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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 고기맛 들이면...

fotomani 2014. 7. 24. 09:42




"형, 민어가 비싸서 활참치로 한답니다."

복달임겸 민어는 먹고 싶은데 노량진을 가자니 모임에서 그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 쉽지 않고

단골 해물요리집 사장님을 꼬여서 민어로 '어떻게' 좀 해줄 수 없겠느냐 했더니

순순히 응해주긴 했는데 민어값이 너무 올라서 활참치로 하겠답니다.



그런데 전날 메뉴가 다시 민어로 바뀌었습니다. 민어값은 별로 내린 것 같진 않은데...

저희야 시혜를 받는 입장이니 그저 쥔장 눈치만 볼 수밖에.

일단 참치로 만든 샐러드가 올라옵니다.

맛이 독특해 드레싱을 어떻게 만들었냐 물으니 바질을 좀 넣었답니다.

비밀인데 더 물으면 귀찮겠지요. 그러러니---  고거 신통하게 젓가락이 가도록 만드는 맛이 있습니다.



아마 무지 큰 민어에서 좌반신이든 우반신이든 한쪽을 떠온 것 같습니다.

민어는 커야 맛이 있긴하지만 부속물을 기대할 수 없으니  아쉽지만, 

대신 푸짐한 양으로 보상을 해줍니다.



어허--- 선도 무척 좋습니다.

선어니  해동시킨 것이 아니어서 당연하긴 하겠지만 혀에 감기는 맛이 대단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먹느라 조요옹--합니다.

옆에서 "야, 말들 좀 해가며 먹어! 안주만 밝히지 말고--"  타박을 합니다.

무릇 대화를 하자고 달겨들면 내게 별로 도움되는 것이 없다는 건 

나이가 들만치 든 사람들은 경험칙상 잘 알고 있는 바이지요.

"자, 자--- 우리의 간사스런 입맛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라버린 민어의 명복을 빌며, 자, 한잔!"



전 좀 색깔이 특이한 쪽으로...



없어지기 전에 이것도 한점.



회로 배가 불러올 즈음 사장님이 커다란 뚝배기에 탕을 담아 가져와 옆에 앉으며 맛이 어떤가 보랍니다.

머리와 뼈, 껍질을 넣고 푹 고았답니다. 월계수잎까지 집어넣었습니다.

'어, 어, 어 매운탕은 어디로?'



아--- 이 아까운 껍질이 탕 속에--- ㅜㅜ

북어국(?)처럼 뽀얀 탕-주인장 정성에 감히 뭐라 말하진 못했지만-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저 얌전히 감사드려야지요.



밖에 나가 후배들과 얘기하다 들어오니 김이 모락 나는 고등어 구이가 테이블에 올라왔습니다.

고등어 구이가 메뉴에 1만원이라 써있더니 정말 잘 궈졌습니다. 역시 맛은 가격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부레, 껍질, 다재기, 민어전, 마늘 된장, 기름이 동동 뜬 매운탕등 다채롭게 먹진 못했어도,

밑반찬이 푸짐하게 깔리진 않았어도,

전문점도 아닌데 복날 그 귀한 민어와 알현해본 것만해도 어딥니까?

중이 고기맛 들이면 절간 빈대도 남아나지 않는다더니, 이 사람들 맛들여서 다음엔 활참치로 꼭 한번 더하잡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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