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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 먹으러 갔다가 닭갈비 먹고 나오다

fotomani 2016. 9. 8. 08:37

요즘 워낙 냉면 값이 올라 여름하면 떠오르는 것이 냉면인데도 선뜻 내키질 않습니다. 

물론 그런 망설임은 가격뿐만 아니라 가격에 따라오지 못하는 육수와 면 맛 때문이지요.

식초와 쇠고기 다시다 등 싸구려 재료를 쓰거나 속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너무 전통을 내세우다 보니 대중적인 맛과는 거리가 있는 심심한 육수 맛과

메밀 함량에만 치중하는 메밀면의 밍밍한 맛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평양냉면을 양념 맛으로 좌우되는 함흥냉면처럼 만들 수야 없지만

먹고나서도 면과 육수의 미묘하게 끌리는 뒷맛이 남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맛으로 

승화 시키는 방법이 없을까 아쉽습니다.  예전엔 먹을 땐 심심해도 먹고나서 

진한 뒷맛이 남았었는데 요즘 이런 면과 육수 맛을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손쉽게 찾는 곳이 막국수집입니다. 



수유역 근방에 막국수 잘하는 집이 있다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날씨 더운 일요일 양주 쪽에(회암사) 걸으러 나갔다 들어오며 들렀습니다. 

점포 밖 쇼케이스에는 정미기로 분쇄한 메밀가루 포대가 진열돼 있습니다.



막국수집치고는 너무 신식이다 싶었는데 리모델링한 지 1년쯤 된답니다.



그런데 막국수 하나 간단히 먹으러 들어갔더니 이게 왠일입니까?

닭갈비 숯불구이를 합니다. 철판이 아니고요.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양념구이로 시킵니다. 이게 1인분입니다. 두 덩어리.

먼저 들고 있으면 또 갖다준답니다.

양념구이 초벌해오면 양념이 좀 타게 마련인데 탄 흔적이 없어 초벌한 거냐 물으니

내가 여기서 이 장사를 몇십년 째 하는데 초벌하면서 타게 만들겠냐고

상당히 자존심 상한듯 말합니다. 혼은 났어도 때깔은 좋습니다.



소금구이입니다. 전 닭갈비는 가급적 덩어리째 직접 구워먹는

숯불갈비류를 좋아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는 

철판구이를 좋아한다는데 야채와 조각난 닭고기와 양념이 범벅되어 나오는 건 좀...



육질도 탄력이 있어 보입니다.



이 소스는 달착지근 해서 기피했는데 쌈장이 떨어져 찍어 먹다보니 은근히 손이 갑니다.




두번째 나오는 1인분에는 돼지껍데기가 서비스로 나옵니다.

서빙해주는 총각이 너무 어리버리해서 여주인께 물으니 알바랍니다.

아줌마들은 너무 힘들어 오래 버티지 못한다며 지친 듯이  대꾸해줍니다.



본의 아니게 사이드 메뉴가 되어버린 비빔 메밀국수. 비주얼은 좋은데...



양념이 메밀면과 따로 노는 것 같아 닭갈비만큼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제 입맛엔 차라리 메밀콩국수가 훨씬 낫네요.

막국수는 기대치보다 떨어지긴 하지만 닭갈비 생각날 때 뛰어갈 수 있는 곳이 있어

보험든 기분입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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