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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찌면 안되는데~~

fotomani 2013. 1. 21. 08:56

오랫만에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려 원요일이긴 하지만 마음이 촉촉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대한민국의 삼겹살 소비량이 세계 최고라서 삼겹살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소금구이라는 음식을 처음으로 접할 때부터 쇠고기보다는 값싼 삼겹살을 더 많이 보아왔으니

이제는 인이 박혀서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 된 것이겠지요.

고기는 비계가 껴야 제 맛이라지만 솔직히 동물성 지방을 섭취해서 좋을 일은 별로 없을 겁니다.

 

 

 

70년대 후반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처음으로 삼겹살구이를 먹으러 갔습니다.

집에서 찌개에 넣어 먹거나 삶아서 먹을 때는 몰랐는데

면도가 깨끗이 되지 않은 껍질에 살코기 부분은 외박을 나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비계만 엄청 붙은, 전 그런 게 삼겹살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식성 좋은 젊은이들만 모여 있으니 그거라도 점잖게 잘 익혀먹으려면

옆에서 가로채가는 바람에 남아 있는 게 별로 없었지요.

 

 

 

이제는 단백질의 절대부족 시대가 아니니

 ,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자하면 딱히 먹고 싶은 안주거리가 없거나,

쏘주 안주에 뭐 그렇게 까다롭게 고를 필요 있겠냐 하는 뜻쯤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삼겹살이 별 볼일 없는 안주라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흔히 접하는 국민안주라는 뜻이지요.

하도 삼겹살을 많이 접하게 되니 이제는 쟁반에 담겨온 삼겹살만 봐도 맛있겠다 없겠다가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으려면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줄여주고 상승작용을 일으켜 줄 수 있는 곁반찬이 있어야 금상첨화지요.

그런 최초의 기억은 잘 삭은 파김치와 곁들여 먹을 때였습니다.

 

 

 

지난 연말 후배와 도봉구청 앞에서 만나 좀 새로운데 없나하다가

쌈밥과 고기라고 씌여 있는 시골짚이라는 음식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정 안되면 쌈밥이나 생선구이라도 먹으려고요.

구청 앞 음식점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아 겨우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옆자리를 보니 쌈밥 반찬이 그럴 듯합니다.

그걸 시키려니 후배는 저녁 때 무슨 쌈밥이냐며 목살을 시킵니다.

술안주가 안 된다는 소리지요. .

 

 

 

 

쟁반에 나오는 목살은 1인분 딱 1점씩입니다. ‘애개~’, ‘좀 너무 야박한 거 아니야?’하니 두툼해서 양이 꽤 된답니다.

하긴 먹어 보니 이젠 양도 적어져 그 정도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불판 위에 올려놓고 익는 걸 보니 고기질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저를 즐겁게 한 건 같이 나온 깡장이었습니다. 너무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전에 창동역 앞에 깡장이 나오는 홍소금이라는 삼겹살집이 있어서,

서비스로 한번 나온 걸 못 잊어 매번 귀찮게 달래서 먹곤 했었는데 아쉽게도 문을 닫고 말았지요.

제가 졸라대는 게 미워서 문을 닫았을까요?

그 아쉬움을 여기서 우연찮게 달래주게 되니 제돈 내고 먹는데도 횡재한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도 마찬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창동역 곁 외진 곳에 있는 두메골 삼겹살이라는 집이었는데 오래 전 초딩 친구들과 한번 갔던 집이었지요.

외진 곳에 있는 만큼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요새 광고에 나오는 한돈의 삼겹살을 팔고 있어서 주문을 하니 반찬이 깔리는데, 뚝배기에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배추김치가 시선을 끕니다.

무채 같은 김치속이 아예 없고 낱장으로 뜯어 담아 나오는 김치는 한입 찢어 먹어보니

한해 겨울이 다 끝날 무렵 김장독에서 갖 꺼낸 김장김치 같은 맛이 갑자기 식욕을 돋굽니다.

약간 삭은 듯하면서도 탄산의 청량감이 나는 듯한 그런 맛 말입니다.

팍 삭아 천덕꾸러기가 되기 직전 마지막 몸부림이 가치를 발하는 것이지요.

 

 

 

 

보통 삼겹살 먹을 때는 묵은지를 불판 위에 올려놓고 먹는데

그렇게 하면 행여 시원한 맛이 달아날까봐 김치를 찢어서 삼겹살을 싸먹습니다.

한 그릇 더 시키며 물으니, 직접 재배한 절인배추에 무채 등을 넣지 않고 새우젓과 고춧가루로만 김치를 담근답니다.

마치 짠지를 연상시키는 깨끗한 맛인데 뭐라 부르냐 물으니 그냥 막김치라나요?

이 맛에 한동안 여길 찾을 것 같습니다.

 ~ 살찌면 안되는데~ 난 왜 이렇게 섬세한 입을 가지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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