서 먹던 것 좀 싸들고 바깥으로 나와 바람 쏘이며 풀어 놓고 먹는 것도 잔 재미가 있습니다.
더구나 밭에서 따온 채소 한두가지 곁들이면 그것 만으로도 꿀맛이지요.
한편에선 아들이 제주도 회사수련회 갔다오며 문어와 고등어를 가지고 왔다고
은근히 자랑하며 문어숙회와 고등어를 내놓고,
저는 거기에 맞춰 고기 구어먹을 생각을 바꿔 구리농수산시장에 들러 냉동게를 사다 찝니다.
지난 번 먹다 남은 쏘주도 꺼내오고...
3집에서 싸온 것을 모으니 어느 새 진수성찬이 됩니다.
'날 잡아 잡수'하는 게를 한 마리 집어다 접시에 올려 놓고 잡숫기 좋게 해체하기 시작합니다.
모두 들 '(바다도 아닌) 여기 와서 게까지 먹을 줄은 몰랐다'고 7월에도 오디 따러 또 오자 그러니,
제가 메뉴 선택에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7월에 무슨 오디를 따냐구요?
핑계지요.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입맛이 절로 돋습니다.
부으시오~, 따르시오~
이르긴 하지만 그래도 한잔 안 걸쳐 주면 진수성찬이 섭섭해 합니다.
이 아줌마 밥을 다 먹으니 그제야 눈 앞에 있던 앵두가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여자들은 오디 따고,
남자들은 자진해서 설겆이하고...
여자들은 앵두도 따고,
남자들은 스스로 청소도 하고...
여자들의 남편 흉보기에도 히죽히죽 웃으며 남자들은 죽사발 됩니다.
그래도 점심 때는 찾아오니 남은 찌개와 게 국물, 남은 밥으로 개죽을 만들어 간단히 죽사발을 채워야지요.
차 안 막힐 때 내려가고 차 막히기 전에 올라오고,
남들 하는대로 따라하지 않는 '청개구리 소풍'이지만 이 짓거리도 죽이 맞지 않으면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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