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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집 하나 더 늘 것 같습니다.-산낙지

fotomani 2013. 6. 13. 08:00

 

 

후배가 일요일 마라톤 연습을 끝내고 수유시장-거긴 또 뭘라 간누?-으로 가서

낙지 잘하는 집을 발견했답니다.

오늘 비도 오랜만에 추적이니 한잔 생각이 간절했을 겁니다.

대통령 후보들도 경동시장은 안가도 강북에서 수유시장만은 빠지지 않고 들리는 곳이니

재래시장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지요.

워낙 낙지를 좋아해서 후배 아들도 4살 꼬맹이 시절부터 산 낙지를 먹기 시작했을 정도니

후배가 산 낙지집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겠습니다.

 

 

어디에요?’

미아리

전 먼저 도착했어요. 천천히 오세요.’

버스 안에서 천천히든 빨리든 그게 내 마음대로 될 일이든가?

 테이블이 다 찼으면 대타로 뛸 초입의 홍어집 자리가 있는 지 봐가며

시장 끝자락의 낙지집을 찾아가는데 상호도 달랑 산낙지입니다.

조그만 홀의 벽은 온통 낙서로 가득차고 심지어 야한 주류도매상 달력에까지

그에 걸맞게 야한 낙서를 끄적거려 놓았습니다.

 

 

 

젊은이 취향의 낙서와는 걸맞지 않게 손님들은 아줌마로부터 중년 남자들까지 다양합니다.

메뉴판도 단촐합니다. 분명 밖에서는 전복도 있었는데 벽에는 낙지볶음과 산 낙지 둘밖에 없습니다.

가격도 간명하게 각각 마넌

 

 

안주로 나오는데 만 원짜리 낙지래 봐야 대충 짐작이 가지만

가성비를 잘 따지는 후배가 침을 튀겨가며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자랑을 하니

똥인지 된장인지는 기다려 봐야지요.

 

 

허어~’, 작은 접시를 헤쳐 나오려고 힘차게 요동치는 다리들을 보니 대충 서너 마리는 될 것 같습니다.

힘이 좋으니 입안에 쩍쩍 달라붙습니다.

이윽고 나오는 삶은 대가리들, 먹물이 많진 않지만 고소하니 맛이 좋습니다.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은 양을 주지만 산 낙지만으론 어쩐지 허전합니다.

 

 

낙지볶음으로 하나 더 시키자.”

낙지볶음은 죽은 거로 만드니 오늘은 산 낙지로 하나 더 시키지요.”

그냥 썩썩 썰기만 하면 될 텐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재촉을 하자니 조금 이상합니다.

홀이 시끄러우니 주문하면서 산 거, 죽은 거, 낙지볶음, 아니, 산 낙지..

아마 이런 단어들이 엉킨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지, 헷갈려서 산 낙지로 특별히 낙지볶음을 해왔습니다.

 

 

비록 원치 않는 낙지볶음이 나왔지만 볶았는데도 다리통이 굵고 쫄깃하니 좋습니다.

더군다나 군더더기 없이 거의 모두 낙지 뿐입니다.

빨간 색깔만큼 매운 건 아니지만 요샌 매운 걸 먹으면 다음날이 불편해서 젓가락이 깨작거려집니다.

밥 하나 시켜서 비벼먹자.”

내 호들갑에 후배도 걱정되는 지 두말 않고 밥 한 그릇을 시킵니다.

이 집은 밥도 없습니다. 옆가게에서 밥 한 그릇을 빌려옵니다.

양푼에 넣고 비비니 그제서야 그날에 대한 공포감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잘한다는 낙지볶음집을 가면 무지하게 맵고 쓴 맛이 나는데, 이 집 양념 괜찮습니다.

제가 낙지볶음을 집에서 잘 만들어 먹어도 반찬이지 술안주로 낙지볶음은 좀 꺼리는 편인데,

슬금슬금 소주를 3병이나 깠습니다.

 

삽교에 장날에만 여는 국밥집이 있어 한번 들른 후 그 근방 갈일이 생기면 장날을 맞추는 편인데

시덥지 않게 생각하고 갔다가 이집이 그꼴 날 것 같습니다.

 

010-5589-3838   수유동 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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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