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로 굴탕을 해줄 수 없어요?"
"굴탕이 뭔데요?"
첫 수요일 만나는 4월 고등 동창모임을 낙원동 <호반>이라는 곳에서 모였는데
예약을 하며 서해産 작은 굴에 물과 식초, 설탕 혹은 사이다, 고추가루와 다진
청양고추와 마늘, 쪽파 다져 넣고 굴탕을 해줄 수 없냐고 물으니 힘들겠답니다.
나중에 보니 그딴 거 해줄만큼 한가롭지 않더군요.
종로 국일관 건너 편에서 낙원상가로 빠져나가는 골목길을 '송해로"라 하는데
골목안 사우나도 상호가 '송해'입니다.
전에 송해씨 '일당(?)'이 피마골 지나는 걸 봤는데 단골 골목인 모양입니다.
기본 찬입니다.
물김치, 이거 시원하니 좋더군요.
이런 건 잘라 먹는 거보담 찢어 먹능 게 존데~
통조림 아니라고 강조하는 꽁치조림. 강조하는 것만큼 맛이 따라가는 것 같지는 않더라는
연근 마요무침. 새롭고 산뜻합니다.
순대. 이거 걸집니다. 대창껍질로 만든 순대인데 잡내를 완전히 빼진 못했지만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대학 때 이 동네 있었던 아바이순대집에선 이런 순대 말고도
족발을 했었습니다. 비오는 날 아침에 가니 대청에 앉아 김이 무럭무럭나는 족발이
담긴 소투리에서 하나 꺼내 찬 물에 손가락을 식혀가며 뚝뚝 썰어 줘서 먹던 게
비오는 오늘 더욱 생각납니다.
길들여진 입맛이라는 것이 무섭습니다. 젊은 사람의 순대는 신당동이나
포장마차 순대에 익숙해져 당면 순대를 제일로 치고 이런 건 오히려 맛없다고 합니다.
당면순대는 공장에 가면 수도호스 잘라 팔듯 둘둘 말아 포대자루에 담아 싸게 살 수 있는데
말이지요. 마트에서 파는 애교스럽게 '둘둘 말은'이 아닌 그야말로 몇 미터 단위의...
그렇다고 싼 게 비지떡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순대국이나 전골, 떡볶기에
이런 순대를 넣으면 속이 다 흘러 나와서 보통은 당면순대를 넣습니다.
낚지볶음. 굵기가 상당합니다. 맵지 않게 해달랬더니 우리 집 낙지는 맵지 않답니다.
그런데 정말로 너무 맵지 않군요. 피시익~~
그럭저럭 남은 양념으로 버무려 먹을 만 합니다.
이 비지는 정말 좋습니다. 비리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살아있습니다.
양념장도 좋고요. 리필해달라니 두말 않고 해줍니다.
웃고 떠들고 먹다 보니 빈 자리가 없이 빼곡하니 자리가 다 찾습니다.
이런 데서 굴탕이니 어쩌니 까불었으니...
모둠전 하나 시킵니다. 나는 전을 별로 들지 않는데 비오니까 표고전 따끈하니
혀에 착 달라 붙습니다.
간재미무침도 너무 시지 않고 간이 잘 맞았습니다.
오히려 서해안에서 먹는 것보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 저에겐 더 맞았습니다.
막걸리를 찾으며 먹진 않지만 막걸리가 땅기는 안주입니다.
써빙하는 젊은 처자, 사진 잘 찍는군요.
잘 먹긴했으나 뭔가 2% 모자라는 듯한 맛, 그러나 또 다시 한번 찾게 될 것 같은.
텐프로는 아니고 왜 2% 일까요?
지난 번 갔던 이고갈래 지고갈래. 아자씨덜 취향에 잘 맞았던지 군말없이 들어갑니다.
매콤한 낙지볶음으로.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먹었던 것과는 좀 차이가 나네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좀 더 익숙한 맛이라 할까요?
이곳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두건을 쓰고 계신 젊은 바이크족 영감님, 노년의 섹소폰 여성 연주자, 마치 하라버지
알랑드롱 같은 레인코트의 영감님... 우리 덜 나이도 만만찮은 나인데 민쯩 내밀었다간
주어 맞을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깝치면 틀림없이 니덜은 총무나 하랄 겁니다.
이 동네 너무 좋아하면 '송해類'가 돼서 안되는데...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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