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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의 밥

fotomani 2017. 4. 14. 09:38



419탑 부근에는 등산객을 위한 밥집이 많이 있습니다.

내용과 가격 또한 알찬 집이 많은데 그중에서 <절구시래기>라는 집의 시래기밥입니다.

밥통에서 덜어주는 공기밥과 그 자리에서 작은 솥에 해주는 시래기밥이 있습니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은 단촐하지만 깔끔합니다.



이집 시래기밥은 양념장도 좋지만 강된장이 왔다더군요.

그대로 '삘'이 꼬쳐 뿌럿씀니다.



완연한 봄, 시장에는 각종 나물들이 발에 채입니다. 재래시장에는 마트에서 보기 힘든

나물도 가끔 접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경동시장 채소전을 지나다 보니 어린 두릅을 

할머니가 팔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전에 먹어 본 시래기밥이 떠오르며

저걸로 나물밥을 하면 가시 손질하지 않고도 쉽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으로 와 두릅 손질해서 반 정도 나누고 말린 표고버섯 불려서 자르고

밥상 위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말린 감을 잘라 준비합니다.

불린 쌀을 밥솥에 넣고 냉동실에 있던 잣 조금, 들기름 조금, 멸치액젓 찻숟깔 하나

넣는 둥 마는 둥 그냥 툭 .던.져. 넣습니다. 마치 프로처럼. 최현석처럼. ㅎ



거기에 준비한 나물들을 집어 넣고 밥을 합니다.



밥이 되는 동안 '고걸 사가서 뭐하노' 핀잔 맞으며 '쬐끔' 산 그 달래를 거기에서도 줄거리

몇 개와 대파를 썰고 참기름, 진간장, 다진 마늘, 참깨, 고춧가루로 양념장을 만듭니다.

물론 '만든다'는 건 파나 달래에 간장이 배지 않게 밥 먹기 바로 전에 섞어

밥상에 놓는다는 뜻이겠지요?



너무 익어 흐무러지지 않고 형태도 살아 있어 비주얼 끝내주고 향긋한 두릅향과

들기름 냄새에 침이 절로 꼴깍 납니다.



준비했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들어 함께



어떻습니까? 감말랭이 집어 넣은 게 은근히 아그덜도 좋아할 맛입니다.



맛을 들였습니다. 

다음 날 오후에 반절 남은 두릅과 마트에서 산 표고와 단호박, 슬라이스 햄 몇 장과 함께 

압력솥에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물을 못 맞춰 질어지고 두릅의 형태가 없어졌지만

소화는 잘될 것 같습니다. 나물밥은 그냥 솥에서 하는 게 나물 질감도 살고

누른밥도 나와 더 나을 듯합니다.



이번엔 그 다음 날 저녁 냉동실에 있던 관자 부속물과 단호박, 표고, 미나리 줄거리 몇 개. 

마늘과 함께 나물밥을 해봅니다. 색깔이 울긋불긋 촌스럽지 않고 고급스럽습니다.

와 같이 해물을 넣을 경우 짜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나물밥이라는 게 먹을 수 있는 모든 게 다 재료가 되지만

제가 좋아하는 죽순이 나올 때 죽순무침과 함께 죽순밥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밥이 될 동안 샐러드와 생선가스로 심심한 입을 달래줍니다.

거시기요? 그럼요, 당연히 거시기 해야지요.



또 질어졌지요? 

제가 술자리 막판에 죽 만들어 먹는 걸 워낙 좋아 해서 질어진 거일 수도 있고요.

다음에 하면 질지도 되지도 않은 나물밥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나물밥의 매력은 섬유질을 많이 섭취할 수 있다는 것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군요.



'다음'을 기다리지 못하고 또 다음 날 내친 김에 정통나물밥인 콩나물밥에 도전합니다.

나는 잡고기를 좀 사다가 한 끼 분으로 떼어먹기 좋게 냉동시켜 찌개나 국에 넣어 먹습니다.

저렴하기도 하려니와 힘줄이 있어 식감과 건강에 좋지요. 그 잡고기를 썰어넣고

들기름 조금, 멸치액젓 티스푼 1/2에 표고와 콩나물을 넣습니다.



아~~  이번엔 점도가 제대로입니다. 진밥 아니고 고두밥도 아니고 약간 눌기도 하고



양념장에 명란젓과 함께 다른 반찬이 없어도 꾿입니다.

반찬이라고는 간장 하나니 겉으로는 <왕후의 밥 걸인의 찬> 바로 맞습니다.

김소운의 왕후의 밥은 숨을 돌리면서 반추해 보는 행복이고 사랑입니다.

억지로 가난해질 수는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행복은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향긋한 봄나물향과 김이 솟아 오르는 나물밥, 아니 왕후의 밥이 준비되었습니다.

와인이 아니어도 좋고 쏘주 한잔이어도 좋습니다.

초대하십시오. 커텐을 열고 봄빛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순백의 테이블로.

이렇게 힌트를 주는 데도 혼밥이라고요?

마침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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