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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표류기 1 - 안산 갈대습지공원

fotomani 2016. 9. 20. 09:26


이해준 감독의 영화 <김씨표류기>는 투신자살에 실패해 민간인 

출입금지의 한강 밤섬 모래톱에 밀려온 김씨(정재원)와 그 건너편 아파트 독방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사는 여자 김씨(정려원), 두 사람의 셀프 고립자간 소통 얘기입니다.

80년대 중반 인터넷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 독방에 일주일 간에

가둬놓고 인터넷만으로 생존할 수 있나 하는 게임(?)이 소개된 적 있습니다.

지금에야 당연히 가능한 일이지만 누가 쓸데없이 그런 짓 할 리야 없겠지요.




추석 연휴가 저에게 꼭 그랬습니다. 연휴 첫날 성묘를 마치고 가족들과 모임이 끝나고 나니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점저하는 것 외에는 그 긴 연휴기간을 어찌 보내야할 지 

대책이 서질 않습니다. 부여박물관과 부소산성을 한번 돌아볼까 하고 

그 다음 추석 날 동서울 터미널까지 갔다가 9시엔 벌써 고속도로가 막혀 포기하고나니,

갑자기 목표상실, 마치 <김씨표류기>처럼 사회 시스템과 내가 단절된 듯이 

복잡한 터미널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나 혼자 서있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되면 사람들은 스트레스 풀 방법을 

긍정적으로 내부에서 찾거나 부정적으로 자학하게 마련입니다.

홀아비는 이가 서말 과부는 은이 서말처럼 과부집은 먼지 한톨 없다 그랬나요?

집으로 들어와 거실, 주방, 싱크대, 주방 벽 찌든 때 닦고 내방 청소하고 나니 오후,

추석 날 친구 불러야 나오지도 않겠지만 그거야 말로 찌질이의 지름길이지요.



안되겠습니다. 추석 다음 날 다시 부여로 갈 생각을 하다 길거리에서 킬링타임 하지말자고 

접고, 4호선 지하철을 타고 안산 시화습지로 향합니다.  

안내문에는 상록수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본오동 사동주유소에 하차하면 된다는데

거기서 내리니 시화습지 입구까지 한참 걸어가야 합니다.

갈대습지공원내로 들어 가려니 9월 15일 추석은 휴무라고 써놓고 꽉 잠겨있습니다.

오늘이 16일이잖아? 알고보니 개장 시간이 10시부터랍니다.  

창경궁도 산책객을 위해 새벽부터 여는데10시부터라니..



결국 외곽 담장을 따라 안산의 둘레길인 상록오색길 일부를 돕니다.



새벽에도 스마트폰... 이 분도 사회관계망에 접속하여 단절의 고리를 끊으려 하고 있군요.

'나, 여기 있어요~~'



이건 망종화란 꽃이랍니다. 수선화 비슷하지요?



똑딱이 장촛점으로 습지공원 내 산책길을 찍어 봅니다.

저 속에 들어가 바로 곁에서 감상을 해야 하는데...



내륙 하천으로부터 시화습지로 들어오는 물 조절을 위한 갑문



공원 내 들어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 2006년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여기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고 싶습니다.



그 해 5월에는 해당화 꽃잎 하늘하늘 아름다웠습니다.



왜가리나 학도 사람을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풍경 속에 약육강식의 냉엄한 법칙이 여기에도 존재하는군요.



시화습지를 뒤로 하고 본오들판길로 들어섭니다.



벼가 익어 고개 숙이기 시작합니다.



자, 이제 어디로 가지요? 목표를 잃어버린 나홀로 걷기의 숙제입니다.



습지공원 담장을 따라 5.5 km? 장난도 아니고... 안산역 앞 다문화 거리로 향합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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