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도가니탕 당신이 다 먹었어?

fotomani 2014. 10. 16. 09:29


맛있게 먹었습니다. 엄마.’

아마 집사람은 이런 문자를 띄웠는지 까맣게 잊어버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고로 힘없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의 아무렇지 않게 한한마디를 마음속에 간직하게 마련이지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관절이 안 좋은 사람에겐 도가니탕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관절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서대문 영천시장 앞 도가니탕은 맛에 있어서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대성집 도가니수육)

 

얼마 전 경동시장에 갔다 배가 출출해서 약령시 옆 골목길로 들어서니 

조그마한 식당인데도 불구하고 문에는 ‘Welcome to Korea!', 설렁탕 전문점,

설렁탕 7천원, 도가니탕 12천원, 포장판매 등을 써놓은 집을 보았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가 골목 속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되돌아 나와 그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좁은 식당은 의외로 사람들로 들어찼고 벽에 붙인 메뉴판에는 

설렁탕, 도가니탕, 수육, 도가니 수육만 단촐하게 걸려있습니다

서대문 도가니탕 말고는 별 재미 본 기억이 없어 설렁탕을 시킵니다

이윽고 쟁반에 채 썬 파 한 그릇, 깨를 뿌린 배추김치(?), 길게 썬 깍두기

밥 한 그릇, 건더기가 보이지 않는 설렁탕 뚝배기가 나옵니다.

 



보통 건더기 많은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수육이 잠수타니 기분이 좀 언짢습니다만 

숟가락으로 휘저어보니 그렇게 실망할 정도는 아니더군요

그러나 반주하기에는 딱 반() 분량입니다

파 한 그릇 다 집어넣고 수육 따로 건져먹을 양이 안 되니 밥도 함께 푹 말아버립니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한 숟갈 뜨니, ‘어어-’ 국물이 찰지게 달라붙습니다

수육을 아껴가며 소주 반병을 먹고 나니 포장판매가 눈웃음을 살살치며 다가옵니다.

 



수육 40g 1천원, 설렁탕 국물 41만원, 도가니수육 400g 1만원,

이 정도면 포장해 집에 가서 먹는 게 더 쌀 것 같습니다

요즘 몸이 안 좋은데 도가니탕 좋아하는 딸이 떠오릅니다

문자를 받질 않아 집사람에게 문자하니 이미 주문했는데 

딸이 요즘 도가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자가 뒤늦게 들어옵니다

그럼 마누라, 아니면 나라도 먹지.’


 

도가니는 사람으로 치면 무릎을 덮고 있는 연골을 말한답니다

팔에는 그런 것이 없으니 소 한 마리에 뒷다리에서 2개가 나오는 것이지요

그것밖에 나오지 않으니 진짜 도가니로 만든 탕을 먹기가 쉽지 않아 보통은 힘줄(스지)을 쓴다고 합니다

힘줄은 도가니와 값이 거의 같지만 먹을 수 있는 부위를 발라내면 도가니는 절반밖에 쓰지 못한다니

생산되는 양도 그렇지만 도가니 가격이 힘줄의 두 배가 되는 셈이겠군요.


 


집에 가지고 와서 먹어 본 도가니탕은 힘줄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그래도 부들부들하고 짙은 국물은 가격을 상회하고도 남았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도가니수육에 살점이 거의 없어 

서대문 도가니탕보다 살코기의 구수한 맛을 느끼기 힘든 게 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 그게 바로 순수한 도가니탕 맛이라고 강변할지도 모르지요.

 


냉장고에 반은 남겨두었는데 어제도 손을 대지 않은 걸 보니 딸만 생각하고 

집사람께 따로 물어보질 않아 화가 난 까닭일까요

맛있게 먹었다는 문자 하나 받으면 나이 들어 여려진 나도 마음이 뿌듯해질 텐데 말이지요

김상득의 꽁뜨 아내의 의부증에 

냉장고에 넣어둔 치즈빵을 당신이 먹은 거 아니냐고 의심스레 다그치던 아내가

나중에 알고 보니 치즈빵 싫어하는 아들이 먹었다네라고 

사과 한마디 없이 당연하게 말하듯이

다그치듯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던 도가니탕 당신이 다 먹었어?’라는 문자라도 받아 봤으면...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