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걸을 길을 찾다가 우연히 눈에 띈 사진 한장.
양주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소조(塑造) 인물상인데 얼굴 모습이 우리나라 사람 얼굴이 아닌
외국, 서역 사람 얼굴모습으로 저런 조상이 어떻게 저런 곳에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안해 찾는데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커다랗게 만들어진 <회암사지 박물관>이 먼저 눈에 띄었는데, 주차장에서 곧바로 정문이
있질 않고 마치 건물 뒤편에 있는 것처럼 돌아가야 정문이 보입니다.
추녀의 연장 구조물인 사래 끝에 씌우는 조각
추녀마루에 올려놓는 잡상으로 삼장법사, 손오공...의 순으로 배열되는데
처음 잡상의 모습이 전사(戰士)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고려말에 축조된 사찰임에도 조선 후기보다 오히려 더 정밀하고 미적으로 보입니다.
동물형 잡상. 이런 잡상도 흔히 보지 못하던 겁니다.
청동금탁(琴鐸). 추녀 끝에 다는 풍경과 비슷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태조 3년(1394)
왕실 관련인들이 회암사에 불사하였음을 알려주는 글자가 조각 돼있다 합니다.
회암사지에서 발굴된 유구(遺構)로 추정한 사찰의 원래 모습
전시실에는 유구의 대형 세트를 만들고 그위로 복원된 모습의 플로어가 미끄러지며
유구 위로 중첩되게 덮어져 이해가 쉽게 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대가람답게 또는 왕실의 대대적인 후원을 받았던 사찰답게 발굴된 기와편들이
다양하고 요즘 만드는 기와들과 비교해서도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왕실의 후원을 받았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서승당(西僧堂)의 이름에서 또 배치에서
유생들이 기거하던 동재, 서재와 같은 서원이 연상됩니다. 말하자면 성리학 냄새가 풍긴다는 것이지요.
이 서승당은 1층이 온돌구조였다고 합니다.
저의 눈을 끌었던 소조상입니다.
어쩐지 석굴암 부조상과 흡사하거나 오히려 더 이국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분청사기에 그려진 뮬고기 문양 등을 보면 모던 아트를 보는 것 같은데
이 조각상도 인사동 어느 갤러리에 내놓으면 현대작품으로
착각할 만큼 여말이나 조선 초기 조각 같질 않습니다.
자라물병의 용도야 물이나 술을 담는 것일 텐데 절에서 발우도 아니고 이런 호사스런
자기가 출토된다는 게 이채롭습니다.
왼쪽 위, 유약을 일부러 일부만 바른 것일까요?
회암사는 1328년 인도의 지공화상(指空和尙)이 인도의 아라난타사를 본떠 창건한
226칸의 대사찰로 1374, 76년 나옹대사가 중건하고 폐사되었던 것을
1821년 지공, 나옹, 무학 세 승려의 부도와 부도비를 중수하면서 옛절터 오른쪽에
작은 절을 짓고 이름을 계승하게 만들었다 합니다.
와당 문양으로 장식한 박물관 외벽. 제가 찾아간 5월 8일은 임시 연휴 마지막으로
제가 자격은 아직 한참 안되었지만 지공선사 대접을 톡톡히 받았습니다.
기와편으로 만든 미로
아직도 발굴 복원 중인 절터. 오른쪽 포크레인 뒤로 도동서원에서 보았던 생단
(제수로 쓰일 생고기를 검수하는 돌로 만든 상)처럼 생긴 구조물이 보입니다.
회암사지 상단의 화계. 여기서도 오른 쪽에 생단 같은 구조물이 보이는군요.
이 먼곳까지 와서 이것만 보고 가자니 섭섭합니다.
천보산으로 올라갑니다.
이곳에서 천보산으로 오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 발자취를 찾기 힘듭니다.
표지판이 없으니 어느 고승의 부도인지 알 길 없습니다.
양주시에서 이 길을 김삿갓 길이라 이름 지었다고 돌 위에 걸어 놓았던 삿갓이
돌로 변한 건 아니겠지요?
일부러 구멍을 파놓은 듯 고개를 갸웃하고 쳐다보는 망부석 같기도 하고.
정상에서 내려다 본 회암사지
이 능선을 따라 천보산 숲길이 축석고개를 왼쪽에 두고 의정부 북쪽까지 이어집니다.
실제로 저처럼 중간에서 올라온 사람은 별로 없고 동두천 칠봉산에서부터
종주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길은 이처럼 숲으로 덮혀 트래킹하기 좋은 코스로 보였습니다.
현재 회암사지 곁에 위치한 회암사 무학대사 부도
무학대사의 부도와 부도비, 나옹선사의 부도, 지공선사의 부도가 일렬로 배치 돼있습니다.
전경
이 지도를 보면 산줄기를 따라 천보산 정상이 회암동, 율정동, 마전동 3군데 정상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어느 하나 지정할 것 같은데
그대로 두는 여유에 미소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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