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장닭 하나 들러 가실래요?”
시골닭도 아니고 장닭이라니 은근 끌립니다.
헬스클럽 근방의 거의 모든 음식점을 꿰고 있는 회원이니 신뢰도가 상당할 듯하고,
더구나 수탉 벼슬을 모처럼만에 구경하나 생각하니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어딘데요?”
“설명하기 힘드니 그냥 운동 삼아 헬스로 오세요.”
나를 끌고 간 곳은 가끔 지나치는 길목에 있는 보리밥집겸 백숙집입니다.
기와집으로 된 음식점 밖에는 화분에 각종 화초를 심어놓아 토종닭 먹기 딱 좋은 분위기입니다.
“장닭 되죠?”
미리 주문을 해야지 안 된답니다. 이 양반 되게 난처한 표정입니다.
호언장담을 하고 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계획이 틀어지니 아마 머릿속이 뒤죽박죽일겁니다.
“그러지 말고 가까운데 가서 간단히 합시다.”
일송정, 아는 체하고 인사하길 래 난 단골집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 오는 집이라는군요.
전기재료나 원단 창고들이 있는 동네 골목에 테라스에 야외식탁까지 둔 집이 있을 줄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넓직한 개방형 주방에, 홀에는 나부 그림까지 게다가 밑반찬 그릇이 전부 유기그릇이라니
이 동네에선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야 만 것입니다.
일송정이라는 상호에서 동령수고송 (冬嶺秀孤松)이라는 시귀가 연상됩니다.
된장에 버무린 풋고추, 야채, 파무침, 두릅, 묵은지, 샐러드, 계란탕,
밑반찬이야 조금 신경쓰는 곳에 가면 흔히 올라오는 품목들이지만,
놋그릇에 담겨진 반찬들은 원남동이 아니라 삼성동 어디 근방 같습니다.
제가 대폿집 스타일이긴 하지만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파무침은 들기름으로 버무려서 색다른 맛이고,
삼겹살과 함께 들라고 나온 양파간장은 유자청으로 양념을 했습니다.
이런 작은 센스 하나가 우릴 즐겁게 만듭니다. 오우, 굿!
삼겹살도 질이 좋습니다. 술한잔 들어가니 벽에 붙은 여인이 한잔 더 하라 유혹하는데,
어찌 거부하겠습니까? 얌전히 들어야지요.
소주 한 병 추가하니 서리가 하얗게 내린 소주병이 나옵니다. 오오..
여기서 영업한지 벌써 오래 되었다는데 왜 모르고 있었지?
옆에서 설레발치는 통에 주인으로부터 의심스런 눈초리도 받고 명함 디자인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오늘은 이정도로만 하고 다음에 다시 한 번 들려볼까 합니다.
부대전문이라니 부대 하나 들어볼까요?
이정도면 다음에 가도 변함없는 맛과 새로운 반찬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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