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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 증후군

fotomani 2015. 6. 22. 09:09

신드롬(syndrome. 증후군)이란 것은 증상은 있는데 치료법이 규명이 안된 

병 아닌(그러니까 증후군이라 부르는 거지요.) 고약한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증후군의 공통점은 발병이 되면 안절부절 우왕좌왕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단독주택이 오래 되면 여기저기 말썽을 부리게 되지만 누수만큼 골치 아픈 게 없습니다.

인터넷을 잠시만 뒤져보아도 큰 맘먹고 없는 돈 들여 방수공사를 했는데 

'또 샌다'는 불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원인이요?  제가 신드롬이라고 했지요? 비가 샌다하는 결과는 있는데 원인은

옥상 바닥에서 부터 벽체, 창틀, 지붕. 이음새.. 모두 다 될 수도 있고

치료한다며 이것 저것 건드리면서 돈은 들어 가는데도 결과는 신통치 않을 때가 많지요.

그래서 방수업자와 관계가 좋게 끝나는 경우가 드뭅니다.


저의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20년 잘 지냈는데 창틀로부터 빗물이 흘러

옥상 방수층을 완전히 걷어낸 것만 모두 3번으로 맨 마지막 공사가 불과 2년 전이었습니다.


2012년 썩은 방수몰탈을 다 걷어내고 바닥에 있는 작은 배수관은 모두 메꾸고 

건물 양쪽에 벽을 뚫어 코끼리 상아이빨처럼 커다란 구경의 하얀 파이프가

외벽을 타고 아래층 땅바닥으로 드리우게 만들고 방수몰탈을 새로 깔았습니다.

물론 문제가 좀 있었지요. 벽에 시원하게 파이프 구멍을 뚫어 놓은 것까진 좋았는데

몰탈을 치고 나니 배수관이 바닥면과 딱 닿아있는 겁니다.(아래 6번째 사진)

최소한 바닥면보다 1/3 정도 깊이 박혀 있어야 구배를 급히 잡아줘서 

물이 고이질 않지요. 뭐라 했더니 '이제 와서 그러면 어쩌냐? 

하자보수 못해주겠다. 배째라. 돈 내놔라' 식입니다.


그래서 좀 더 확인하고 마무리하려고 도장을 하지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2013년 낡은 지붕부터 방수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옥상은 기본적으로 완경사니 문제를 안고 들어가는 거지요.

늙으면 고집만 남는다고 몸으로 때우기로 했습니다.



4월달에 지붕칠을 하고 5월에 초등 친구들과 쉬엄쉬엄 우레탄 방수칠을 하고

한 1년여 잘지냈습니다. 



그런데 작년 중반부터 큰 비도 아닌데 비가 오기 시작하면 30분도 안돼서 창틀로 

물이 뚝뚝뚝뚝 떨어집니다. 창틀 윗쪽 옥상 벽돌 난간을 천막으로 덮어 보기도 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집니다.  그동안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옥상바닥을 몇번씩 뜯으니

매번 의심되는 부위가 달라져 원인을 찾으려면 한숨부터 나오는 거지요. 

나중엔 자포자기 심정이 돼버립니다. 


처마로 떨어지는 빗물이야 술한잔에 시적인 낭만이라도 있지만 

플라스틱 통에 비떨어지는 소리는 남자의 무능을 탓하는 소리 같습니다.

가운데 흰줄이 빗물의 궤적입니다. 1/30초 사진

이건 60년대 적산가옥도 아니고, 구질구질하게...ㅜㅜ



옥상에 올라가 이리저리 훑어보고 원인이 뭘까 궁리를 해보다 옥탑 빗물받이에

배수를 위해 뚫은 구멍에서 빗물이 벽을 마구마구 적시며 흘러내리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찾았다. 바로 이거로구나.'

실리콘으로 벽돌 사이 몰탈 손상된 곳 메꾸고 가시리 방수액으로 3번 도포.

뚫어진 곳은 일단 이스리 페트병으로 받쳤습니다. 이제야 안 새겠지... 

지난 일요일 새벽 천둥, 번개가 치며 잠시 소나기가 내리는데 ...

회심의 미소는 30분도 채 가지 못하고 우거지 상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무정한 비, 비, 비



아무래도 벽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시 원인을 찾기 위해

비가 그친 그날 일요일 오후에 배수구를 비닐로 막고 수돗물을 받기 시작합니다.

물이 배수구 주위 난간과 바닥 이행부위에 저 정도 들이 차기 시작하자 창틀로 물이

좔좔 샙니다. 마치 일부러 만든 누수관이 있어 그곳에 물을 들이붓는 것처럼.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미 바닥 몇 군데도 작은 크랙이 생겨 실리콘으로 

메꿨더랬습니다.  무슨 방수몰탈이 이리도...



천막 아래 누수되는 창틀 부터 문제가 되는 물받은 부위는 이렇게 멉니다.

그럼 천막이나 창틀 위 난간은 아닌 거지요.



물 고였던 부분을 물을 말리고 봅니다. 거뭇거뭇한 저거 보긴 했어도 무심히 지났었지요.

도장을 얼마나 두껍게 했는데...?



접사를 해봅니다.  아이쿠머니나---!!! 

방수몰탈층이 수축을 하며 우레탄 도막이 찢어졌습니다. 

그러니 벽체 도막층도 들떠버렸지요.

몰탈을 치고 1년씩이나 지나 우레탄 도포를 했지만

그 사이에 또 수축할 양이 남았던 모양입니다.

나이 들어 문제점이 바로 이겁니다.  운전을 하더라도 순발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좌우 살피지도 않고 4거리로 무조건 진입하듯, 이런 거 세세히 보질 않은 겁니다.



배수관만 보면 화딱지가 납니다. 저렇게 바닥에 얹어놓듯이...

우레탄 방수층에 문제가 약간 있더라도 배관이 최소한 1/3 정도 바닥보다 낮춰져

구배를 급하게 주었더라면 바닥에 물도 고이지 않고 누수현상도

좀 덜했을 겁니다.



본격적으로 들뜨거나 찢어진 부분을 뜯어내고 다시 메꾸고 하, 중, 상도 칠하기 전에

일단 실리콘을 두텁게 발라 이 게 원인이었는지 확인부터 해보기로 했습니다.

무조건 뜯기부터 했다가 또 새면 아예 뒤죽박죽 원인 찾기 더 힘들어지지요.

천천히 하나 하나 가능성을 없애나가는 식입니다.



다음 날 집에 들어와 물을 받아봅니다. 



배수관 반 정도까지 수위를 높이고 일요일보다 범위를 넓혔는데 까딱 없습니다.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이 때까지는 방수가 되든 누수가 되든 원인을 몰랐는데 이제부턴 제대로

대처해 나갈 수 있겠습니다. 메르스에서 중동 독감이 되는 순간입니다.



얼마나 기쁜 지 <라스트 보이스카웃>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춤이라도 추고 싶지만 

무더위에 팬티 바람인데 아무리 밤중이라도 남들이 보면... 

그냥 술 한잔 받아놓고 자축합니다.

지난 토요일 소나기에도 꺼떡 없습니다. 기분 째집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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