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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에서 뺨맞고 충무로에서 풀다 - 해신탕

fotomani 2016. 5. 18. 08:03

요즘 지난 주말에 산 <추사코드>와  컴터 백업하며 컴터가 부팅되지 못하고 

꼼짝 안하는 걸 생명을 불어 넣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컴터가 다운이 되니 내가 얼마나 컴터 아니 인터넷에 의존해왔는지 절실하게 느꼈고

난 어쩔 수 없이 <신유목민>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자각합니다.

추사의 글씨는 각자(刻字)의 좋은 소재가 되곤 합니다. 그만큼 그림과 같은 예술성 높은 

글씨체이지요.

그러나 글씨를 새기면서도 이게 무슨 뜻인가? 아리송 할 때가 많았습니다.

'죽로지실(竹爐止-之-室)이라니? 대나무로 만든 화로? 그게 뭔데?

저자 이성현의 한학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날카로운 미학적 관찰로 

그의 이론이 옳튼 그르든 간에 전혀 새로운 시각의 접근법에 감탄을 하며 

며칠 지내느라 포스팅이 늦어진 것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올리겠습니다.

 

 

지난 달 고등모임은 마포에서 먹은 아구수육에 반해 청량리에 아구회와 수육을 한다는

집을 찾았는데, 시간에 맞춰 미리 주문을 했더니 회는 그렇다치고 수육은 활어를

잡은 게 아니라 이미 죽은 거로 만든 태가 푹푹 풍기는데 

잡는 걸 보질 않았으니 뭐라 말은 안했지만 영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은 해산물찜인 해신탕으로 섬섭함을 보상받기로 했습니다. 

퇴계로 옛 극동빌딩 골목 <어부의 전설>이라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청량리에서 뺨맞고 충무로에서 푼다?  돈내고 푸는거니 애꿎은 건 아니지요.




해신탕의 유래라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2000년도 전에는 용봉탕은 있어도

해신탕이라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말하자면 이 음식도 세월이 흐르며 새로 개발되거나 변형된 음식인 것 같습니다.

이름이 그럴 듯하면 뭔가 있나하고 손님들이 꼬이게 마련입니다. 저처럼...ㅋ




보통은 "용왕님이 즐겨 드시던...." 식으로 설명이 나오는데 그리 신뢰성이 있는 것 같진

않고요. 그저 오리나 닭백숙에 전복, 문어, 낙지, 조개류가 들어간 보양식이라 생각하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겠습니다.

메뉴판을 달랬더니 벽을 가리킵니다. 따로 없답니다.




이집에선 닭이나 오리가 들어가진 않고 오로지 해산물만 넣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렇게 얼음통에 소주나 맥주를 넣어오면 기분 좋지요.




철판에 해산물을 한가득 채워 들고 옵니다.




각종 해산물과 살아 꿈틀거리는 문어. 문어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네요.

양이 푸짐합니다. 

문어를 기절시키지 않고 끓는 육수를 퍼서 등목을 시키니... 무협영화 보는 것 같습니다.

(팽형 烹荊 - 솥에 삶아 죽이는 형벌)




아주머니가 먹기 좋게, 싸우지 않게 1/n 이 되도록 잘 썰어줍니다.

특별한 양념 없이 해산물로 만들어지는 육수, 시원합니다.

바지락 삶은 물 하나면 다른 조미료 없어도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이 맞습니다.

바지락 없으면 홍합으로 그런대로... 




일단 가리비 살을 건집니다.




문어 다리와 전복 내장도 건지고요. 문어의 쫄깃함이라니~




고추냉이장이 싱거운 듯해서 간장을 달랬더니 특별히 조제했다는 양념장을 갖다 줍니다.




날 이쁘게 봤는지 낙지초롱을 서비스로 내오네요. 흐뭇합니다.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지긴 했지만 곡기가 없으면 섭섭해서


 

소화가 잘되게  부들부들 되도록 끓입니다. 벌써 누가 김치를 집어 넣어 개밥을 만듭니다.

하도 같이 다니니 Auto 모드입니다.


 

역시 충무로 사무실 동네입니다. 골목골목 간이 테이블을  펼쳐놓고 가맥 판이 벌어집니다.

안주거리로 또 누가 씹히고 있을까요? 청량리 얘길 해선가요? 제 귀가 근질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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