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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산책과 가락국수

fotomani 2017. 4. 19. 11:39



이제 평지의 봄꽃들은 거의 끝물이고 꽃 가지에 파란 아기 이파리가 돋아나고 있습니다. 



봄의 끝자락 일요일에 집에서부터 우이천을 따라 걷습니다.



오랫만에 걸었더니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고관절이 아파옵니다.

미아역에서 일단 전철을 탑니다. 거울 속 저 사람 스맛폰에 파란 카드는 뭐지요?

미군 애들이 험비를 타고 있으면 덩치가 커도 얼굴이 작아 윈드쉴드에 여유가 있는데

같은 차를 한국인 둘이 타고 있으면 덩치가 작아도 얼굴이 펑퍼짐해서 앞유리창이

 꽉차 보였습니다. 지금 제가 그 꼴입니다. 체구는 작아도 머리는 전형적인 넓적,

그런 거 보면 요즘 애들은 팔등신 체형에, 얼굴도 서구화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장 큰 고객?



어디로 갈까? 혜화역에서 내려 성균관대 쪽으로 걸어 올라갑니다.

태극 냄비에 빨간, 맑은 훠궈는 봤어도 토마토맛, 닭고기맛, 카레맛 훠궈는 생소합니다.

바나나'맛' 우유라면 바나나보다 향신료로 바나나맛을 낸 걸 이르는 데 설마 그렇진 않겠지요. 

궁금증을 일으켜 나를 유혹합니다.



성대 정문을 거쳐 뒷산 후문쪽으로 올라갑니다. 경사도가 거의 등산로 수준입니다.



이게 명자나무 꽃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아가씨 나무라고도 한다네요.

이 꽃은 실제보다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더 아름답군요.



단풍나무꽃은 아직도 내 눈으로 제대로 본 적이 없고 항상 뒷북으로 꽃받침만 봅니다.

아니 꽃 맞는데 크기가 작아 꽃받침만 보이는 걸까요?



아무래도 산기슭 쪽이라 벚꽃이 늦게 만개했습니다.



성대 뒷문으로 빠져 나와 오른 쪽은 와룡공원쪽, 왼 쪽은 감사원 방향 입니다.



코앞이 북악산입니다.



사람도 없고 호젓해서 생각하며 걷기 딱 좋습니다.



북악산을 보니 산다는 게 무언 지 허망합니다.

갑자기 <사람됨의 뜻>이라는 책 제목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 책으로 강의하시던 교수님이 위에서 부르니 미련없이 탈탈 털고 곧장 공직으로 

가시던 교수님. 그 사이 괴리에서 '사람됨의 뜻'은 과연 어떤 뜻이었을까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고궁은 어떤 매력으로 다가 올까요?



그~, 아이디어 참신합니다.



경동시장 <소문난 (육남매) 냉면집>으로 갑니다. 옥호처럼 유명한 집입니다.

원래 11시 경부터 영업을 하는데 언젠가 아침 결에 우연히 먹을 수 있었던 

가락국수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아 갑니다.

역시 가락국수는 쑥갓과 유부에,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제 격이지요.

가락국수하면 대전역 홍익회 가락국수를 뺄 수 없습니다.



가락국수라는 게 단순한 음식이라 스물 몇 가지가 들어간 '비법'양념 같은 게 있을 리

없지요. 단순하니만큼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 가락국수는 면맛이 좋은데 주문을 받으면 빚어 놓았던 반죽 덩어리를 압연기에 넣고

밀대로 밀듯 두 세번 얇고 판판하게 만들고 다시 국수 기계에 넣어 국수를 만듭니다.

그런데 국수가닥은 굵지 않고 동그란 단면의 가는 국수입니다.

그래서 목구멍으로 보드랍게 넘어가는 맛과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창업자 할아버지는 밖에서 '매운 냉면도 있고 맵지 않은 냉면도 있어요'를 반복하며

별로 절실하지 않은 표정으로 호객을 하고, 홀과 주방은 아들이 맡고 있는데

이 양반 무뚝뚝한 얼굴과 달리 웃기는 구석이 있습니다.

저 끝 테이블 등산객들은 초행인지 '(냉면집에) 가락국수는 뭐에요?'라고 

주인에게 물으니 능청맞게 '젓가락으로 먹는 국수'랍니다. 

앞쪽 마주 보고 앉은 두 여자분이 서로 '내가 낼께' 만류하며 지폐를 꺼내 들고 흔드니

'그럼 내가 받을께요'라며 휘리릭 지폐를 챙깁니다.

쏘주요? 여긴 종교적인 분위기입니다. 안 팔아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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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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