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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룩디룩, 어기적어기적, 돼지가 따로 있나?

fotomani 2014. 7. 24. 14:34


(장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즉석 돼지족발. 아무 생각 없다가도 그 앞만 지나가면 침샘이 자극되니...)


여름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그래도 전 여름이 되면 돼지족발 생각이 나니 희한한 일입니다

아마 곁들여 먹는 시원한 막국수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지난번 순대를 얘기하며 얼핏 70년대부터 많이 먹게 되었다 해서 검색을 해보니 

정말 70년대 초부터 돼지고기가 일본으로 수출되기 시작되고 그에 따라 부산물도 국내에 많이 유통되었더군요

족발이 순대나 비슷하게 싼 음식이었다 해도 

70년대만 해도 대포집 진열창에는 몇날 며칠 팔리지 않은 족발이 진열돼있던 걸 보면 

그때도 서민이 먹기엔 그리 솔찬한 음식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요즘은 가격이 많이 올랐다지만 족발은 아직도 서너 명이 가서 대자 하나에 

막국수로 입가심하면 배가 부를 정도이니 안주로는 괜찮은 음식 중에 하나이긴 하지요.


 

(마포 공덕동 돼지족발. 비주얼은 기가 막히긴 하지만 제 입맛엔 아직도 장충동이...)


옛날에는 그저 냄새 안 나게 삶아서 먹던 것이 이제는 각종 한약재나 캐러멜 색소, 오향 등을 함께 넣고 삶아 

색깔이나 맛이 다양하게 변화되었는데 

그 맛에 길들여지니 그저 밋밋한 족발은 심심해 맛이 안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장충동 모 족발집은 아직도 마늘, 생강, 양파, 대파 정도만 넣고 삶는다는데 

대량으로 삶으면 색깔도 갈색 빛이 나온다 하는군요.

여기 터줏대감들은 삶은 장국물을 버리지 않고 불순물을 거르고 보충을 해서 계속 쓰며 

일관된 맛을 유지시킨다는데 마치 순창 씨된장 격인 셈입니다.


 


이번 고등모임에서도 딱히 모임 장소를 찾질 못해 족발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 동네 족발집 맛이라야 도토리 키재기이긴 하겠지만 저흰 주로 평안도집을 잘 찾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맛이니 그보다 못할 낭패를 피해보자는 겁니다

초저녁인데도 홀에는 사람들로 들이차고 문간에선 상에 내갈 족발을 다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 뒤쪽에 걸신든 두 친구가 벌써 와서 대자 하나 시켜놓았습니다.)


(무채와 마늘 한 조각 올려놓고, 거저...)


(뼈와 뼈 사이로 콜라젠 덩어리인 힘줄과 비계가 거의 없는 껍데기)



(용감하게 마지막 남은 통뼈를 사정없이... 사실 저기에 살점은 별로 없습니다.

고기 먹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저런 거 뜯고 자기 앞에 올려놓아 음식값을 자청하는 거지요.

평소 가던 이발소에서 당연히 6 mm로 밀어줄 줄 알고 밀어 달랬더니 뒤가 시워언--  백구기념으로 한컷 )



먹는 데 한가닥하는 친구 둘이 벌써 도착해서 벌써 대자 하나 시켜놓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빈 테이블에 중자 시킬지 대자시킬지 망설이니 

아줌마가 별걸 다 걱정한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대자시키랍니다

상추에 썰어놓은 고기에 무채와 마늘을 얹어 쌈 싸먹고

꼬들해지기 시작하는 발톱까지 관절을 하나하나 해체해가며 허겁지겁 발라먹어 배가 부르긴 하지만

아무도 손대기 꺼려하는 커다란 뼈에 붙은 조그마한 살점마저 발라 먹고 나니 

앞자리에 앉은 친구가 빈대떡도 하나 먹어야지?’합니다. 뻔뻔하게시리.

잠시 배도 안 부른가? 막국수는 어찌 먹노?’ 생각이 들었지만 빈대떡을 시키며 막국수도 함께 주문하려 하니

예의 아줌마가 얼음이 가득한 동치미를 퍼주며 간단히 정리를 해줍니다.

 “한 그릇씩 다 못 먹어요. 세 그릇만 시키면 내가 먹기 좋게 나눠 줄께요.”


 


겉이 바삭하게 익은 빈대떡, 여기 빈대떡엔 감자와 호박도 가늘게 채 썰어 넣었습니다

그래서 씹히는 맛이 있군요. 역시 시장이 반찬입니다.

그 맛있는 막국수가 물막국수로 가져온 탓도 있긴 했지만 배가 부르니 맛이 떨어집니다

그래도 2차로 입가심하겠다고 들어간 생맥주집에선 

뱃속에서 불기 시작하는 막국수로 위장이 터지기 일보직전.

겨우 반병씩 해치우고(?) 헤어집니다. 디룩디룩, 어기적어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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