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안주 만드는 남자가 아름다워

fotomani 2015. 6. 23. 10:06



일요일 아침 일찍. 보통 수퍼마켓은 9-10시나 여는데

우리 동네 수퍼는 사장님이 워낙 부지런해서 내가 사우나 갔다 올 때 쯤이면

문을 반 쯤 열고 개장 준비를 하는데 물건을 사겠다면 귀찮은 기색없이 두말없고 팝니다.

마침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길래 들어가 브로콜리, 파브리카, 양송이를 삽니다.


냉장고에 있던 베이컨을 야채와 함께 볶아서 질지 않은 소스에 버무려 먹으려 합니다.

말하자면 파스타가 빠진 베이컨 파스타지요. 안주로 어떨 지 기대해봅니다.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다가 베이컨을 넣습니다.

베이컨이 익을 즈음 준비한 야채를 집어 넣습니다.

씨가 있는 마른 홍고추, 제가 요즘 거기에 꽂혔습니다. 



버터 조금 넣고 볶으며 열 받으면서 야채에서 나온 수분이  마를 때쯤

슬라이스 치즈 두 장 넣습니다.  이 때 통후추 뽀 것도 함께 넣지요.

아마 소금은 넣지 않아도 될 겁니다. 치즈가 들어가며 약간 뻑뻑해집니다.

이런 거에 맛들이면 살찝니다. 각 과정마다 올리브 오일과 후추, 소금, 포도주가

앞으로 뒤로 어깨 넘어로 집어 넣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투척이 되니... 

그래서 전 치즈 빼곤 가급적 양과 횟수를 줄이려 합니다. 그게 그건가?



위에 베이컨 볶음을 덜어놓고 프라이팬에 붙은 양념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볼까요?

 기름을 두르고 위의 야채를 잘게 다져 넣고 볶습니다.

잡채용 쇠고기도 조금 볶고, 조금 후에 밥을 넣고 볶습니다. 

이 때 굴소스나 가쓰오부시 분말, 후리가케, 그것도 없으면 참깨와 소금으로

간을 하고 자른 김를 넣고 볶습니다. 아 하나 남아있던 물러터진 토마토도 껍질 벗겨

들어 갑니다. 그리고 조물조물 주먹밥을 만듭니다.



질펀하지 않고 뻑뻑한 치즈소스의 베이컨 볶음입니다. 모양을 조금만 내면...



그리고 주먹밥. 오늘 하루는 이걸로 끄읕.



아점으로 시식을 해봅니다. 오우--- 안주로도 훌륭하군요.



그걸로 끝내려 했더니, 냉장고 청소하면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붉은 대게살과 

냉동 가자미가 나옵니다. 버릴까요? 아니지요. 이걸로 뭘 만들까요?


가자미는 미리 살을 발라놓습니다. 다진 마늘 기름에 볶기로 출발합니다. 

노릇해질 즈음 잘게 다진 양파를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또 위의 잘게 다진 야채를 넣고 함께 볶으며 통후추, 소금을 조금 넣습니다.

아, 마른 표고도 물에 불려서 들어 갔군요.



자 이제 게살과 가자미살을 넣고 볶습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냉동 가자미살이 간이 안됐으려니 했는데 소금 간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뭐가 실수냐고요? 소금을 두 번 넣은 꼴이 되었지요. 할 수 없지요.



자 이제 이걸로 완자를 만들 겁니다.

볶은 걸 커다란 유리 그릇에 넣고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1:1로 섞어 반죽을 합니다. 

빵가루 대용이니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 계란은 집에 없어 생략합니다.



한 두 입에 먹을 크기로 빚습니다. 내 입이 저렇게 조그맣습니다.



속까지 익혀야 하므로 온도는 너무 높지 않게 합니다.



살을 발라 낸 가자미 뼈와 깝데기도 한데 튀기지요.



역시 좀 짜졌습니다. 그래도 먹어야지요. 저 뼈다귀 튀김과 깝데기---

제가 뭐할 지 잘 알고 계시지요?  ^^  

여기엔 탕수육 소스나 타르타르 소스를 올릴 걸 그랬습니다.

(안주) 요리하는 남자가 아름답습니다.  아니 냉장고 청소하는 남자가 아름답습니다.

사람 뱃속은 환경친화적 잉여식품 처리장. 아, 차가운 와인 한잔이 그립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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